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진 "미국 도전 후회 없어…우승하는데 밑거름 됐죠"

인터뷰 - KLPGA 메이저 퀸으로 부활한 성유진

LPGA 도전했다가 1년만에 유턴
하이트진로 대회서 연장 끝 정상
"한경와우넷 오픈서 우승할 것"
성유진이 지난 8월 3일 강원 원주 오로라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9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메이저 퀸’은 모든 여자 프로골퍼의 꿈이다. 하지만 성유진에게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우승 상금 2억7000만원, 총상금 15억원) 우승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도전, 그리고 1년 만의 복귀라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 모든 순간이 성장하는 과정이었음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우승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2일 성유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상금 순위 5위’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진출이 뜸해진 2024년 성유진은 통산 3승에 안정적인 기반을 닦은 한국을 떠나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20개 대회에서 두 번의 톱10을 기록하며 CME 포인트 랭킹 81위로 다음 시즌 시드도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미국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무대였다”고 털어놨다. “성적과는 별개로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한 투어라는 것을 모르고 갔어요. 준비가 부족했기에 근육통, 신경통 등 부상이 거듭됐죠.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을 정도의 날들을 보내면서 ‘이건 누굴 위한 삶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례적인 ‘유턴’에 성유진은 늘 “왜 돌아왔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는 “주변 시선과 하루빨리 자신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여기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커지면서 상반기에 위축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심리적 불안은 성유진의 강점인 정확한 샷을 흔들었고, 톱10 두 번에 그친 아쉬운 상반기를 보냈다.

그래도 성유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8월 오로라월드 챔피언십 공동 준우승을 시작으로 상승세를 탄 그는 결국 메이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LPGA투어에서도 연장까지 갔다가 진 기억을 떠올리며 한샷 한샷 집중했다. 그 덕분에 갈수록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치열했던 연장전을 돌아봤다.

메이저 우승이라는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부활을 알린 성유진은 단숨에 상금랭킹 7위(7억2051만원)로 뛰어올랐다. 그는 “한국에서 투어를 뛰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면서 “대회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고 한식을 먹는 일상 하나하나가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미국 도전은 후회도, 미련도 없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그때 해볼걸’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 미국에 갔어요. 좁고 긴 코스, 길지는 않지만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코스 등 다양한 대회를 경험하며 거리가 적게 나가는 선수도 잘 칠 수 있고, 장타자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양잔디 코스에서 다양한 쇼트게임을 시도한 경험은 지금 한국 투어에서도 저만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죠.”

성유진은 손목 치료를 위해 짧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그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나흘 내내 손목 통증으로 병원을 오간 사실은 우승 뒤에야 알려졌다. 이제 올 시즌 남은 대회는 5개. 성유진은 “오는 16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리는 상상인·한경와우넷 오픈에서 시즌 2승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