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아기 안고 버텼다"…'홍콩 참사' 안타까운 가사도우미 사연

전날 기준 79명 부상 200명가량 실종
사진=REUTERS
26일(현지시간)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아기를 살리고 위중한 상태에 빠진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의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홍콩 성도일보는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껴안고 화재 현장에 버티다 구조된 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 가사도우미는 홍콩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화재 당시 연기와 열기가 빠르게 집 안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고용주 가족과 함께 갇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사도우미는 아기를 끌어안고 연기와 열기를 막으며 수 시간 버텼고, 이후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기는 안정적인 상태이나 가사도우미는 현재 위중한 상태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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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화재 현장의 참혹함이 전달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염에 휩싸인 현장에서 소방관에서 구조된 윌리엄 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이라는 연옥에 갇혔다"며 "무력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아파트 '왕푹코트'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28명에 달한다. 홍콩당국이 전날 오후 8시 15분 기준으로 밝힌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한 128명, 부상자는 79명, 실종자는 약 200명이다. 실종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돼 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1948년 서구에서 일어난 창고·주거용 건물 화재 이후 77년 만에 최대 인명 피해다. 영국으로부터 주권이 반환되기 전 홍콩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화재로 꼽히는 해당 화재로 176명이 숨진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