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 '14억9000만원'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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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때문이라지만…규제 기준은 KB·감정원 시세
마포구 '마래푸'·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등 매매가 14.9억
개포 '대청아파트' 전용 60㎡ 호가도 14.7억~14.9억원
대출규제는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시세에 근거해 이뤄진다. 때문에 실거래 가격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하지만 집주인들이나 매수자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거래성사를 위해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14억9000만원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이러한 턱걸이 매물이 늘고 있다.
◆마포‧과천 매도 호가 14억9000만원으로 낮춰
서울 마포구와 과천시 등 15억원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매매 호가가 14억9000만원에 맞춰지고 있다. 12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전용 84㎡(1층)의 매물이 14억9000만원에 나왔다. 규제 전 시세는 15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주택이지만 집주인이 12‧16대책 이후 호가를 낮췄다.
아현동 S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물 가격이 대출규제 전과 비교했을 때 3000만~5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관망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간혹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시세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2층 이상은 일반 평균가(15억8000만원)를 적용받지만 1층은 이보다 약간 낮은 하위 평균가(14억7000만원)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도 최근 호가가 하향조정되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15억원 이하로 조정하면 매매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5억원선에 거래되던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14억원대로 시세가 내려앉았다. 대출규제 전인 지난해 11월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4억8800만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 단지의 매물은 14억9500만원선에 나오고 있다.
15억 초과 아파트가 서울시 77%를 차지해 대출규제 직격탄을 받은 강남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15억원대 시세를 형성하던 강남구 개포동의 '대청아파트' 전용 60㎡는 최근 호가가 1000만~3000만원 가량 떨어져 14억7000만~14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는 실제 매매호가가 아닌 국민은행이나 감정원에서 발표하는 시세로 이뤄지지만 매도자들이나 매수자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며 "이를 이용해 매매 거래가 잘 되도록 중개업소들에서 대출 금지 가격인 15억원 이하로 매물을 낮춰 내놓으라고 유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12·16 대책에도 주담대 늘어
하지만 고가 아파트 거래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년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자체 중 하나인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의 ‘래미안슈르’ 전용 84㎡ 아파트는 대출규제 이후 호가가 약 5000만원 하락한 14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D공인 대표는 "매수자가 간간히 매물을 찾고는 있지만 대출규제 탓에 섣불리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며 "16억원에 호가하던 단지가 14억 중반으로 내려앉는 등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통계에서도 보면 서울에서 고가아파트가 가장 많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지난달 말 집값이 0.03% 내렸다. 33주만에 하락 전환한 후 지난 주에도 0.04% 떨어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매거래 위축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지정, 대출 제한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가계대출은 계속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출이 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배정철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