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셀프보수 승인 막고, 준법감시 의무 강화…대법도 '주주보호·이사 책임' 강조

최근 회사법 판결 내용보니

'감시의무 소홀하면 주주에 배상' 인정하는 등
경영진·주주 대리문제에 전보다 적극 개입
경영권 방어용 손실도 "정당화 할 수 없어"
대법원은 최근 회사법 판결에서 주주 보호와 이사 책임을 강화하는 일관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사의 자기거래, 대표소송 등 다양한 쟁점에서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판단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자신의 보수한도 승인에 찬성표를 던진 행위가 ‘특별이해관계자’의 의결권 행사 금지 규정에 위배된다고 본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지배주주이자 이사인 경영진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주주 권익 보호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진과 주주의 대리 문제에서 법원이 보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2022년 대우건설 사건에선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내·외 등기이사도 준법감시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게을리하면 주주들에게 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외이사 등에게 ‘위법행위를 의심할 만한 사정 및 그런 사정의 외면’이 있다면 감시 의무 위반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다.

2023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에 대한 대표소송 판결도 비슷한 취지였다. 대법원은 현 회장이 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회사에 6400억원 손실을 입힌 책임을 인정하면서 “이사는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도 소속 회사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며, 막연한 기대이익으로는 손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2023년 6월 자기거래 사후추인 판결에서는 상법 제398조에 따른 사전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는 무효이며 사후 승인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이사의 책임을 엄격히 했다. 이사회 승인 시 중요 사실을 모두 공개하지 않은 경우도 적법한 승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