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일자리 먹어 치웠다…청년 고용 '직격탄'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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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청년 고용이 급격하게 줄어든 직업을 추려본 결과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어쏘' 변호사가 찾던 판례를 AI가 더 빨리 찾아주고, 출판사의 교열 업무도 AI가 대체한 결과다. 반면 이들 업종의 50대 이상 관리자직급의 고용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청년 고용 9%↓
한은이 30일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오삼일 고용연구팀장과 한진수 조사역이 분석한 결과다. 이들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최근 3년 간 고용 증감을 연령별로 분해해 이같은 결과를 냈다.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는데, 이중 98.6%인 20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나타났다. AI 노출도는 AI에 대체될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눈 지표다. 이중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1.2%), 출판업(-20.4%), 법률·회계·경영 등 전문 서비스업(-8.8%), 뉴스산업·데이터베이스 관리업 등 정보 서비스업(-23.8%) 등의 고용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업무에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업종에서는 청년 고용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청년 고용 감소 흐름은 미국 등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했다. 다만 외국과 달리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령대별 실질임금 추이를 직종별로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임금을 조정하기 쉽지 않은 임금 경직성에 따라 노동시장 조정이 임금보다 고용에서 먼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50대는 외려 일자리 수혜
AI 도입으로 인해 청년 고용이 크게 감소한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최근 3년간 50대 고용이 20만9000개 증가했는데 이중 69.9%인 14만6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오 팀장은 이런 연구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주니어는 AI로 대체하기 쉬운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 업무를 하는 반면, 시니어는 업무 맥락 이해, 대인관계, 조직관리 등 AI가 현재로서 대체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과 사회적 기술이 필요한 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연차일수록 AI를 활용해 업무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역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학력별로 보면 석사(7.6시간)와 4년제 대졸자(5.0시간)의 업무시간 감소율이 컸다.
다만 이같은 고용 위축이 계속될지에 대해선 변수가 많다고 봤다. 오 팀장은 "기업은 청년고용 축소로 미래 인재 파이프라인이 악화될 수 있어 고용을 계속 줄이진 않을 것"이라며 "AI와 협업 가능한 인재 양성, AI 협업 체계 구축, 직무 재설계 등 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노동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그 수혜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