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대규모 투자 나서는 美 기업들…약 58조 규모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 대규모 투자
AI·양자컴퓨팅·핵에너지 협력위한 '기술번영협정'체결
사진=REUTERS
한국과 일본에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투자할 돈을 내라고 압박했지만 영국은 달랐다.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중인 가운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영국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현재까지 약 310억파운드(58조 3,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또 AI, 양자 컴퓨팅, 민간 핵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협정에도 합의했다. 이 날 발표되는 ‘기술 번영 협정’에는 의료용 AI 모델 개발, 양자 컴퓨팅 역량 확대, 민간 원자력 프로젝트 효율화 등에서 양국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미국은 영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영국은 브라질과 더불어 미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소수의 국가중 하나이다.

CNBC에 따르면, 영국은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이번 트럼프 방문에 기대하는 것이 많다. 이에 따라 영국 왕실까지 동원된 ‘티아라 외교’에 나서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 기업들도 대영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 날 영국 전역에 12만 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럽내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런던 북동쪽 러프턴에 위치할 슈퍼컴퓨터에도 총 220억 파운드(41조 4,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런던 북쪽 월섬 크로스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것을 포함해 50억 파운드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딥마인드 프로젝트를 통해 AI 연구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일즈포스와 스케일AI, 코어위브, 오라클, 아마존웹서비스, AI패스파인더 등의 기업들도 수억 파운드에서 수십억 파운드에 이르는 투자를 약속했다.

오픈AI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소유한 퀄리티 테크놀로지 서비스가 시작한 노섬벌랜드주 블라이스의 데이터 센터에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공동 투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영국에 본사를 둔 엔스케일과 협력해 최대 6만개의 그레이스 블랙웰 울트라 칩을 배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스케일은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영국 부문에서 오픈AI와 협력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영국 최대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영국 회사들은 주로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목표로 제약회사들이 미국 투자에 나섰다.
제약회사인 GSK는 향후 5년간 미국내 연구개발 및 공급망 인프라에 300억 달러(41조 4,3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GSK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내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스웨덴의 제약회사인 아스트라 제네카가 의약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에 투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300억 달러에 이미 미국 사업에 배정된 자금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약업계 소식통은 현재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한 일부 회사는 이미 진행중인 프로젝트나 부지를 포함시켜 액수를 부풀렸다고 밝혔다.

GSK는 작년에 미국 제조업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었다.

미국 기업들이 영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은 영국이 절실히 필요로 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 재건 압박을 받고 있는 스타머 총리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유럽연합(EU)의 보다 개입주의적인 접근 방식과 달리 AI 등 분야에서 미국이 선호하는 가벼운 규제를 선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온라인 안전법과 디지털 세금을 비판했지만 이는 이번 협정 논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가 영국 왕실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국 왕실이 여는 국빈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오픈AI CEO 샘 올트먼, 애플의 팀 쿡과 블랙록의 래리 핑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