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어디있냐"…산불 현장 소방관 체포한 美이민세관단속국

산불 현장의 소방관 신분증 검사한 뒤
체포한 美이민세관단속국
SNS 틱톡에 게시된 지난 27일 계약직 소방관 체포 당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단속을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에까지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며 일부를 체포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워싱턴주 올림픽 국립공원 내 베어 걸치에서 산불을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이 같은 일을 당했다.

이 지역 산불은 지난 7월6일 처음 발생해 두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으며 9000에이커(약 1100만평) 규모로 확산했고, 30일 기준 진압률은 30%에 그친 상황이었다.
사진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ICE 직원들은 공원 내 건물 주변에 장비를 비치하고 도로를 정리하며 장작 베기 업무를 준비 중이던 소방관들의 신분증을 검사한 뒤 44명을 데리고 갔으며, 이후 2명을 체포했다. 붙잡힌 소방관은 산림청이 민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한 계약직이었다.

당시 상황은 주변을 지나던 여러 소방관이 핸드폰으로 촬영했고 일부 영상은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게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소방관들은 물론 각계에서 격한 반발이 쏟아졌다. 미국 산림청장을 지낸 바 있는 데일 보즈워스는 "소방관들은 어렵고 위험한 직업이며 화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방해 요소는 필요 없다.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화재 진압 현장에서 단속이 이뤄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소방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작업 중인 대원 44명의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여러 불일치를 발견했다"며 "2명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이었고, 이 가운데 1명은 추방 명령은 받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