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로봇만 2455대…1시간 만에 전기차 50대 뚝딱

'BYD 심장' 정저우 공장 르포

여의도 면적 3배 넘는 BYD 공장
테슬라 상하이 팩토리의 50배
조립 정밀도 오차 0.01㎜ 이내
생산 마치면 AI 비전 검사 확인

배터리부터 R&D까지 수직 계열화
배터리 팩 3초마다 쏟아내
"기술 중시 문화로 중국차 발전"
중국 허난성의 비야디(BYD) 정저우 공장에서 용접 로봇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쑹(宋)’의 측면 차체를 용접하고 있다. BYD 제공
지난 13일 중국 허난성 비야디(BYD) 정저우 공장의 용접 공정.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쑹(宋)’의 하부 차체가 밀려오자 용접로봇 4개가 즉시 달라붙어 프레임 등과 용접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이 줄을 지어 끝없이 이어졌다. 공장 관계자는 “용접 공정에 투입된 로봇만 2455대에 달한다”고 했다.

세계 1위 전기차 회사 BYD가 2023년 4월부터 가동한 정저우 공장을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세 배가 넘는 1067만㎡에 이르는 정저우 공장은 중국 최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메가팩토리) 규모는 20만㎡다.

◇2455대 로봇이 시간당 50대 생산

정저우 공장의 주인공은 로봇이었다. 32만6000㎡에 이르는 프레스 공장에서도 로봇 팔이 냉연 강판을 올리면 프레스 장비가 5초에 한 번씩 압착해 자동차 패널을 만들어냈다. 완성된 패널은 높이 30m 천장에 달린 6대의 크레인이 즉각 날랐다. 근로자들은 라인 끝에서 제품을 검사하거나 CCTV로 공정을 모니터링만 했다.

2455대 로봇이 투입된 용접 공장에서 스폿 용접에 걸린 시간은 1초 미만. 오차를 0.01㎜ 이내로 줄이면서도 차량을 쉴 새 없이 다음 공정으로 밀어냈다. 1시간 동안 50대의 차량이 도장 공정으로 이동했다. 폭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용접 속도(시간당 47대)보다 빠르다.

마지막 단계인 조립 공장에선 근로자들이 조금씩 보였다. 각종 케이블과 호스류를 결합하는 의장 공정은 차량 한 대당 근로자 여섯 명이 작업했다. 중앙 전광판에는 어떤 차량이 어느 라인에서 몇 번째 공정에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픽이 표시돼 있었다. 부분 조립을 마친 차량은 여러 카메라가 최종적으로 인공지능(AI) 비전 검사를 했다.

정저우 공장에선 현재 SUV(쑹L DM-i, 쑹 프로, 씨라이언7, 바오5, 바오8) 해치백(시걸), 픽업트럭(샤크6) 등 7개 차종을 연간 55만 대 생산하고 있다. BYD 관계자는 “로봇과 AI를 적용한 덕분에 혼류 생산(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수요 변화 등 시장 대응에 용이하다”고 했다.

◇배터리부터 R&D까지 한 공장에

정저우 공장의 혁신을 완성시키는 건 BYD가 구축한 수직계열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부터 모터·조향장치·전자제어장치·램프·시트 등을 생산하는 부품 공장, 프레스·용접·도장·조립 등 4대 주요 공정, 주행시험 서킷과 연구개발(R&D) 부문이 정저우 공장에 모두 자리를 틀었다. 이곳에 들어선 건물만 총 56개 동이다. 자동차 설계, 양산, 시험이 정저우 공장에서 끝나는 구조다.

배터리 생산동에서는 3초마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 한 개를 쏟아내고 있었다. 정저우 공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배터리는 선전 등 다른 BYD 공장에 공급된다. BYD로선 부품 조달 리스크를 낮추고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정저우 공장 곳곳엔 ‘技術爲王 創新爲本’(기술위왕 창신위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기본이다’라는 뜻으로 직원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R&D 인력은 12만 명에 달한다. BYD에선 매일 45건의 특허가 출원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가 5만9000건에 이른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대표는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중국에선 전기차가 발전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선전·정저우=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