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에 할인도 실종…美 연말 쇼핑 시즌 먹구름
입력
수정
美 소매판매, 4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
11월 소비자신뢰지수도 7개월래 최저치
최대 쇼핑 시즌에 1인당 지출 감소 전망
물가 압력·고용 한파…12월 금리 전망 안갯속
소매판매 증가율 4개월 만의 최저
민간 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8.7을 기록해 전달(95.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7개월래 최저치이며 4월을 제외하면 최근 5년내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경기 상황이 좋다’고 본 소비자는 20.1%,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답한 비율은 27.6%에 그쳤다. 10월엔 이 수치가 각각 20.7%와 28.6%였다. 앞서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9월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상호관세 발표로 지난 5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관세 부담이 집중된 자동차·전자제품·의류 등에서 소비 위축이 뚜렷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미국에선 오는 28일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한 연말 쇼핑 시즌에 소비 지출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소매연맹은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먼데이(12월1일)까지 이어지는 5일 동안 1억8690만명이 쇼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억8340만명을 웃도는 규모지만, 1인당 연말 평균 지출은 890달러(약 130만원)로 작년(902달러)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해진 데다 올해 할인 폭이 예년보다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코울스, JC페니, 메이시스 등은 쿠폰, 리베이트 등을 적용해 소형 주방가전을 5달러대까지 낮춰 판매했지만, 올해는 이 같은 수준의 초특가 할인이 대부분 사라졌다.
리디아 부수르 EY파르테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경제 전망이 약화하고 있다”며 “물가가 재차 상승하고 고용시장도 둔화하는 가운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 둔화에 물가 압력까지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수준으로 2022년 기록한 정점(9%)보다는 낮지만, 지난 5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이 서민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저소득층 임금 증가세 둔화와 노동시장 냉각도 겹쳤다.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8월(-0.1%)에서 반등한 것으로 도매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음을 시사한다. PPI는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
노동시장 둔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ADP는 지난 8일까지 4주간 민간 고용이 전기 대비 주당 평균적으로 1만3500명 줄었다고 밝혔다. ADP는 “연말 채용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이 고용을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 주요 대기업에서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PC·프린터 제조업체인 HP는 올해 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자 4000~6000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직원(약 5만8000명)의 최대 10% 이상을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1만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며 아마존은 지난달 1만4000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정보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올해 1~10월 누적 감원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한 109만9500건에 달했다는 보고서를 이달 초 공개했다.
고용 시장 냉각과 함께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기준금리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Fed 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론과 동결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임다연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