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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시욱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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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컬렉션' 2000여점, 국립박물관 10곳서 전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컬렉션이 전국 국립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 가운데 936건 2254점을 국립박물관 10곳으로 옮겨 상설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전시품 중에는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107점도 포함됐다.보물 ‘전(傳) 논산 청동방울 일괄’은 부여박물관에 전시된다.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과 보물 ‘전 고령 일괄 유물’은 대구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보물 ‘금동여래입상’은 경주박물관에, 국보 ‘백자 청화죽문 각명’은 광주박물관에 이관된다.이 회장 유족은 2021년 이 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오는 6월과 9월엔 각각 제주박물관과 춘천박물관에서 기증품을 활용한 특별전이 열린다.안시욱 기자

    2024.04.03 17:52
  • 달항아리는 우주만큼 시커멓고, 눈 시릴 듯 빛날 수도 있다

    조선의 달항아리는 미술 컬렉터들한테 '1순위 매물'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 양대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약 60억원에, 소더비에서 47억원에 낙찰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온화한 백색과 유려한 곡선, 소박한 형태가 뽐내는 한국적인 멋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김시영·이상협은 세계적 관심을 불러모은 달항아리를 재해석했다. 두 장인의 달항아리는 '백자(白磁)'가 아니다. 검고 뜨거운 '흑자(黑磁)'이고, 눈이 시릴 듯 반짝이는 ‘은(銀) 달항아리’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검고 뜨거운 차고 빛나는'은 김시영의 흑자 21점과 이상협의 은자 8점을 한 번에 감상할 기회다. 정영목 미술비평가(서울대 명예교수)는 "흑과 백이라는 단색조의 미감으로 두 작가를 서로 떠받쳐주는 정반합의 어울림"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시대 '흑자' 계승한 '검은 달항아리''화염의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김시영은 국내 유일의 흑자 도예가다. 고려시대 이후 명맥이 끊긴 전통 흑자를 현대적으로 계승했다고 평가받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1988년부터 다양한 흙과 불의 조합을 실험한 그의 작품 세계는 최근 덩어리진 질량을 강조한 추상 조각에 이르고 있다.작가는 일본에서 서도가로 활동하던 선친 밑에서 먹을 갈며 자랐다. 이런 그에게 검은색과 흑자(일본의 '천목')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국에선 절멸되다시피 한 흑자가 일본과 중국에서 여전히 전승되는 것을 보며 도전 의식을 느꼈다. 고려시대 가마터에 흩어진 흑자 파편의 매력에 빠진 그는 오묘한 '검은 색

    2024.04.03 16:08
  • 나를 건드리지 마라…외국 작가들의 해방일지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예술 세계를 위한 토양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안리 살라와 미에 키에르고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겹겹이 쌓은 프레스코화로, 거침없는 붓질로 완성한 회화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공유하는 키워드는 해방이다. ‘억압의 탈출구’ 프레스코화안리 살라한테 프레스코화는 억압적 사회의 탈출구였다. 서울 이태원동 에스더쉬퍼에서 오는 5월 1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Noli Me Tangere(라틴어: 노리 메 탕게레·나를 만지지 말라)’는 최근의 프레스코 연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프레스코화는 덜 마른 회반죽 바탕 위에 안료를 겹겹이 채색하는 기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기원했다.살라는 프레스코화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프레스코화는 안료가 다 마르기 전까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며 “주제 선정부터 드로잉, 채색까지 엄격히 통제하는 사회에서 내게 자유와 디톡스를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살라의 조국 알바니아는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자리한다. 정권 교체가 빈번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유럽의 북한’이라 불릴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도 통제당하는 게 일상이었다.살라는 회화보단 영화적 설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무채색 도시였던 고향이 알록달록한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촬영한 ‘색칠해 주세요’(2003), 사라예보 내전의 역사적 기록을 편집한 ‘붉은색 없는 1395일’(2011) 등이 대표작이다.전시장 2층에 걸린 ‘Noli Me Tangere Inversa’는 부활한 예수를 보고

    2024.04.02 18:53
  • 용암이 흘러간 곳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을 그리다

    레후아 꽃 덤불 사이로 소녀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붉은 새 한 마리는 붉은 황혼과 짙푸른 대지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김상경 작가의 신작 ‘소녀와 레후아와 붉은 새’(2024)다.김상경의 작품은 분출을 앞둔 화산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화면 속 풍경은 정적(靜的)이다. 하지만 그 안의 요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상을 준다. 낮과 밤, 현실과 허구, 또는 삶과 죽음 사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묘사하면서다.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작품들은 화산섬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 평동 떼아트갤러리에서 지난 1일 열린 김상경의 개인전 ‘소녀와 레후아’에선 작가가 미국 하와이, 제주도 등지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풍경화를 자주 그렸는데 풍경 속에는 레후아도 있다. 하와이의 토종 식물 레후아는 용암이 굳은 암석 지대에 맨 처음 싹을 틔우는 꽃이다.지난해 김상경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하와이의 식생을 배경으로 반려견을 그린 ‘낮잠’(2023) 등을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녀·소년을 풍경의 화자로 등장시키면서다. 소녀의 모티브는 작가의 어린 딸이다. 10여 년 전 작가의 수술을 앞두고 병실을 찾은 어린 딸의 조용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담았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서 마주친 딸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작가의 작품 세계를 추동한 것으로 보인다.그의 작품은 색이 분출하며 흘러넘치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몽환적이면서도 뚜렷하다. 가로 2m에 달하는 캔버스에 널찍하게 펼쳐 보인 화면은 ‘그냥 지나쳐 가는 풍경’에 대한 시선을 전후좌우로 확장한다. 작가는 이번 전

    2024.04.02 18:49
  • 용암이 지나간 곳에도 꽃이 핀다… 레후아꽃으로 보는 미래

    이국적인 레후아 꽃 덤불 사이로 정체 모를 소녀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붉은 새 한 마리는 땅거미 진 붉은 황혼과 짙푸른 대지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김상경 작가의 신작 '소녀와 레후아와 붉은 새'(2024)다. 김상경의 작품은 분출을 앞둔 화산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화면 속 풍경은 정적(靜的)이다. 하지만 그 안의 요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상을 준다. 낮과 밤, 현실과 허구, 또는 삶과 죽음 사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묘사하면서다.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작품들은 화산섬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 평동 떼아트갤러리에서 지난 1일 열린 김상경의 개인전 '소녀와 레우하'에선 작가가 미국의 하와이, 한국의 제주도 등지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들을 선보인다.작가는 그동안 레후아 등 동⸱식물을 대상으로 한 풍경화를 주로 그려왔다. 하와이의 토종 식물 레후아는 용암이 굳어진 암석 지대에 맨 처음 싹을 틔우는 꽃이다. 지난해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서 열린 개인전에선 하와이의 식생을 배경으로 반려견을 그린 '낮잠'(2023) 등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 '소녀와 레후아'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녀⸱소년을 풍경의 화자로 등장시키면서다. 신비로운 동양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소녀와 소년은 관람자를 정면에서 응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티브는 작가의 어린 딸이다. 10여 년 전 작가의 수술을 앞두고 병실을 찾은 어린 딸의 조용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담았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서 마주친 딸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작가의 작품 세계를 추동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겨울 아이들과 찾은 제주도, 2018년 아들의 대

    2024.04.02 09:18
  • [이 아침의 화가] 예술인가, 외설인가 美 극사실주의 작가…매릴린 민터

    미국의 화가이자 사진가 매릴린 민터는 예술과 외설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 여성의 성기나 체모, 혀 등을 확대한 극사실주의 회화를 그리면서다. 페미니즘 철학에 기반한 그의 작품은 신체적 자유와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민터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 1948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난 그는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 술과 도박에 빠진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16세에 친구들의 신분증을 위조해주다가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방황하던 민터는 앤디 워홀 평전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플로리다대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했고, 시러큐스대 대학원에서 회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민터는 대중매체에서 감춰온 은밀한 신체 이미지를 그리며 여성의 성적 욕망을 해방하고자 했다. 작가는 “인간의 가장 ‘추한’ 부분을 가장 아름답게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198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가들로부터 “성 착취적 이미지를 재생산한다”고 비난받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 미국 순회전 ‘예쁘거나 더럽거나(Pretty/Dirty)’를 기점으로 학문적 인정과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민터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이태원동 리만머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안시욱 기자

    2024.04.01 18:54
  • [책마을]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원작…류츠신의 동명 소설 e북 1위

    구간들의 ‘역주행’이 돋보인 한 주였다. 3월 넷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중국 작가 류츠신의 공상과학(SF) 소설 <삼체>가 e북 분야 1위, 종이책 분야 13위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된 뒤 판매량이 약 8.7배 급증했다. 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 교수의 자기계발서 <일류의 조건>은 18년 만에 복간되자마자 2위를 차지했다.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을 쓴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이 1위에 올랐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자 백희나 작가의 신작 <알사탕 제조법>은 3위를 기록했다.안시욱 기자

    2024.03.29 18:58
  • [책마을] 울산은 왜 젊은이들을 붙들지 못하나

    울산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자동차와 조선(造船), 중화학 등 한국의 ‘3대 먹거리’를 책임지며 부를 쌓았다. 2022년 기준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7751만원으로 25년째 전국 1위를 지켰다.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도 ‘개마저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나왔을 정도였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화려했던 울산의 꽃이 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출간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는 30년 뒤 울산이 산업 쇠퇴와 고령화, 인구 감소로 인해 유령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언한다.저자는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5년 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펴낸 양승훈이다. 그는 신간에서 사회학, 노동경제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울산의 암울한 미래와 한국 제조업의 불투명한 전망을 제시한다.울산은 기적적인 성장으로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교역량을 자랑하는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견인했다. 태평양과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일찌감치 석유 기지로 활용된 것이 시작이었다. 1962년 울산공업지구가 들어서며 한국의 산업 수도로 급부상했다. 울산은 모험심 충만한 기업가들과 함께 성장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을 찾아 동전에 새겨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조선업의 물꼬를 튼 것은 익히 알려진 일화다.저자는 울산의 심장 박동이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꺼져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30대를 중심으로 인구가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청년들은 왜 울산을 떠날까. ‘첨단산업의 쌀

    2024.03.29 18:18
  • [책마을] 이집트 피라미드는 거대한 이정표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왜 그렇게 크게, 그리고 높이 지어야만 했을까.’최근 출간된 <건축의 형태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140m가 넘는 기자 대피라미드는 3800여 년간 인간이 세운 가장 높은 건축물로 군림했다. ‘무덤 주인의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그 불가사의한 크기가 속 시원하게 설명되지 않았다.책을 쓴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는 그 이유를 ‘사람’에서 찾았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해가 지는 나일강 서쪽에 피라미드를 지었다. 반대편인 나일강 동쪽에 마을이 있다는 건 상식이었다. 모래바람으로 시시각각 지형이 변하는 광활한 사막에서, 멀리서 식별될 만큼 거대한 피라미드가 일종의 이정표로써 필요했다는 해석이다.건축물의 정의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복잡한 건축 양식도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을 이해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책은 이처럼 그리스 신화를 통해 파빌리온 신전의 형태를,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며 로마네스크 양식을 설명한다. 건축에 막 입문한 독자에게 친절한 이정표를 제공한다.안시욱 기자

    2024.03.29 18:10
  • 피라미드는 왜 그렇게 크게, 높이 지어야 했을까 [서평]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왜 그렇게 크게, 그리고 높이 지어야만 했을까.' 최근 출간된 <건축의 형태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140m가 넘는 기자 대피라미드는 약 3800여년간 인간이 세운 가장 높은 건축물로 군림했다. '무덤 주인의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그 불가사의한 크기가 속 시원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책을 쓴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는 그 이유를 '사람'에서 찾았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해가 지는 나일강 서편에 피라미드를 지었다. 반대편인 나일강 동쪽에 마을이 있다는 건 상식이었다. 모래바람으로 시시각각 지형이 변하는 광활한 사막에서, 멀리서 식별될 만큼 거대한 피라미드가 일종의 이정표로써 필요했다는 해석이다.건축물의 정의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복잡한 건축 양식도 결국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을 이해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책은 이처럼 그리스 신화를 통해 파빌리온 신전의 형태를,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며 로마네스크 양식을 설명한다.책은 건축에 막 입문한 독자한테 친절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수십 개의 건축 양식도 단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근대 이전의 형태는 '제1형태(클래식)', 근대 이후는 '제2형태(모던)'이다. 저자는 둘 중 한 가지 형태만 제대로 기억하고 있더라도 건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근대 이전의 건축이 주로 왕족이나 귀족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면, 근대 이후로는 건축가의 개인적인 역량이 돋보이게 됐다. 산업혁명이 계기가 됐다. 교통의 발전과 도시

    2024.03.29 09:34
  • '기적의 공업도시' 울산은 왜 젊은이들을 지키지 못하나 [서평]

    울산은 자타공인 부자 도시다.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자동차와 조선(造船), 중화학 등 한국의 '3대 먹거리'를 책임져왔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과 현대중공업 등이 '산업화의 심장' 역할을 두둑이 해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숫자가 말해준다. 2022년 기준 울산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7751만원으로 25년째 전국 1위를 수성했다. 소득 수준도 높다. 1997년 IMF 외환위기 국면에도 '개마저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돌만큼 호황을 누렸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울산의 꽃 피던 시절도 옛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최근 출간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는 30년 뒤 울산이 산업 쇠퇴와 고령화, 인구 감소로 인해 유령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한다. 첨단 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성장통, 그리고 이른바 '귀족 노조'로 인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양승훈 저자가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서 5년간 일하며 펴낸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는 사회학, 노동경제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울산의 암울한 미래와 한국 제조업의 불투명한 전망을 제시한다.그동안 울산은 기적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지난 60여년 간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교역량을 자랑하는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견인했다. 태평양과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덕에 일찌감치 석유 기지로 활용된 것이 시작이었다.1962년 울산공업지구가 들어서며 한국의 산업 수도로

    2024.03.29 09:24
  • "91세 거장 열정에 반했다"…들라크루아展, 15만 관객 '흥행 돌풍'

    15만525명.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를 27일까지 찾은 관객 수다. 개막 이후 하루 평균 1711명(휴관일 제외)의 관객을 끌어모은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전시 중에서도 압도적인 흥행 1위다.구름처럼 몰린 관객 중에는 특별한 이들도 많았다. 최근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은 현대미술 거장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외손녀 벨라 마이어(69)다. 미국 뉴욕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제주에서 열리는 샤갈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들라크루아전에 들렀다. 마이어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거장의 손녀답게 작품들의 색을 찬찬히 뜯어봤고, 호평을 남긴 뒤 웃으며 전시장을 나갔다. ○작가도 어리둥절…뜻밖의 ‘최고 흥행’전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만큼이나 많은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림을 그린 들라크루아조차 그랬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긴 삶과 화가로서의 인생 동안 이렇게 많은 관람객은 접해본 적이 없다”며 “아흔한 살까지 살면서 인생에 이만한 영예가 없었다. 감동적인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럴 만도 했다. 들라크루아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개척한 거장은 아니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그 옛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들라크루아 자신도 말했다. “나는 거대한 곳(미술 역사)이 아니라 작은 정원에서 노는 평범한 화가일 뿐”이라고.그에게 15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비

    2024.03.28 18:45
  • 강에서 산으로… 한국화가 한경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젊어서는 산에서 배우고, 나이가 들면 강에서 배워라'라는 말이 있다. 격동하는 산줄기에서 젊음의 용기를 찾고, 인생이 무르익을수록 고고하게 흐르는 강물의 지혜를 구하라는 옛사람들의 조언이다.한국화가 한경혜(49)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활동 초기에 수묵담채로 그린 '물속 풍경'으로 알려진 한 작가는 완연한 중년을 맞아 설악산을 찾았다. 내면의 갈증을 느껴 산소 가득한 물을 마시고 싶었다고. 눈이 시릴 듯 청아한 늦가을에 희운각과 이를 둘러싼 천불동계곡의 오련폭포를 만났다.'설악산 희운각'은 한경혜 작가가 바라본 산수를 부감법(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그는 작가 노트에 "설악산을 화려한 산세와 변화무쌍한 날씨로 도착지까지 긴장을 느끼게 했다"며 "집으로 돌아와서야 안도의 한숨으로 순간의 생명이 지탱되는 것 같았다"고 썼다.서울 관훈동 갤러리인사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열두번째 개인전 '우리 산, 우리 물'의 주제는 설악산과 전남 화순 운주사 석불이다. 2002년 통인화랑 물항아리 전을 시작으로 줄곧 '물속 세계'에 골몰해온 작가가 처음 물 밖의 세계로 눈길을 확장한 셈이다. 작가는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실경(實景)을 그림으로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독실한 불교 신자인 한경혜 작가한테 불상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전남 화순군 천불산 기슭을 걷다가 마주한 운주사가 대표적이다. "절의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개씩 있다"(동국여지승람)고 전해지는 '천불천탑(千佛千塔)' 전설의 주인공이자, 일어나면 1000년간 태평성대가 이어진

    2024.03.28 14:04
  • 나를 만지지 마라… 거침없이 뒤집으며 '해방' 꿈꾸는 작가들

    "'프레스코화'는 예술 통제에 맞서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안리 살라)"여성들이 역동적으로 운동하는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다."(미에 키에르고르)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예술 세계를 위한 토양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안리 살라와 미에 키에르고르도 마찬가지다. 겹겹이 쌓은 잔잔한 프레스코화로, 거침없는 붓질로 완성된 동적인 회화로. 태어난 나라도 화풍도 딴판인 두 작가를 묶은 키워드는 온갖 제약과 통제에 대한 '해방'이다.  독재 사회에서 해방감 준 프레스코화 알바니아는 요동치던 20세기 유럽 정세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자리한 탓에 숱한 정권 교체를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유럽의 북한'이라 불릴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도 통제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안리 살라한테 프레스코화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 탈출구였다. 서울 이태원동 에스더쉬퍼에서 5월 11일까지 열리는 살라의 개인전 'Noli Me Tangere(라틴어:노리 메 탕게레·나를 만지지 말라)'는 그의 최근 프레스코 연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기원한 프레스코화는 덜 마른 회반죽 바탕 위에 안료를 겹겹이 채색하는 기법이다.살라는 프레스코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프레스코화는 안료가 다 마르기 전까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주제 선정부터 드로잉, 채색까지 엄격히 통제하는 사회에서 내게 자유와 디톡스를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관

    2024.03.28 10:03
  • 박테리아서 지구까지…"'소리'로 하나 되는 광주 만들 것"

    "최근 어딜 가더라도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실감합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미술전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에서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비엔날레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니콜라 부리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엽적인 '광주 정신'에 국한되기보단 국경 분쟁과 디아스포라, 기후변화 등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두루 탐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1995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최대의 미술 축제'로 손꼽힌다. 아트페어가 '큰손'들이 몰려드는 미술 장터라면, 비엔날레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일종의 박람회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15번째 전시회는 오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광주비엔날레, '세계를 아우른 전시회' 꿈꾼다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다. 17세기경 한반도 서남부에서 기원한 판소리는 소리꾼이 북소리에 맞춰 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통예술이다. 부리오 감독은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 같은 전시회"라며 "개인의 공간부터 지구 전체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공간을 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세계를 아우른 전시회'라는 기획 의도처럼 참여 작가의 면면도 다양하다. 6대륙 30개국에서 온 작가 73명이 출품을 앞두고 있다. 한국 작가 최하늘, 전혜주, 김영은 등 11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해외 작가들로 꾸려졌다.  박테리아부터 지구까지…'소리'로 하나 되는 광주이들의 이야기는 전시장 1층의

    2024.03.26 15:45
  • [이 아침의 화가] 통제에 맞선 예술가…안리 살라

    20세기 남유럽의 알바니아는 격랑의 시대를 보냈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자리한 탓에 여러 전쟁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1990년대 민주화의 물결이 일렁일 때까지 예술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다.알바니아 출신 세계적인 예술가 안리 살라(50·사진)는 예술에 대한 통제에 정면으로 맞선 작가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폐쇄적인 사회와 소통 단절을 풍자하는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최근 프레스코 기법을 활용한 회화 연작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1976년생인 살라는 조국 알바니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학교 티라나 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정규 교육과정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작품의 주제부터 화풍, 색채까지 엄격히 통제된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회화가 아니라 영상 작업에 몰두한 것도 틀에 박힌 예술 풍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무채색 도시였던 고향 티라나가 알록달록한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색칠해 주세요’(2003), 사라예보 내전을 담은 ‘붉은색 없는 1395일’(2011) 등을 선보였다.작가의 예술 실험은 최근 대리석을 결합한 프레스코화에 도달했다. 프레스코는 덜 마른 회반죽 바탕 위에 안료를 채색하는 기법이다. 서울 이태원동 에스더쉬퍼에서 5월 1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그의 근작을 만나볼 수 있다.안시욱 기자

    2024.03.22 18:38
  • 한없이 유하다가도 놀랄 만큼 강인한…韓할머니, 비엔날레 울렸다

    누구나 간직하는 ‘할머니의 기억’이 있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 소복이 쌓인 밥공기, 마당에서 익어가는 구수한 누룩 냄새…. 인생의 굴곡을 묵묵히 걸어온 할머니들의 굽은 등은 그 자체로 어렴풋한 ‘어떤 시절’을 소환한다.한국인만 공감하는 건 아니다.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한국 할머니들의 서사가 계속 환영받고 있어서다. 2019년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강서경 작가(46)의 ‘그랜드마더 타워’가 설치됐다. 다음달 열리는 올해 비엔날레엔 88세 원로작가이자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작품 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김윤신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두 작가가 각자 삶의 기억을 표현한 방식은 딴판이다. 강서경은 실크와 실을 활용한 회화로 부드러운 굴곡을, 김윤신은 전기톱으로 원목을 깎아 만든 조각으로 단단하고 강인한 성질을 강조했다. 비슷하면서 다른 이들의 ‘할머니 기억’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마침내 조우했다.“병중(病中)이셨던 저의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받은 감동도 작품의 동기가 됐어요. 이건 한국인, 특히 한국의 모든 할머니 이야기죠.”강서경 작가가 5년 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그랜드마더 타워’ 연작을 출품하며 했던 말이다.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휘어있는 철사를 색실로 감아 쌓아 올린 조각이다. 민담 속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꼬부랑 할머니’를 연상케 한다. 비틀거리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는 모습은 마치 히어로물의 캐릭터 같다.강서경은 힘겨운 삶에도 굴하지 않았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예술혼과 결부해왔다. 지난 19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관에서 열린 개

    2024.03.21 18:01
  • "굿바이 유소연"… 다음 달 LPGA 셰브런 챔피언십 끝으로 은퇴

    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유소연(34)이 16년간 누빈 필드를 떠난다.유소연은 다음 달 18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셰브런 챔피언십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21일 밝혔다. 유소연은 국내외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딴 것이 시작이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에서는 신인 때부터 2020년까지 10승을 쌓았다.LPGA 투어에서는 2011년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6차례 우승했다. LPGA 투어 신인왕(2012년)과 올해의 선수상(2017년)도 탔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와 유럽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각각 1승씩 따냈다. US여자오픈, 한국여자오픈, 일본여자오픈, 캐나다여자오픈, 중국여자오픈 등 5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석권하기도 했다.2017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랭킹 정상에 오른 것은 신지애, 박인비에 이어 세 번째였다. 2018년 마이어 클래식을 끝으로 LPGA 투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20년 한국여자오픈 정상이 최근 우승이다.유소연이 은퇴 무대로 삼는 셰브런 챔피언십은 그의 전성기인 2017년 정상에 올랐던 대회다. 당시 ANA인스퍼레이션이란 이름으로 열렸다. 유소연은 "대회 전통에 따라 우승하고 18번 홀 그린 옆 연못에 뛰어든 추억이 쌓인 곳이라 은퇴 무대로 정했다"고 말했다.유소연은 "많은 대회에 출전했는데 은퇴 경기를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골프를 통해 배운 만큼 앞으로 골프계에 다양한 방면에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4.03.21 15:02
  • "할머니는 위대해" 세계가 주목하는 강서경과 김윤신의 어떤 조우

    누구나 간직하는 ‘할머니의 기억’이 있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 소복이 쌓인 밥공기, 마당에서 익어가는 구수한 누룩 냄새…. 인생의 여러 굴곡을 묵묵히 걸어온 할머니들의 굽은 등은 그 자체로 어렴풋한 ‘어떤 시절’을 소환한다. 한국인들만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의 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한국 할머니들의 서사가 지속적으로 환영받고 있어서다. 지난 2019년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강서경 작가의 ‘그랜드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가 설치됐다.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비엔날레엔 88세 원로작가이자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작품 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김윤신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두 작가가 각자 삶의 기억을 표현한 방식은 딴판이다. 강서경은 실크와 실을 활용한 회화로 부드러운 굴곡을, 김윤신은 전기톱으로 원목을 깎아 만든 조각으로 단단하고 강인한 성질을 강조했다. 비슷하면서 다른 이들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조우했다.  "이건 한국의 모든 할머니 이야기"“병중(病中)이셨던 저의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받은 감동이 작품의 동기가 됐

    2024.03.21 10:31
  • 마지막조차 예술이 되는 곳…고목에도 싹이 돋는다

    노후가 두려운 이유는 치매가 가장 크다.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가족을 떠나야 할 수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은 치매를 어떻게 볼까.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20일 개막한 기획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상실과 망각의 세계를 회화 사진 조각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면서다. 전시회에는 알란 벨처, 루이스 부르주아, 셰릴 세인트 온지, 로버트 테리엔, 더 케어테이커&이반 실, 시오타 치하루, 정연두, 민예은 등 국내외 작가 10팀이 출품했다.“사진 찍을 땐 머리 매만진 엄마”미국 사진작가 셰릴 세인트 온지(사진)는 백발의 노인을 피사체로 삼은 연작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2018~2020)를 선보였다. 그의 모친은 2015년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뉴햄프셔 농장에서 수십 년간 딸과 함께 쌓아온 추억들이 조금씩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어느 날 온지는 나른한 햇살이 어머니를 비추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어머니를 가볍고도 명랑하게 촬영했다. 조류 관찰자였던 모친은 치매에 걸린 뒤에도 말총으로 새 둥지를 만들며 놀았다. 온지는 “어머니는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해맑게 머리를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곤 했다”고 말했다.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6점의 ‘밀실’ 연작으로 기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밀실1’(1991)에는 작가의 유년기 기억이 담겼다. 페인트가 벗겨진 허름한 문틈 사이로 앙상한 침상과 의료 도구들이 보이는데 장기간 병상에 누워 있었던 어머니

    2024.03.19 17:58
  • 풋조이, 일명 '임성재 골프화'…단단한 접지력 유지

    골프화는 단순히 예쁘거나 멋진 신발이 아니다. 많은 프로 골퍼가 ‘15번째 클럽’으로 부를 정도로 골프화 선택에 신중을 가한다. 접지력과 반발력, 편안한 착용감을 두루 갖춘 골프화는 골퍼들한테 선택이 아닌 필수다.올 상반기 가장 눈여겨볼 신제품은 풋조이(FJ)의 ‘PRO/SLX’다. 2016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투어 선수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으며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PRO/SL’의 후속 모델이다. 골프화 전문 기업 풋조이가 160여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집약해 내놓은 신작이다.‘PRO/SLX’는 골퍼들 사이에서 ‘임성재 골프화’로 유명하다. 골프용품 선택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임성재 선수의 선택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풋조이 관계자는 “지난 7년간 ‘PRO/SL’을 고집하던 임성재 선수도 최근 ‘PRO/SLX’를 한번 신어본 뒤 바로 골프화를 바꿨다”고 했다.폭발적인 장타는 안정적인 하체에서 나온다. 발과 지면이 맞닿는 ‘아웃솔’이 골프화의 성능을 좌우하는 이유다. ‘PRO/SLX’는 자체 개발한 ‘파워 트랙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아웃솔 중심부에 X자 모양으로 펼쳐진 ‘3D 엑스윙’이 스윙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반발력으로 전환한다. 밑창을 둘러싼 ‘레이스 트랙’과 ‘래디얼 디스크’가 단단한 접지력을 선사한다.편안한 착용감도 중요한 요소다. ‘PRO/SLX’는 착용자의 발에 가해지는 하중을 흡수하기 위해 미드솔에 ‘스트라토폼’을 도입했다. 뒤꿈치 부분에는 쿠션을 한층 더 보강했고, 발 걸림을 방지하기 위해 발등 부분을 이중 레이어로 설계했다. 통풍과 방수를 겸하기 위해 영국 피

    2024.03.19 16:17
  • 테일러메이드, 한정판 모델…'MOI 10K' 기술로 관용성 좋아

    테일러메이드가 Qi10 시리즈의 한정판 모델인 ‘Qi10 DS(Designer Series)’ 드라이버 4종을 출시했다. Qi10 DS는 기존 Qi10 시리즈의 관용성과 기술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드라이브 헤드에 포인트 컬러를 장착해 탄생했다. Qi10 DS 블랙·레드, Qi10 MAX DS 블루화이트·블랙골드 등 총 4종이다.한정판으로 제작된 이번 모델은 개성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골퍼들한테 최적화됐다. Qi10 DS 블랙은 헤드 전체에 ‘올 블랙’을 입혔다. Qi10 DS 레드는 솔과 그루브, 크라운 로고에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Qi10 MAX DS 블루화이트는 페이스와 솔에 블루와 화이트를 칠하고, 흰색으로 카본 컴포지트 링을 장식했다. Qi10 MAX DS 블랙골드는 검정과 금색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했다.Qi10 MAX DS 블루화이트·블랙골드에는 테일러메이드 최초로 1만 MOI(관성모멘트)를 제공하는 ‘MOI 10K’ 기술력도 적용했다. MOI는 헤드의 직진성을 높여 볼의 휘어짐을 억제하는 관용성을 뜻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안정적인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 첨단 경량 소재와 혁신적인 헤드 모양, 전략적인 무게 배치를 조합한 결과다.브라이언 바젤 테일러메이드 제품 제작 부사장은 “테일러메이드는 최초의 메탈우드부터 60겹 카본 트위스트 페이스까지 한계를 넘어왔다”며 “MOI 10K를 달성한 것은 테일러메이드의 또 한 번의 혁신 사례”라고 했다.Qi10 시리즈는 프로 무대에서도 퍼포먼스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최근 열린 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Qi10 드라이버와 함께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외에도 Qi10 드라이버는 2024년 시즌 1월에만 5승을 기록했다.선착순 구매 고

    2024.03.19 16:15
  • 황혼의 치매가 예술이 될 때…'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날들'

    수명이 늘어나며 치매로 고통받는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기억력 저하로 인한 일상적인 어려움, 가족과 간병인 등 주변인과의 관계, 때론 인간의 존엄성마저 위협하는 순간들까지. 지난해 중앙치매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치매가 암, 뇌졸중 등을 제치고 '가장 두려운 고령자 질병'으로 꼽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두렵고 감추기만 해야 할 일일까. 예술은 치매와 기억의 불완전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20일 개막한 기획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삶의 황혼기를 '어쩌면 더 아름다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소녀 같은 엄마' 촬영한 셰릴 온지모두가 저마다 다른 기억을 안고 살아가듯,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해석을 선보인다. 알란 벨처, 루이스 부르주아, 셰릴 세인트 온지, 로버트 테리엔, 더 케어테이커&이반 실, 시오타 치하루, 정연두, 민예은 등이 출품했다.미국의 사진작가 셰릴 세인트 온지는 한 백발의 노인을 피사체 삼은 연작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2018~2020)를 전시했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나 수줍은 소녀 같은 이 노인은 사실 작가의 어머니다.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농장 일을 하는 등 일상적인 사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했다.작가의 모친은 2015년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았다. 미국 뉴햄프셔 농장에서 수십년간 함께한 모녀의 추억도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는 듯했다. 상실감에 빠진 작가는 잠시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어머니를 비추는 나른한 햇살의 아름다움을 마주했다. 손이 닿는 곳

    2024.03.19 09:19
  • 오직 한국인만 이해하는 사랑 미국을 울린 서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다. 나영과 해성은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다. 둘의 관계는 나영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 가며 갈라진다. 12년 뒤 우연히 SNS를 통해 재회하지만, 각자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멀어진다. 그로부터 다시 12년이 흐른 현재 해성은 나영을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는다. 나영의 곁은 남편 아서가 지키고 있다.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풀어낸 장편 데뷔작이다. 이민자 출신 감독이, 그것도 데뷔작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유태오, 그레타 리 등 한국계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이 로맨스는 세계 영화상 75관왕을 석권했다.구태의연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연’과 ‘전생’ 등 영화의 철학적 배경은 가볍지 않고, 카메라 구도와 소품 등 연극적 장치들은 정교하다.뻔한 서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은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 ‘인연’이다. 나영은 아서한테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어엔 ‘인연’이란 말이 있어. 섭리나 운명을 뜻하는 건데, 전혀 모르는 사람 둘이 길을 걷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해.” 인연 개념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겐 다소 유치할 수 있지만, 해외 관객이라면 신선하게 느낄 만한 대목이다.언어는 달라도, 모든 사람은 잊지 못할 인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터.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 보편적인 지점을 아름답게 다듬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소규모로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북미 전역에 확대 개봉했다.영화 마무리 부분 나영과 해성이 헤어지는 장면의 연출이 압권이다. 둘은 아무 대사 없

    2024.03.17 18:08
  • 북녘 '칠보산' 절경 담은 디지털 영상 전시회, 한·미서 동시 개최

    함경북도의 명산 칠보산의 풍경이 한국 국립고궁박물관과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을 소재로 한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를 연다고 15일 발표했다. '칠보산도병풍'의 디지털 영상을 전시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5월 26일)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9월 29일)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칠보산도병풍'은 함북 명천(明川)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묘사한 그림이다. 함경도 회령부 판관이던 임형수가 1542년 칠보산을 유람하고 쓴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를 계기로 지역의 명소가 됐다. 산세(山勢)의 자태가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비견돼 '작은 금강'으로도 불렸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며 칠보산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19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병풍은 총 10폭으로 구성됐다. 모두 펼치면 가로 460cm, 세로 185.2cm 크기다. 당대 유행한 연폭(連幅) 형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연폭은 병풍 각 폭의 각 장면이 서로 이어져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형태를 뜻한다.병풍은 칠보산 전경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1폭 상단에 적힌 글귀인 화제(畵題)가 칠보산 명칭의 유래가 적혀있다. 봉우리와 바위 곳곳에 개심사(開心寺), 회상대(會象臺), 금강굴(金剛窟) 등 명소들의 지명도 확인된다.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임형수가 칠보산으로 유람을 떠났던 3월 15일로 개막일을 맞췄다. 전시는 병풍의 디지털 영상 및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3D 뷰어 콘텐츠' 등으로 구

    2024.03.15 15:19
  • 출산, 돌봄 노동, 이주 여성…소외받은 삶이 모여 '합창'이 된다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가장 환호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여러 포인트가 있을 테지만, 독주자의 화려한 애드리브를 기대하는 청중도 적지 않다. 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 연주자가 즉흥적인 기교로 선보이는 '카덴차'에 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퍼포먼스 미디어아트'를 추구해온 조영주 작가의 카덴차는 이런 면에서 독특하다. 그의 영상 작업은 화려하지 않다. 실력 있는 연주자 혼자만을 부각하는 '독주(獨奏)'도 아니다. 조영주의 작품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 이민자 등 사회에서 자주 소외된 이들을 조명한다. 하지만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몸짓은 관객한테 전율을 선사하기 충분하다.서울 청담동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조영주 개인전 '카덴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날 기회다. 작가는 작업 초기인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소수자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를 미디어로 구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여성 노동'을 중심으로 10점의 영상과 설치작품,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지난 2020년 제20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을 계기로 열린 전시다.작가의 퍼포먼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체'다. 작업에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고요한 동시에 치열하다. 퍼포머들이 서로의 몸을 조이고 마찰하는 화면에 거친 숨소리로 구성된 배경음악을 결합한다. "인간의 몸은 이들이 살아간 사회문화적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듯 말이죠."비디오 설치작품 '이산 신체 해후'(2024)는 그중 여성들의 근현대사를 다룬다. 4명의 연극배우가 각자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살아간 여성을 연기한다. 1960년대 파

    2024.03.14 09:51
  • '나'는 정말 '나'일까…"5명 중 1명은 '다중 인격'을 경험한다" [서평]

    "크리스틴 L. 비첨(가명)은 여러 개의 인격이 발달한 사람이다. 그는 세 가지 다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일 수 있다. 같은 몸을 쓰고 있지만, 그들 각각은 신념, 성격, 취향과 기억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1906년 신경학자 몰턴 프린스가 기록한 실험 일지 중 일부다. 어느 날 크리스틴이란 환자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그를 찾았다. 약물 처방으로는 차도가 없었다. 대신 최면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자 자신을 '크리스' '샐리'라고 부르는 다른 인격들이 튀어나왔다. 오늘날 '해리성 인격장애'라고 불리는 증상이 처음 기록된 순간이었다.일부 환자의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러 개의 분리된 자아가 형성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출간된 <나라는 착각>은 "매년 5명 중 1명은 비인격화 증상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어떤 형태로도 '해리'(의식의 분열)를 경험한다"고 주장한다.미국 에모리대 심리학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그레고리 번스가 썼다. 그는 뇌과학과 심리학,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실험 결과를 토대로 뇌 속에서 정보가 어떤 경로로 편집되고, 어떻게 자아정체성의 형성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한다.주장의 핵심은 '자아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번스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자아를 가지고 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르는 순간 미래의 '나'가 현재로, 다시 과거로 미끄러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당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느 버전이 진짜 당신인지 규정할 수 있겠나."인간의 뇌가 '불완전한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두뇌에는 실제 사건을 원본 형태 그대로

    2024.03.12 23:24
  • 조선 부귀영화 염원 담은 '곽분양행락도' 독일로 돌아간다

    8폭짜리 병풍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펼쳐져 있다. 신선처럼 보이는 노인이 집 마루에 앉아있고, 주변에 처첩과 자손들이 늘어섰다. 잔치의 흥을 돋우는 무희들 주위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한눈에 봐도 경사스러운 날임을 알 수 있다.조선 후기 유행했던 '곽분양행락도'의 모습이다. 중국 당나라 때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렸던 분양왕 곽자의(697~781년)의 노년을 묘사했다. 누구나 바라지만 아무나 살 수 없던 인생을 모방하고 싶었던 걸까. 궁중과 사대부 집안에 주로 걸렸던 '곽분양행락도' 병풍 양식은 19세기 이후 민가까지 확산했다.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병풍이 우리 손에 의해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1일 서울 상도동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보존 처리를 마친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를 공개했다. 지난 2022년 말 보존·복원 사업에 착수한 지 약 15개월 만의 성과다.곽분양행락도의 주인공인 곽자의는 입신양명과 부귀영화, 무병장수를 두루 누린 '복락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당나라 무신으로서 '안사의 난'(755~763년)에서 무공을 세웠고, 토번(티베트)을 평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나라 황제로부터 분양군왕으로 봉해졌다. 슬하에 16여명의 자녀를 두고 황실과 사돈을 맺을 정도로 영예를 누렸다.유물은 전부 펼치면 가로 408.8㎝, 세로 183.2㎝ 크기다. 국내외 현전하는 40여개의 곽분양행락도의 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3폭은 축하객이 즐비한 정원이 들어섰다. 4~6폭은 곽자의와 손자, 악대와 무희 등 연회 장면을 묘사했다. 7~8폭은 여성들의 공간으로, 부인과 젖먹이 아이, 치장하는 여

    2024.03.11 15:19
  • 'AI 눈사람'·'숏폼 영상'이 미술관에 걸렸다

    세상의 변화는 젊은 예술가들한테 도전이자 창작의 밑거름을 얻을 기회다. 대량생산체제의 등장을 포착한 앤디 워홀은 33세에 캠벨 수프 캔을 모티브로 한 팝아트를 탄생시켰다. 영상 미디어를 일찌감치 눈여겨본 백남준은 30대에 비디오아트를 개척했다.미래의 변화는 어떤 ‘제2의 워홀’ ‘차세대 백남준’을 탄생시킬까. 1980년대생 작가 노상호 황수연은 디지털 세계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나란히 열린 개인전에서 노상호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 오류에, 황수연은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에 착안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노상호, AI 생성 ‘이미지 오류’에 주목가로·세로 3m 대형 화면을 불타는 눈사람이 가득 채우고 있다. 노상호 작가의 ‘홀리’(2024)는 이처럼 디지털 가상세계에서나 일어날법한 비현실적인 사건을 화폭에 재현한다. 작가가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에 자신의 기존 작품을 입력해 얻은 도상을 에어브러시를 활용해 그린 결과다.1986년생인 노 작가는 낯선 기술의 등장을 작품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왔다. 2021년부터 3차원(3D) 영상 제작 기술을 익혀 도입했고, 이듬해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에 천착했다. 온라인에 부유하는 수많은 이미지를 입력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AI가 생성한 도상 가운데 작가가 선별한 이미지만을 재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최근 ‘홀리’ 연작에 도달했다.작가는 AI가 제공하는 신비하고도 기이한 감정을 종교적 성스러움을 뜻하는 홀리에 비유한다. 종교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삼면화 형식을 채택한 작품에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AI 이미지가 들어섰다. 과거 화가들이 귀한 안료로 어겨 종

    2024.03.10 17:39
  • AI가 만든 눈사람, '쇼츠'의 알쓸신잡…젊은 작가들이 포착한 '비현실적인 현실'

    세상의 변화는 젊은 예술가들한테 도전이자 창작의 밑거름을 얻을 기회다. 대량생산체제의 등장을 포착한 앤디 워홀은 33세에 캠벨 수프 캔을 모티브로 한 팝아트를 탄생시켰다. 영상 미디어를 일찌감치 눈여겨본 백남준은 30대에 비디오아트를 개척했다.미래의 변화는 어떤 '제2의 워홀', '차세대 백남준'을 탄생시킬까. 두 명의 1980년대생 작가 노상호, 황수연은 디지털 세계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 갤러리에 나란히 열린 개인전에서 노상호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 오류에, 황수연은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에 착안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노상호, AI가 생성한 '이미지 오류'에 주목가로세로 3m 대형 화면을 불타는 눈사람이 가득 채우고 있다. 노상호 작가의 '홀리'(2024)는 이처럼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나 일어날법한 비현실적인 사건을 화폭에 재현한다. 작가가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에 자신의 기존 작품을 입력해 얻은 도상을 에어브러시를 활용해 그린 결과다.1986년생인 노 작가는 낯선 기술의 등장을 작품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왔다. 2021년부터 3D 영상 제작 기술을 익혀 도입했고, 이듬해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에 천착했다. 온라인에 부유하는 수많은 이미지를 입력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AI가 생성한 도상들 가운데 작가가 선별한 이미지만을 재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최근 '홀리' 연작에 도달했다.작가는 AI가 제공하는 신비하고도 기이한 감정을 종교적 성스러움을 뜻하는 '홀리'에 비유한다. 종교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삼면화' 형식을 채택한 작품에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AI 이미지가 들어섰다. 과거 화가들이 귀한

    2024.03.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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