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삼성·SK 연구팀, 뇌를 닮은 '뉴로모픽 반도체' 가능성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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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교수팀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 이끄는 서울대 공대 연구진이 전력 소모량을 줄이고 보안 기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물리학계가 주목하는 신소재인 강유전체와 ‘뇌를 닮은 차세대 반도체’ 뉴로모픽 반도체 관련 연구 성과다.
전력소모 줄이고 보안 대폭 개선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논문 발표
서울대 공대는 이 교수 연구팀이 낸 세 편의 논문이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기술 학회 ‘IEEE(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 2025’에서 모두 채택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교수는 반도체 미세 공정 구조인 3차원(3D) 벌크 핀펫을 KAIST 연구진과 함께 처음 개발한 세계적 반도체 석학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최근 AI, IoT,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 확산으로 저전력 고신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존하는 반도체는 전력 소모가 크거나 보안성이 낮고 센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팀은 초저전력 메모리 소자, 하드웨어 기반 보안 반도체, 지능형 가스 센서 시스템 등 세 가지 연구 성과를 선보였다.
첫 번째 연구에서 비휘발성 메모리 중 하나인 강유전체 메모리 혁신 가능성을 입증했다. 강유전성 물질인 하프늄-지르코늄 복합산화물 주변 박막에 ‘의사 격자’ 구조를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분극 특성과 낮은 구동 전압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초저전력 메모리와 차세대 AI 컴퓨팅 시스템인 뉴로모픽 하드웨어 구현 가능성을 열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또 다른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구동 방식 중 하나인 ‘자기터널 접합’을 활용해 물리복제 방지(PUF)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소자의 붕괴 확률 특성을 이용해 복제가 불가능한 하드웨어 보안 키를 안정적으로 생성·은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보안 기능이 높은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세 번째 연구에선 가스 센서와 회로를 한 칩에 집적한 혼합 가스 판별 시스템을 선보였다. ‘자기상쇄 회로 구조’를 독창적으로 고안해 센서에 적용, 초소형·초저전력 시스템을 구현했다.
서울대 측은 “세 연구 모두 기존 CMOS(상보형 금속산화물 반도체) 공정과 호환되기 때문에 상용화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자기터널접합 물리복제 방지 기술은 스마트폰, 자동차, IoT 기기 등의 인증 및 암호화에 활용될 수 있다. 자기상쇄 회로 구조 가스 센서 시스템은 식품, 환경, 의료, 산업안전 등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 번째 연구의 주저자인 유상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재직 중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았다. 두 번째 연구 주저자인 이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 재직 중 서울대 박사과정에 들어왔다.
이 교수는 “반도체 소자와 소재, 회로, 시스템을 아우르는 융합적 접근의 결과로 AI와 보안,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였다”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상용화로 이어지도록 후속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