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마차 타고 윈저성 간 트럼프…英서는 '철강관세 0%' 희망 [영상]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영국에 두 번째 국빈 방문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금빛 마차를 타고 윈저성에 입장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습니다.

이 마차는 국왕이 의회가 열릴 때 킹스 스피치를 위해 이동할 때 타는 마차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식에서도 썼을 정도로 의미가 있는 마차여서 영국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예우를 해주려고 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REUTERS
이번 국빈방문은 단순히 영국 왕실을 만난다는 것 이상으로 미국과 영국 간의 경제적 의제를 풀어가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은 이번에 관세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마무리짓고 싶어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철강입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그 대상도 계속 넓히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국에는 25%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영국은 아예 이 관세율을 0%로 낮추고 싶어한다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영국 전체 철강에서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량 기준으로 6%, 가격 기준으로는 9% 정도이지만 관세율에서 혜택을 본다면 그 비중이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완성품 중에서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많이 쓰는 경우 해당 관세를 그 가치에 비례해서 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도 영국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영국 철강사들이 재무적으로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에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 빨리 관세철폐를 시행해 달라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의 영국 투자도 잇따를 예정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8년까지 영국에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어제 밝혔습니다. 절반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관련 인프라 운영을 위해 쓸 예정입니다. 영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엔스케일과 함께 고급 GPU 2만3000개를 넣은 영국 최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구글도 앞서서 9조4000억원 가량의 신규 투자계획을 공개했는데요. 런던 근처에 새 데이터센터를 짓는 내용입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도 유사하게 유럽지역 내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체 투자규모는 약 58조원 정도에 달합니다.

영국 기업도 이에 상응하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특히 관세 영향을 받는 제약회사들이 적극적입니다. 영국 제약회사 GSK가 41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회사의 매출 절반이 미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의약품 관세가 높아지면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대형 제약회사들도 잇달아 대미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물 보따리를 챙겨주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