"코인 가격 내려도 원금 보장" 사기…무죄받나 했더니 결국

1·2심 "유사수신업체 몰랐을 것" 무죄 판결
대법원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파기환송
비트코인 투자 사기에 가담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1,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0)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비트코인 투자 등을 목적으로 세워진 미국 회사 '렌밸캐피탈'의 대전 지역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동했다. 그는 2019년 1월 피해자에게 "회사에 코인을 투자하면 10개월 뒤에 코인이 오른 가격으로 정산해준다, 코인 가격이 내려도 원금은 100% 보장된다, 회사가 상장되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주고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면 소개 수당을 준다"고 속여 4607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렌밸캐피탈은 아무런 수익 창출 없이 투자금을 '돌려막기' 해 수익금을 지급하는 유사수신업체였다. 2018년 12월 회사 홈페이지가 정지돼 투자금 입금과 수익금 출금이 중단된 상태였고,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 2심은 렌밸캐피탈이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씨가 이를 미리 알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 스스로도 해당 회사에 투자해 손해를 봤고, 약속한 수익금이 정상 지급된 기간이 있었다는 점에 기초해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은 달리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투자자 모집 기간, 자금 운용 방식 등에 비춰 회사가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의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금 반환과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해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려해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한다'는 판례에 기초한 판단이다.

이씨가 본사로부터 제공받은 투자설명에 관한 자료가 홍보 자료나 인터뷰 자료에 불과한 점, 회사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 등을 통해 실제로 고율의 수익을 얻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점, 피해자를 비롯한 하위 투자자들에게 원금 반환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그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