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주식?"…수익률 50% 낸 서학개미 '싱글벙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인공지능(AI)과 빅테크 관련주를 담은 서학개미의 수익률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기를 끈 가상자산 관련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알파벳 2.5조원어치 산 개미들

주가 그래프=구글 캡처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연초~12월 2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7억419만 달러·2조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알파벳은 순매수 7위에 불과했다. 테슬라와 서클 등 다른 인기 종목에 밀리던 알파벳은 하반기 들어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 3분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식을 6조원어치 매수했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애플을 제외한 기술주 투자에 신중했던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소식에 이목이 쏠렸다. 서학개미가 지난달 순매수한 알파벳 주식은 10억556만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자체 개발한 추론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해 개발한 제미나이 3.0가 호평을 받은 점도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알파벳은 올 상반기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았으나 하반기 들어 70% 뛰었다.

알파벳은 올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의 평균 예상치(998억9000만 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순이익은 349억7000만 달러로 33% 늘었다. 주당순이익(EPS)은 2.87달러로 35% 뛰었다. 광고와 클라우드 부문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 알파벳은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클라우드 고객 수요 증가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를 910억~93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월가에선 목표주가 상향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알파벳의 목표주가를 기존 270달러에서 330달러로 올렸다. 구겐하임도 330달러에서 375달러로 높였다. 마이클 모리스 구겐하임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면서 "내년에도 상당한 주가 상승 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49.61% VS -47.86%…알파벳·서클 '희비'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알파벳 수익률은 49.61%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수익권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 주 사이에 86%의 투자자들이 매수했고 14%는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도한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23.08%였다.

서학개미의 순매수 2위는 가상자산 관련주 비트마인이다. 비트마인은 지난 한 달 사이 25% 하락했다. 지난 7월 고점(135달러) 대비 70% 이상 떨어진 상태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트마인은 금리인하 사이클 속에서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순매수 3위는 '뱅가드 S&P500’(VOO)로 11.79% 수익률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증시 대표 지수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대형 기술주 중심의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다. 엔비디아와 메타는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각각 19.26%, -1.48%를 기록했다. 서클은 순매수 6위(-47.86%)로 주요 인기 종목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금리인하에 따른 수익성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지고 있다.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과 아이리스 에너지는 각각 7위(8.55%)와 8위(-12.3%), 팰런티어는 9위로 22.59%의 양호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는 25.1%로 순매수 10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 서학개미 인기 종목 가운데 알파벳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연말 산타랠리를 고려하면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310억9438만 달러(약 45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순매수액의 세 배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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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