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패배 자성없이 '당권경쟁' 돌입…金·친한·친윤 '3파전' 점화

지도부 사퇴없이 선대위 해단식
김문수 "당내 민주주의 무너져"
친한계 "尹 뒷북 절연이 큰 원인"
권성동 사퇴 요구 목소리 커져

반성 대신 당권다툼 매몰 우려
< 침울한 해단식 >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관계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나경원 의원, 김문수 전 대선 후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강은구 기자
6·3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지도부 입장 표명도 없이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옛 친윤(친윤석열)계, 친한(친한동훈)계를 비롯해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한 ‘신당권파’까지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일 국민의힘은 김 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외에 아무런 공개 일정을 편성하지 않고 침묵을 이어갔다. 지도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도 없었다. 그 대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속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차기 당권 등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한기호 의원 등은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번 대선에서 40% 이상 득표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은 김 전 후보가 대선으로 결집한 보수 지지층에 기반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본다.

다만 김 전 후보와 측근들은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 없이 곧바로 당권 다툼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를 비롯한 신당권파와 친한계는 모두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며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냐”고 말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무리한 단일화를 추진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를 겨냥한 모양새다.

친한계 의원들도 지도부 사퇴를 거론하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후보만 달랐으면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를 지도부 스스로 망쳤다”며 “지도부의 무리한 후보 교체 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뒷북’ 절연이 패배의 큰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가 당연히 의총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당초 이날 열릴 예정이던 의원총회는 5일로 밀렸다.

친윤계는 침묵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권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전당대회를 미루는 방법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0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종료 이후에도 비대위를 장기화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신당권파와 친한계가 모두 원내대표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알력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당권파 관계자는 “지금은 다들 (권 원내대표 사퇴를) 부드럽게 요구하고 있지만 더 버티면 끌려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애초 원내대표를 맡을 때부터 대선에 대비하는 태세까지 마치고 물러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왜 선거에서 패배한 지도부가 결정하느냐”며 “권 원내대표 사퇴가 먼저”라고 했다.

박주연/양현주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