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1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함경북도의 명산 칠보산의 풍경이 한국 국립고궁박물관과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을 소재로 한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를 연다고 15일 발표했다. '칠보산도병풍'의 디지털 영상을 전시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5월 26일)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9월 29일)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칠보산도병풍'은 함북 명천(明川)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묘사한 그림이다. 함경도 회령부 판관이던 임형수가 1542년 칠보산을 유람하고 쓴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를 계기로 지역의 명소가 됐다. 산세(山勢)의 자태가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비견돼 '작은 금강'으로도 불렸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며 칠보산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미국 클래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문화재청 제공
미국 클래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문화재청 제공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병풍은 총 10폭으로 구성됐다. 모두 펼치면 가로 460cm, 세로 185.2cm 크기다. 당대 유행한 연폭(連幅) 형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연폭은 병풍 각 폭의 각 장면이 서로 이어져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형태를 뜻한다.

병풍은 칠보산 전경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1폭 상단에 적힌 글귀인 화제(畵題)가 칠보산 명칭의 유래가 적혀있다. 봉우리와 바위 곳곳에 개심사(開心寺), 회상대(會象臺), 금강굴(金剛窟) 등 명소들의 지명도 확인된다.
미국 클래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1폭 상단 '화제' 부분 /문화재청 제공
미국 클래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1폭 상단 '화제' 부분 /문화재청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임형수가 칠보산으로 유람을 떠났던 3월 15일로 개막일을 맞췄다. 전시는 병풍의 디지털 영상 및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3D 뷰어 콘텐츠' 등으로 구성됐다.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선 이날 칠보산도병풍 실물과 디지털 영상으로 구성된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문화재청과 재단이 국외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추진한 최초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이란 점에서 의미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클리블랜드미술관의 협조 덕에 디지털 영상으로 실감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해외 곳곳의 'K 공유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세계인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기회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