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치료제 준비…"일라이릴리 더 오를 것"

핫픽! 해외주식
'마운자로' 앞세운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점유율 60% 육박
BoA "목표주가 1286달러"
WHO "비만은 질병"도 호재

일각 "추가 상승, 수익성에 달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주가가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성장세에 힘입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로 장악했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으로 선두 자리를 빼앗으면서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올 들어 35.96% 상승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 고지에 올랐다. 빅테크 중심의 시총 ‘1조 클럽’에 제약사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발 빠른 서학개미들도 최근 한 달간 일라이릴리를 5914만달러(약 86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뉴욕증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일라이릴리가 기존 강자 노보노디스크를 누르고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미국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라이릴리 점유율은 57.9%로 노보노디스크(41.7%)를 앞섰다. 올해 초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은 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후발주자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노보노디스크 위고비보다 높은 성능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호르몬) 수용체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위고비보다 출시는 늦었지만 체중 감량률은 72주 차 평균 20.2%로, 위고비(13.7%)를 크게 앞선다. 마운자로 매출은 3분기 기준 101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이 됐다.

월가에서는 일라이릴리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까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어서다. 일라이릴리가 내놓을 예정인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으로, 펩타이드 계열인 노보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보다 제조 원가가 훨씬 저렴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 식품의약국(FDA) 방침에 따라 오포글리프론 출시 일정을 내년 말에서 3월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일라이릴리 목표주가를 950달러에서 1286달러로 올렸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치료제 사용을 공식 권고한 것도 긍정적이다. WHO가 비만 환자 전반을 대상으로 비만치료제 사용 지침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머크,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비만치료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렌 야피 케세프캐피털 분석가는 “일라이릴리의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35배로 머크 등 경쟁사들의 11~12배 대비 고평가된 건 사실”이라며 “주가가 추가 상승하려면 더 높은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