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자립'도 거침없다…美·日·유럽에 도전[반도체인사이트]

장비 내재화율 21%…5년새 4배

매출 30% R&D에 쏟아부으며
ASML 독점한 노광장비도 개발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자금력과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급성장하고 있다. 기술 열세를 자국 업체 간 밀어주기로 극복하자 기존 반도체 강국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의 내재화율은 21%로 5%였던 2020년에 비해 네 배 이상 개선됐다. 중국 정부가 제조 장비를 포함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983억달러(약 145조원)를 투입한 결과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나우라, AMEC, SMEE, 사이캐리어 등이 덩치를 키웠다. 2016년 중국 정부 주도로 탄생한 나우라는 지난해 매출 298억위안(약 6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 장비 6위로 올라섰다.

AMEC는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이 주도해온 최첨단 식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MEC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80억6300만위안을 올렸다. 이 기간 연구개발(R&D)에만 25억2300만위안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30%로 업계 평균인 10%대의 세 배 수준이다.

중국 최대 노광 장비업체 SMEE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 기술로 심자외선(DUV) 기반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노광 장비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과 일본의 니콘, 캐논이 장악한 7~14㎚ DUV 노광기 개발도 진행 중이다. 화웨이의 물밑 지원으로 성장한 사이캐리어는 EUV 장비를 쓰지 않고 5㎚ 회로 구현에 성공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주요 고객은 SMIC, 화훙반도체, YMTC 등 중국 업체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글로벌 수준엔 미치지 못하지만 서로 밀고 끌어주는 중국식 반도체 생태계를 통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장비 개발은 결국 데이터 싸움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자국산 장비를 계속 써주면 중국 장비 업체 기술력이 급속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