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규제 피할 수 있어요"…편법 꼼수 기승

일부 대출모집인 사기성 광고
대부업체서 고금리 대출받은 뒤
사업자대출로 갈아타기 홍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수도권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사업자대출을 활용한 편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대출모집인이 ‘주택담보대출 대신 사업자대출을 받으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하는 ‘꼼수’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16일 기자가 A대출모집법인에 상담을 가장해 문의하자 담당자는 “대부업체에서 연 12% 금리로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한 뒤 3개월 뒤 농협 사업자대출로 대환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빌린 뒤 연 4~5% 금리의 사업자대출로 갈아타게 한다는 것이다.

A법인은 “서류상 사업자대출 용도를 ‘물품 구매’로 처리해드릴 것”이라며 “사업자 등록·발급도 대행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B대출모집인은 광고포스터에서 ‘공무원, 직장인, 프리랜서 OK’ ‘다주택자·규제 지역 가능’ 등의 문구를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한 대출모집법인 사업자대출 광고 포스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무관' '다주택자·규제지역 가능'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사업자대출은 주담대와 달리 LTV·DSR 규제 대상이 아니다. 전날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주택 시가에 따라 2·4·6억원으로 제한했지만 사업자대출은 이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일부 2금융권에서는 LTV 90% 안팎으로 사업자대출을 내줘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우회로로 작동했다.

원칙적으로 사업자대출은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에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으로 사업자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하지만 일부 금융소비자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허위 영수증 등을 꾸며 대출받는 편법이 여전하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B대출모집인은 “6·27 대책 직후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사람들이 최근 사업자대출로 갈아타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일부 대출모집인의 이러한 영업이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A법인은 최초 대부업체 대출 시 원금의 1%를 수수료로 받는다. 사업자대출 대환 시에는 추가로 1%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소비자가 사업자대출을 용도 외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 적발되면 대출은 전액 회수되고 수수료만 나가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사업자대출 ‘꼼수’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사업자대출이 용도에 맞게 사용되지 않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 등이 적발되면 대출을 즉각 회수하고 강도 높은 행정 제재를 부과한다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도 자금조달계획서 대출 유형에 ‘사업자대출’을 추가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대출 취급이 늘어난 금융기관 위주로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