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황남빵… APEC 정상·CEO 사로 잡은 K-푸드 [APEC 2025]

치킨부터 호떡·라면·떡볶이까지 K푸드로 입맛 저격
부창제과, 소방관 등 하루 1500명에게 호두과자 제공
'이장우 호두과자'로 유명세를 탄 부창제과 호두과자. FG 제공
지난 1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끈 건 한국 음식이었다. 주요 행사 곳곳에 오른 호두과자, 황남빵 등 ‘K-디저트’는 나흘 동안 각국 정상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행사장에 마련된 K푸드트럭에도 라면, 떡볶이, 치킨 등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APEC을 계기로 K푸드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장우 호두과자’로 알려진 부창제과는 이번 APEC 기간 동안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외교·통상합동관료회의(AMM), APEC CEO 서밋 등에 주요 회의석상에 공식 디저트로 테이블에 올랐다. 부창제과는 1990년대에 문을 닫았던 경주지역의 한 전통 제과점을 외손자인 FG의 이경원 대표가 복원해 다시 세운 브랜드다. 부창제과는 국제미디어센터(IMC) 건너편 천군동 메타세콰이어숲 인근에 마련된 ‘K푸드 스테이션’에도 부스를 꾸려 관광객과 외신 기자들에게 하루 약 1500명에게 무료로 호두과자를 제공했다. 행사 지원을 온 경찰관과 소방관 등에게도 부창제과 호두과자가 지원됐다.
소방관들이 국제미디어센터(IMC) 건너편 천군동 메타세콰이어숲 인근에 마련된 ‘K푸드 스테이션’에서 부창제과 호두과자를 제공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FG 제공
경주의 대표 특산물인 황남빵은 외교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황남빵을 선물로 전했고, 시 주석은 31일 이 대통령에게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고 화답했다. 중국 대표단에도 황남빵 200상자가 전달됐다. 이후 경주 곳곳에 있는 황남빵 매장은 빵을 구매하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한 매장에는 ‘대기시간 20분’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1939년 경주 황남동에서 처음 만들어진 달콤한 팥소가 들어간 빵이다.

IMC 내에 부스를 꾸린 파리바게뜨는 곶감 파운드, 약과 티그레, 서리태 카스테라 등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를 취재진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버터 쿠키 사이에 조청 카라멜, 통들깨, 마카다미아를 넣고 ‘안녕’이라는 한글 인사말과 전통 문양을 새겨 넣은 '안녕샌드'도 관심을 모았다.
'APEC CEO 서밋'이 열린 경주예술의전당 인근에 마련된 'KB 푸드트럭 파크'. KB금융 제공
여러 식품 기업들은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K푸드트럭에서 디저트 뿐 아니라 다양한 한식을 선보였다. ‘K푸드 스테이션’에선 농심 부스에서 매일 약 300명이 신라면을 맛봤다. 교촌치킨은 간장순살, 허니순살 등 매일 1200인분의 치킨을 제공했다. 경주 제과 기업인 단석가의 ‘찰보리빵'과 '찰보리떡'도 마련됐다. CJ제일제당은 행사 참가자 숙소와 미디어센터에 비비고 컵 떡볶이, 김스낵, 햇반 컵반 등 2만개 제품을 비치하기도 했다.

정CEO 서밋이 열린 경주예술의전당 안에 꾸려진 ‘KB 푸드트럭 파크’에는 닭강정, 순대, 호떡, 떡볶이, 식혜, 핫도그 등 여러 음식이 글로벌 기업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엔젤리너스 커피와 ‘빼빼로’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경주=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