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가속화…전력시장의 새로운 '큰 손' 데이터센터

5년내 전력 수요 165% 늘듯
기업들 탄소중립 달성 '딜레마'
태양광 등 신규전력원 확보나서
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가 전기와 물을 집어삼키는 하이퍼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연산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력 수요는 기존 전망치를 훌쩍 넘어섰고 빅테크들은 전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안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현재 대비 16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만 최대 7000억 달러(약 95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전력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한 셈이다.

전력 소비의 폭증은 곧바로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 대비 지난해 51% 늘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20년보다 23% 증가했다. 아마존과 메타는 각각 182%, 145% 증가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다. 생성형 AI는 구조적으로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한다. 챗GPT 같은 서비스는 한 번의 질의응답만으로도 일반 웹 검색의 다섯 배에 달하는 전력을 사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은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으면서도 탄소중립 목표를 지켜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해결책으로 다양한 에너지 전략을 꺼내들고 있다. 아마존과 MS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신규 전력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대형 수력발전소와 30억 달러 규모의 장기계약을 맺어 20년간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메타는 텍사스 태양광발전소에 9억 달러를 투자해 장기간 전력 조달선을 마련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효율 개선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구글 딥마인드는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을 15% 끌어올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의 40%가 냉각 과정에 쓰이는 만큼, 효율화 성과가 곧바로 탄소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한화큐셀은 수상형·영농형 태양광 솔루션을 내놓고, SK이노베이션은 LNG와 SMR,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통합 에너지 공급 전략을 추진한다. 전력 수요가 늘어난 기업과 발전사를 직접 연결하는 전력구매계약(PPA) 모델도 늘고 있다.

기술적 난제가 풀리면 신재생에너지 단가 자체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는 2030년부터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낮아지고 육상풍력은 2045년부터 원전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2050년까지 최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유엔은 주요 기술 기업에 유엔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