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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은?…'증시 붕괴론' 없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근 나라 안팎에서 각종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 증시에서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진콜, 디폴트 심지어는 붕괴설까지 나돌고 있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언론에 게재되는 ‘위기설’과 ‘위기’를 토대로 산출한 ‘어조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해외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는 위기설을 의심할 정도로 긍정적이어서 확연한 온도 차가 난다. 가장 반가웠던 것은 지난달 유럽계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한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양대 평가사도 피치와 같은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올 들어 3대 국제 신용평가사는 각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사례가 거의 없고 하향 조정만 해왔다. 앞으로의 신용등급 의향 평가인 ‘전망’도 그랬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돌출 요인이 없었다면 ‘상향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국채의 위상은 올라갔다. 세계국채지수(WGBI)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 예비명단에 들어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3월에 선진국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WGBI를 벤치마크하는 글로벌 자금이 35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국채시장에 약 50조~6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국내 증시 붕괴론자의 시각과 달리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 2600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등 대부분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국 증시 전망은 국내보다 낙관적이다. 한국의 펀더멘털이 괜찮고 대표 기업 주가가

    2022.10.23 17:33
  • 조기경보 신호등 체계로 본 '제2 외환위기설' 실체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 3년 동안의 한국 경제는 ‘뉴노멀’로 요약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듯이 뉴노멀 리스크는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테일 리스크로 분류된다. 검증된 대책이 없다 보니 곧바로 위기설로 직결되는 ‘미첼의 함정’에 걸린다.미국의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과거 낙관론에 젖어있었던 사람들은 쉽게 비관론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뉴노멀 리스크의 경우 사후 대책은 큰 의미가 없다. 발생 전에 징후를 포착해야 경제주체들의 사전 준비가 가능하고 위기 발생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돌고 있는 ‘제2 외환위기설’처럼 내외부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위기설이 제기되는 국가일수록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조기경보 신호등 체계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한국은행 등이 발생국의 사례를 토대로 실증 분석한 외환위기 전염 경로를 보면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위기 징후가 가장 빨리 포착되는 것은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다. CDS 금리가 장기 평균치에서 표준편차의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외국인 자금의 순유입세는 줄고, 위기 발생국의 통화 가치는 변동성이 커지거나 절하 단계에 들어간다.상황이 더 악화해 CDS 금리가 장기 평균치에서 표준편차의 네 배 이상으로 급등하면 외국인

    2022.10.16 17:53
  • 미국 중앙은행이 무너진다…韓銀의 선택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 등을 중심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 현안을 Fed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추진 중인 금리 인상부터 ‘방향 전환(pivot)’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국제적으로 ‘탈(脫)Fed’ 현상도 빨라지는 추세다.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친중 신흥국을 중심으로 이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Fed를 쫓아가다가 자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한때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했던 Fed가 어쩌다 이 지경에 몰렸는가. 주목할 점은 2020년 3월 임시회의에서 나온 코로나19 대책부터 잘못됐다는 ‘원죄론(original sin)’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와 달리 바이러스 문제인 코로나 사태를 맞아 실시한 ‘제로’ 기준금리, 금융위기보다 더 강력한 ‘양적완화’가 과잉 대책이라는 판단에서다.오히려 재정이 보다 더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금융완화 수위를 조절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금융 쇼크를 피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코로나 대응 실패로 피해액이 커진 데 따른 Fed 긴급조치의 불가피성을 빼놓지 않고 있는 점은 다음달 중간선거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Fed의 1선 목표인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유지하는 것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Fed는 작년 4월부터 인플레 쇼크가 발생했는데도 올해 3월 첫 금리

    2022.10.10 17:36
  •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美·中 간 국채전쟁…원·달러 환율, '캉드시 라인' 돌파

    최근 달러 강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인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달러 강세가 2차 대전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빅뱅을 초래했던 ‘상징선(pivot)’을 순차적으로 넘어서고 있다.달러 강세에 따른 위험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과 일본은행(BOJ)의 울트라 금융완화정책과 맞물려 엔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지난 4월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넘느냐를 놓고 “안 넘는다”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와 “130엔까지 갈 것”이라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관(일명 미스터 엔) 간 논쟁에서 태동된 ‘구로다 라인’과 ‘미스터 엔 라인’이 모두 무너졌다. 9월 들어서는 엔화가 추락하더라도 불가능할 것으로 봤던 ‘플라자 라인’마저 뚫렸다. 플라자 라인이란 142엔 선의 엔·달러 환율 수준을 말한다. 2차 오일쇼크로 불거진 물가를 잡는 과정에서 심화된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9월 선진 5개국이 맺었던 플라자 합의 당시의 환율이다.  달러 강세, 신흥국 디폴트 위기까지 초래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심상치 않다. 1999년 ‘1달러=1유로’와 ‘패러티 라인’에서 출발했던 유로화 가치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당시 한차례 붕괴 위험에 몰린 적이 있지만 작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가 집중되면서 지난 7월 패러티 라인이 힘없이 무너진 후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영국의 파운드화는 ‘검은 수요일’ 30주년을 맞아 ‘소로스 라인’이 뚫렸다. 검은 수요일이란 19

    2022.10.06 14:10
  • 오징어 게임으로 풀어본 역환율전쟁…최후 승자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세계적으로 최고 드라마로 평가받는 ‘오징어 게임’이 유행은 대유행인가 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부상해 병원에 입원한 러시아 병사들까지 이 드라마로 비유되기 때문이다.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본격화하고 있는 역환율전쟁도 이 드라마를 적용하면 잘 설명된다. 감독인 Fed와 미국 재무부, 주연은 달러화, 조연은 원화를 비롯한 각국 통화, 시나리오 구성은 서바이벌 데스 게임으로 상대방이 최후 저지선(final draw)이 뚫리면 환투기 세력의 집중 타깃이 돼 추락한다는 내용이다.첫 무대에 오른 게임 참가자는 달러화와 엔화다. 이 게임은 관객이 긴장할 틈도 없이 너무 빨리 너무 싱겁게 끝나 버렸다. 엔·달러 환율은 1차 저지선인 구로다 라인(125엔), 2차 저지선인 미스터엔 라인(130엔)이 잇달아 뚫린 데 이어 최후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플라자 라인(142엔)마저 무너졌다.엔화가 추락한 것은 정치, 행정규제, 국가채무, 젠더, 글로벌 분야에서 일본이 5대 선진국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함정이란 선진국에 진입했던 국가가 중진국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아랑곳하지 않는 일본은행의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 고집도 패배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달러화의 다음 상대인 유로화도 최후 저지선인 패리티 라인(1유로=1달러)이 힘없이 무너졌다. 유로화 가치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당시 한 차례 붕괴될 위험에 몰린 적이 있지만 지난해 말까지는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가 집중되면서 유럽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치욕적

    2022.10.03 17:27
  • 韓, 쿼드러플 신용경색…'SF 복합위기'로 악화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슈퍼 위크를 맞아 대부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신화를 바탕으로 2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종료되고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경제주체들이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불과 6개월 만에 들이닥친 고금리 시대를 맞아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빚의 복수’다. “다시 고금리 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부채 경감 착각(debt deflation syndrome)’에 빠져 무서운 줄 모르고 빌려 쓰는 과정에서 세계 빚은 위험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빚은 우리 돈으로 30경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260%에 달해 상환 가능한 임계치인 200%를 훨씬 넘어섰다. 세계 인구 75억 명 기준으로 1인당 빚을 계산한다면 40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더 우려되는 것은 자금 사정이 쿼드러플 공포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얼어붙는 신용경색 현상이다. Fed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국제 유동성 시장은 Fed 공포, 자국 중앙은행 공포, 마진콜 혹은 디폴트 공포에 이어 앞길이 보이지 않는 뉴 애브노멀 공포까지 겹치면서 얼어붙고 있다.특히 Fed의 통화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이 심하다. Fed 공포로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서든 스톱’, 1년 이상 지속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은행으로 흡수되는 ‘역무브’, 증거금 부족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의 ‘디레버리지’, 불확실성에

    2022.09.25 17:59
  • 국제 환투기 세력은 왜 원화 방어능력을 주목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근 달러 강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시작된 달러 강세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빅뱅을 몰고 왔던 ‘낙인(stigma)선’을 순차적으로 넘어서고 있다.첫째, 일본은행(BOJ)의 울트라 금융완화정책 고집으로 엔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월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넘느냐를 놓고 “안 넘는다”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와 “130엔까지 갈 것”이라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 간 논쟁에서 생긴 ‘구로다 라인’과 ‘미스터 엔 라인’이 모두 뚫렸다. 이달 들어서는 ‘플라자 라인’마저 무너졌다. 이는 2차 오일쇼크로 불거진 물가를 잡는 과정에서 심화된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 5개국 간 맺은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당시 엔·달러 환율 수준인 142엔을 말한다.둘째, 유로화 약세도 엔화 못지않다. 1999년 ‘패리티 라인(1유로=1달러)’에서 출발한 유로화 가치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당시 한 차례 붕괴될 위험에 몰린 적이 있지만 작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가 집중되면서 지난 7월에는 패리티 라인이 힘없이 무너졌다.‘블랙 데이’ 30주년을 맞아 영국의 파운드화도 ‘소로스 라인’이 뚫렸다. 블랙 데이란 1992년 9월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파운드화를 투매해 영국을 유럽환율메커니즘(ERM)에서 탈퇴시킨 사건을 말한다. 앞으로 파운드화는 ‘1파운드=1달러’ 선마저 무너지면서 유로화와 같은 운명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셋째, 위안화 환율은 이른바 ‘포치(破七) 라인’이

    2022.09.18 17:33
  • 美·中 국채전쟁…원·달러 환율, 캉드쉬 라인 돌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빠른 속도로 내다 팔고 있다. 한때 1조3000억달러가 넘던 미국 국채 보유분을 지난 8월 말에는 9500억달러 선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하면서 단기적으로는 8000억달러, 중장기적으로는 5000억달러까지 줄여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으로 미·중 간 마찰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견제는 ‘나바로 독트린(까마귀 대 까마귀)’에 따라 무역 분야에만 치중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설리번 독트린(독수리 대 까마귀)’에 따라 기득권 분야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국부를 좌우할 인프라 분야의 자급도를 끌어올려왔다. 동시에 중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인 ‘신용경색’을 겨냥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시황제 등극’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제3의 톈안먼 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성과를 거둬왔다.중국이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일이다. 중국의 국채 매각으로 시장금리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이상으로 올라가면 연방부채 상한을 넘어선 국가채무와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정곡을 찌를 수 있다.‘역(逆)트리핀 딜레마’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양적축소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국채 매각으로 유동성이 더 줄어들면 달러 가치가 강세가 되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강달러 부

    2022.09.12 18:07
  • 바이든 정부의 7대 新위기 증후군…윤석열 정부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조 바이든 정부가 집권 전반기도 채 끝나기 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학계와 월가를 중심으로 종전과 다른 새로운 위기 증후군에 빠져들고 있어 벌써부터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첫째, 경기를 보는 시각이 이미 ‘마냐냐 위기(manana crisis)’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스페인어로 마냐냐란 ‘내일’이란 뜻이다. 미국 국민 가운데 70% 이상이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경제 각료들은 ‘내일은 태양이 뜬다’는 식으로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마냐냐 위기론의 대표적인 예는 김영삼 정부 시절 외환위기를 초래한 강경식 경제팀의 ‘펀더멘털론’이다. 바이든 정부의 마냐냐 위기론은 경제위기가 아니라 경제 인식의 위기다. 경제 인식이 제대로 안 되면 정책은 실기하고 대증요법에 의존하게 돼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둘째, 바이든 정부가 경기가 괜찮다고 판단하는 유일한 근거인 고용시장도 ‘착한 정책의 역설(angel policy paradox)’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코브라 역설’이라고도 하는 착한 정책의 역설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시행한 중하위 계층 지원 정책이 오히려 이들 계층을 더 불리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올 들어 미국 경제는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해 미국경제연구소(NBER) 판단 기준으로는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이 7개월 넘게 지속되는 ‘비정형화된 현상(job full recession)’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중하위 계층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실업자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09.04 17:25
  • 파월의 '볼커 모멘텀'…9월 회의서 1%P 올릴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2022 잭슨홀 회의’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가 있다. 1978년 농업회의로 출발한 잭슨홀 회의가 1982년 폴 볼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참석을 계기로 국제금융 포럼으로 바뀐 이후 줄기차게 다뤄온 ‘인플레이션 타기팅 상향 조정’ 문제다. 핵심은 물가 목표치를 올려 통화정책 여지를 넓게 가져가자는 것이다.Fed는 물가 안정을 목표로 1913년에 설립됐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금본위제 집착, 1차산품 과잉생산 등으로 초래된 대공황으로 목표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로 상징되듯 국가 주도의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뉴딜 정책의 근간이 된 케인스 이론도 탄생했다.그 후 베트남전쟁과 1차 오일쇼크 등의 시험대가 있었지만, Fed는 전성시대를 맞았고 케인스 이론도 주류 경제학으로 부상했다. 총수요 관리 방식대로 금리를 내리기만 하면 경기가 살아났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 과열에 따라 오르는 물가도 잡혔기 때문이다.케인스 이론의 첫 시련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케인스 이론은 무력화됐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더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했기 때문이다.Fed 내부에서도 고민에 빠졌다. 전통대로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아니면 전통을 깨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Fed의 통화정책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설전은 후일에 ‘볼커 모멘텀’과 &

    2022.08.28 17:23
  • 합리적 기대가설과 Fed의 금리인상 충격요법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하반기 들어 저금리 정책의 ‘숙취(hangover)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길게는 금융위기, 짧게는 코로나 사태 대처 차원에서 추진됐던 무제한 돈 풀기의 후유증이다. 각국의 고민은 ‘고물가’와 ‘고부채‘라는 제약조건 속에 갈수록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실물경기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있다.종전의 대응 방식으로는 3대 난제를 풀 수 없다.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을 단행하다간 고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실물경기는 더 침체된다. 반대로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 ‘완화’ 정책을 고집할 경우 인플레가 증폭되고 부채가 급증한다. 제3의 대안이 모색돼야 할 이유다.30년 전 각국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봉착됐을 때는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난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신경제 신화를 낳았던 IT 산업은 네트워크를 깔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고성장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골디락스 국면을 기대할 수 있었다.하지만 최근 IT 산업은 두 가지 새로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크래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크래시(techlash)란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힘겨루기 양상을 포괄하는 용어다.또 다른 하나는 IT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굳어지는 ‘K’자형 양극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횡재 효과’와 ‘상흔 효과’가 뚜렷한 IT 산업이 발전할수록

    2022.08.21 17:14
  • 나스닥지수, 베어마켓 탈피…Fed의 승리일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경제이론은 ‘상식’이다. 상식이 통할 때는 ‘노멀’, 통하지 않을 때는 ‘뉴노멀’이라 부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처한 통화정책 여건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와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인플레이션 진단에 실패해 반성문을 쓸 만큼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미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 중 가장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경기 침체 여부다.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떨어지면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정의대로 한다면 미국 경제는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역성장(1분기 -1.6%, 2분기 -0.9%)해 경기 침체에 빠졌다.2차 대전 이후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떨어질 때 미국 경제는 예외 없이 경기 침체에 빠졌다. 현재 미국 국민의 70% 정도가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경제 각료들은 고용지표 호조 등을 들어 경기가 여전히 건전하다는 입장이다.대표적 고용 통계인 실업률을 보면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바이든 정부의 시각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난 1월 이후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5~3.6%가 7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저성장과 저실업, 과연 가능할까? 실업률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실업자는 일할 의욕이 있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비자발적 실업자를 말한다. 과다한 코로나19 지원금에 따른 ‘코브라 효과’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참여할 뜻이 없을 때는 자발적 실업자로 분류돼 실업자에서 빠진다. 실업률 개념의 이런 허점으로 인해 고용시장 호조를 들어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바이든 정부의 판단은 비판받

    2022.08.15 17:15
  • 세계 집값 동반 붕괴…'SF 복합위기'로 악화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세계 집값 하락률은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3% 정도 급락했다. 1990년대 초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불패론’을 제기한 이후 세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최후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서울 강남 아파트마저 흔들리고 있다.가장 큰 이유는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뒤늦은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츨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차이가 크지만, 세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말에 비해 2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초 연 3%에 못 미치던 미국의 30년 모기지 금리는 한때 연 6%를 넘어서기도 했다.인구절벽 우려도 세계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인구는 20세기 이후 120년 동안 지속돼온 팽창 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돌이킬 수 없는 인구구조 변화는 모든 분야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인구절벽 우려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 우려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다. 1년 전 “중국 인구가 감소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계기로 제기됐던 중국의 인구절벽 우려는 현실화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인구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통화정책의 생명은 ‘선제성’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1선 목표’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초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처럼 초기 진단에 실패해 뒤늦게 금리를 ‘말이 뛰는 식’으로 올리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돼 왔다.

    2022.08.07 17:1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3분기가 인플레 정점…美, 내년엔 금리 내릴 수도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간 전망을 계기로 예측기관들의 올해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 전망치 수정 발표가 마무리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제 봉쇄조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과 같은 대형 변수가 유난히 많았던 만큼 종전 전망과는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첫째, 오랜만에 시나리오 세계 경제 전망이 나왔다. IMF는 7월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4월 제시한 3.6%에서 3.2%로 내려 잡은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관 시나리오를 발표하면 으레 나오는 낙관 시나리오는 내놓지 않았다.경제변수는 예측(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통제변수’와 ‘행태변수’로 나뉜다. 7월 전망처럼 시나리오 전망은 전자보다 후자가 많을 때 제시한다.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행태변수의 실체도 낙관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지난 상반기 못지않게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둘째, 경제권역별로는 신흥국 성장률을 선진국보다 덜 낮췄다. IMF는 올해 성장률을 4월 전망 대비 선진국은 0.8%포인트, 신흥국은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른 예측기관도 비슷한 폭으로 조정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투자 관점에서 신흥국이 유망하다는 견해까지 내놨다.선진국 대비 신흥국 성장률 하향 조정폭이 작다는 것은 하반기 이후에도 공급 관련 요인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대부분 신흥국은 부존 자원국인 데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진행돼온 글로벌 추세에 따라 의식주 관련 주생산국이다. 20년 전 브릭스에 대비해 ‘뉴브릭스&rs

    2022.07.31 17:12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장단기 금리역전 장기화…美 경기침체 신호인가

    이번주에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간 역전 현상이다. 일시적인 역전에 그쳤던 지난 3월, 6월과 달리 최근엔 2주 연속 지속되고 있다. 역전 폭도 25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져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음(-)의 기울기, 즉 단고장저(短高長低)를 나타내면 경기가 차입비용 증가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해 경기가 회복될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미국경제연구소(NBER)는 2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하지만 ‘선제성’을 중시하는 Fed 입장에선 NBER처럼 지난 분기의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유효성 문제가 있지만 Fed가 경기 예측 기법으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드릭 미시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는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 기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변화(change)’보다 ‘수준(level)’이 예측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가 실물경기를 4∼6분기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 간 역전,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투자 구루도 뉴욕연방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 차

    2022.07.24 17:19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국제 환투기 세력, 25년 만에 한국 원화 공격하나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인플레 저주’라 부를 만큼 충격적으로 나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6월 CPI 상승률 9.1%는 단순비교 시 1980년대 초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이지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새로운 물가 추계방식대로라면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외환위기 경험국으로 우리가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변화는 국제 환투기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 미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올리면 1990년대 중반보다 더 심한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발생해 환투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국제금융시장에서 대발산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던 1994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당시 현안이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994년 연 3.75%였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연 6%로 올렸다. 반면 독일 분데스방크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5년 4월에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 이후 ‘루빈 독트린’ 시대가 전개됐다. 루빈 독트린이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이 강달러가 자국의 국익에 부합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개한 슈퍼 달러 시대를 말한다. 타깃 통화인 엔·달러 환율은 79엔에서 148엔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서든 스톱(sudden stop·갑작스러운 자금유출)이 예상됐던 신흥국 통화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되면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까지 이

    2022.07.17 17:15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은의 실수?…금리인상 목적 달성했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13일 열린다. 최대 관심은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지 여부다. 회의 전에 발표됐던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시장에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빅스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작년 8월 이후 단행된 금리 인상에 대한 평가부터 전제돼야 한다. 금리 인상 기간 한국 경제가 처한 여건을 보면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크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9개월~1년으로 추정되는 통화정책 시차상 평가해볼 때도 됐다.작년 8월 이후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올린 첫 번째 목적은 ‘외국인 자금 이탈 방지’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 규모는 73조원이 넘는다. 금리 인상 시기에도 20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최근 외국인 이탈 자금의 성격을 놓고 ‘달러 캐리 자금 청산’이냐, ‘펀더멘털 악화’냐를 놓고 논쟁이 심하다. 정책 대응 차원에서 이는 아주 중요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이 전자라면 ‘금리 인상’을, 후자라면 경기 부양이나 무역수지를 비롯한 외화관리 등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일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전자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는 한국의 시장금리는 미국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됐고 기준금리조차도 올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까지 한국이 높았다. 다른 하나는 미국도 주가와 채권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어 청산된 달러 캐리 자금이 어디로 들어

    2022.07.10 17:10
  •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韓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뛰어넘는 '복합위기'가 우려된다

    올해 상반기도 마무리됐다. 연초 비교적 낙관적으로 출발했던 세계경제는 지난 2월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제봉쇄조치, 신흥국 금융위기 등과 같은 대형변수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종전과 달리 올 상반기 대형변수들은 ‘성장률 훼손’과 ‘물가상승’에 유독 큰 영향을 준다.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이 작년 말과 지난 6월에 내놓은 전망치를 비교해보면 대형변수들이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1.3%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온다.세계경제를 보는 시각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과연 침체할 것인가’를 놓고 벌이던 논쟁이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서의 ‘슬로플레이션’ 우려를 통해 본격 제기됐다. 그 후 불과 두 달 만에 세계은행(WB)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WB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5%로 추락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이후 Fed의 물가 목표치(2%)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 지속되다가 5월에는 8.6%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증시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중국의 경제 상황은 더하다. 작년 1분기 18.3%에 달하던 성장률이 올해 1분기에는 4.8%로 급락했다. 경제봉쇄조치가 집중된 올해 2분기에는 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0% 내외로 추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이후

    2022.07.08 10:17
  • [한상춘의 World View] 7가지 덫에 걸린 세계경제…S보다 무서운 복합위기 온다

    올해 상반기도 마무리됐다. 연초 비교적 낙관적으로 출발했던 세계 경제는 지난 2월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봉쇄 조치, 신흥국 금융위기 등과 같은 대형 변수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하반기 들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형 변수들은 ‘물가 상승’과 ‘성장률 훼손’에 유독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 세계적 예측기관들이 지난해 말과 올해 6월 내놓은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상반기 대형 변수들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3%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온다. 인플레·저성장의 덫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초 ‘과연 세계 경기가 침체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 경기 논쟁은 4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서 ‘슬로플레이션’ 우려를 처음으로 제기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는 시점에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태생적 한계인 정책 대응이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은 2차 오일쇼크 파장이란 ‘단선형 성격’인 데 비해 이번에는 지정학적 위험, 이상기후, 공급망 훼손, 출구전략, 경제봉쇄 조치 등과 같은 ‘다중 공선형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다중 공선형 스태그플레이션의 특징은 정책 목표에 가장 적합한 정책 수단을 가져가는 틴버겐 정리(Tinbergen’s theorem)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먹히지 않

    2022.07.05 17:22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불균형 이론으로 본 '美 증시 50% 폭락설' 점검

    세계 경제가 충격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말 발표될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애틀랜타연방은행 GDP now -2.1%)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때맞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주가가 5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수직절벽(I)형 폭락설’을 들고나왔다.미국경제연구소(NBER)는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떨어지면 경기 침체로 규정한다. 애틀랜타연은 등의 추정대로 1분기 -1.6%에 이어 2분기 성장률마저 마이너스로 나오면 미국 경기는 이미 침체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2분기에도 8%대 고공행진이 지속된 소비자물가까지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게 된다.가장 당혹스러운 주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경제 각료들이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을 계기로 거세게 불었던 침체 논쟁 속에서도 경기를 낙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 침체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고 침체하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바이든 경제 각료들의 이런 시각에 대해 미국 학계에서는 ‘마냐냐 경제관’이라고 비판해 왔다. 마냐냐(manana)는 스페인어로 ‘내일은 태양만 뜬다’는 뜻으로 경기와 관련해 지나친 낙관론과 자신감을 비꼴 때 쓰는 용어다. 마냐냐 경제관은 남북전쟁 당시 각료들이 국민을 현혹했던 마교(魔敎), 즉 ‘미신 경제학(voodoo economics)’의 일종이다.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Fed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경기, 물가, 금리 간 상충관계인 트릴레마에 빠진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해지는 ‘에클스 실수(Eccle

    2022.07.03 17:11
  • 지금 달러 사두면 1년 후에 대박 날까, 쪽박 찰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온통 난리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과 같은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이 선을 넘었던 만큼 제2 외환위기, 미증유 퍼펙트스톰 등 각종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책당국도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찾느라 부산하다.현시점에서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13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2020년 3월 128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082원으로 급락한 작년 초까지다. 각국의 격리 대응으로 자본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 시기에 미국이 달러화를 가장 많이 풀었다. 번째 단계는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작년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은 19% 올라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 상승률인 1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속한 선발 신흥국의 환율 상승률인 20%보다 낮은 수준이다.충분히 예상됐던 원·달러 환율 수준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리처드 데이비스가 주장한 ‘극한 경제’에 몰릴 수 있다. 마치 무슨 일이 난 것처럼 정책당국이 요란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달러 수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큰 선(big figure)이 무너졌을 때 균형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실패’를 방지하는 데 최우선 과제다.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책을 모색하더라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점이 문제다. 경제변수는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

    2022.06.26 17:12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경제, 복합태풍위기 해결책 '프로보노 퍼블리코'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번 금리 인상보다 직전에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린 1994년이다. 이때부터 각국 금리 간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시작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굵직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대발산은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포착해 케네스 포머란츠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이에 대해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신흥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흡수해 압축성장이 가능함에 따라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는 ‘대수렴(great convergence)’으로 반박했다.불균형의 상징어인 대발산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사용된 때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1994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현안인 물가를 잡기 위해 1994년 연 3.75%이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6.0%로 대폭 올렸다.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초 통화위기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 차 확대는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역(逆)플라자 합의까지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 국면이 지속되는 ‘루빈 독트린’ 시대를 맞았다. 대표적으로 1995년 4월 79엔대로 폭락한 엔·달러 환율은 불과 5년이란 짧은 기간에 148엔대까지 치솟았다.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자금이동 이론상 미국 금리가 오르고 강달러가 되면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 대발산이 시작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를 시작으로 199

    2022.06.19 17:07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스태그플레이션 확률 낮다"는 韓銀…무슨 근거로?

    올해 상반기도 2주일 남짓 있으면 마무리된다. 연초 비교적 낙관적으로 출발했던 세계 경제는 지난 2월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봉쇄 조치, 신흥국 금융위기 등과 같은 대형 변수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상반기에 불거진 대형 변수들은 ‘성장률 훼손’과 ‘물가 상승’에 유독 큰 영향을 준다는 게 공통점이다.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이 작년 말과 이달에 내놓은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대형 변수들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3%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온다.예측기관들이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논쟁은 ‘과연 침체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벌어졌지만, 4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서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세계은행(WB)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WB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 성장률이 -1.5%로 추락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이후 Fed의 물가 목표치(2%)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 지속되다가 5월에는 8.6%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증시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중국 경제 상황은 더하다. 작년 1분기 18.3%에 달했던 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4.8%로 급락했다. 경제봉쇄 조치가 집중된 2분기에는 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0% 내외로 추락할 것이

    2022.06.12 17:17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테슬라와 삼성전자…성장주인가, 가치주인가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가 “5년 뒤 테슬라는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성장주와 가치주 간의 논쟁이 재가열되고 있다. 우드는 테슬라가 지금은 성장주로 분류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동안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서 주가가 58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잊을 만하면 월가와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가치주와 성장주 간 논쟁이 되풀이되는 것은 균형이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이론은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주가)이 가치주는 저평가된 현재 가치에, 성장주는 높게 평가되는 미래잠재가치에 수렴해야 한다는 이론이다.‘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 경제학 원론을 열면 처음 접하는 이른바 ‘자원의 희소성 법칙’이다. 이 문제를 가장 간단하고 이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장 신호에 의한 방법이다. 특정 재화에 대한 욕망이 높은 시장참가자는 높은 가격을 써낼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재화를 배분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가장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달성하기가 힘들다. 완전경쟁은 아니더라도 시장경제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제품의 질도 가능한 동질적이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차이 나서는 안 된다.재화 배분에서도 ‘경합성의 원칙’과 ‘배제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이란 특정 재화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면 한 사람의 몫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배제성이란 가격을 지

    2022.06.06 17:06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옐런·中 리커창의 반란…증시에 대형 호재되나

    “세계 양대 경제수장의 반란이 시작됐다.”지난주 리커창 중국 총리가 현재 중국 경제가 우한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고통치권자 이외의 현직 각료가 경제가 어렵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에서는 리커창 세력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진핑 대체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미국도 마찬가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선진 7개국(G7)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올 들어 양대 국가의 경제는 의외로 빨리 식고 있다. 봉쇄 조치가 집중됐던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4.8%)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한 달이 지날 때마다 한 단계씩 뛰고 있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다.미국 경제도 1분기 성장률이 -1.5%로 떨어졌다. 3월을 정점으로 다소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네 배가량 웃돌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옐런 장관의 진단에 바이든 대통령이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중국과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물가를 잡는 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권고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에는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미국과 중국 최고통치권자 입장에서 스태그

    2022.05.29 17:1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Fed의 양적긴축이 두려운 일곱 가지 이유

    다음달부터 추진될 출구전략의 마지막 카드인 ‘양적긴축(Quantative Tightening)’을 앞두고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5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확정된 QT 로드맵을 보면 1단계에는 475억달러, 2단계부터는 950억달러로 늘려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코로나19 사태 이후 Fed의 보유자산은 4조달러에서 9조달러로 급증했다. Fed가 보유 자산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가져간다면 5조달러를 줄여야 한다. 월가에서도 앞으로 닥칠 ‘5조달러 QT 재앙’이 자산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첫째, 기준금리 인상과 달리 QT는 시장금리를 반드시 끌어올린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이지 못하다. 2004년, 2015년 이후처럼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QT를 추진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역관계에 있는 시장금리는 올라간다.둘째, 세계 총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클 루이스가 경고했던 ‘빚의 복수’가 시작된다. QT 추진으로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등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빚의 무서움을 모르게 하는 ‘부채경감 환상’에 빠지게 함으로써 위기 극복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역풍을 맞게 되는 셈이다.셋째, QT 추진으로 유동성이 줄면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산시장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초금융완화 정책으로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테이퍼링

    2022.05.22 17:24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 정부 경제팀의 첫 시험 무대…"제2 외환위기 우려"

    1년 전 아케고스캐피털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수익률이 급락함에 따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혔던 ‘대형펀드 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최근처럼 대형펀드가 손실이 발생해 투자 원금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고객인 투자자로부터 ‘마진콜’을 당한다. 마진콜이란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은행으로 친다면 법정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현상과 같은 의미다.각종 펀드는 시장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긴다. 이 때문에 마진콜을 당하면 부족한 증거금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최근처럼 국제 금리가 상승하거나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과 맞물리면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금융위기로 악화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대형펀드는 디레버리지 국면에서 신흥국에 투자한 자산을 먼저 회수한다. 이때 신흥국에서는 서든스톱, 즉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형펀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선진국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도 신흥국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나비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처음 올린 이후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올해처럼 무역과 재정수지에서 쌍둥이 적자가 우려되는 여건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꺾이지 않으면 외화 사정이 의외로 크

    2022.05.15 16:56
  •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윤석열 정부의 첫 과제 ‘5대 新위기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거론되는 ‘우리 경제와 관련해 새로운 형태의 위기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첫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새 정부 앞에 놓인 5가지 과제첫째, 경기와 관련된 종전의 한국 경제 위기론으로는 경착륙과 디플레이션이 거론돼왔다. 전자는 경기순환상 성장률이 경제주체들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는 것인 데 반해, 후자는 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 국면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두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위기론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경기와 관련된 위기론도 바뀌고 있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률 간 ‘오쿤의 계수(Okun’s Coefficient)’가 떨어지고 실업률과 인플레 간 ‘필립스 곡선’이 우상향으로 전환된 점을 들어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둘째, 부채와 관련해 가계 부문이 항상 거론돼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가 부문, 즉 국채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2017년 37%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4년 만에 51%로 급증했고 2026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가계부채가 많아 신용갭(credit-to-GDP gap)이 197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은행의 국채보유 비중이 많은 여건에서 국채위기가 발생하면 민간으로 전염돼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도확률지표인 ‘크레딧 디

    2022.05.12 13:48
  • 日 '한국식 키코 사태'로 몸살…美와 환율전쟁 불씨 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 5일 열린 미국 중앙은행(Fed) 정례회의 이후 발생한 주가 흐름을 놓고 월가에서는 또다시 ‘데드 캣 바운스(큰 폭으로 떨어지던 주가의 일시적 반등)’ 논쟁이 일고 있다. 고양이가 죽을 때 한 번 뛰어오른다는 뜻의 데드 캣 바운스 논쟁은 작년 11월과 올해 1월 열렸던 Fed 회의 이후에 이어 세 번째다. 이 과정에서 나스닥지수는 30% 가깝게 폭락했다.데드 캣 바운스 논쟁은 궁극적으로 펀더멘털, 즉 경기에 의해 좌우된다. 공식적으로 미국 경기는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2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판단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4%(연율 기준)로 낮게 나왔지만,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하지만 통화정책의 ‘선제성(preemptive)’을 중시하는 Fed 입장에서는 NBER 식으로 지나간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유효성 논란에도 Fed가 경기를 판단하고, 예측하는 기법으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더릭 미쉬킨 연구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차의 ‘변화(change)’보다 ‘수준(level)’이 예측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로 미국 경기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지난 3월 Fed 회의 이후 경기 침체 논쟁의 불을 지폈던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이 5월 Fed 회의를 불과 2주일 앞두고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엔·달러 환율이 130엔에 도달했을 때와 맞물린다.종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엔화 가치가 추락하면

    2022.05.08 17:0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빚의 복수' 시작…한국은 몇 번째 희생양 될까

    5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를 앞두고 4년 전 공전의 히트를 한 ‘국가 부도의 날’이란 영화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각종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된다.영화에서 다루는 국가 부도의 본질은 재정위기가 아니라 외환위기다. 외환보유액 부족보다는 “위기가 곧 닥친다”는 나라 안팎의 경고에도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괜찮다”는 경제 각료들의 안이한 경기 진단과 대처,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궁극적으로 국가 부도를 초래했다는 게 영화의 시놉시스다.1997년 외환위기 전후 대내외 상황은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따로 노는 ‘대발산(GD·Great Divergence)’의 시기였다. GD가 시작된 1994년 이후 Fed는 기준금리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연 3.75%에서 연 6%로 끌어올렸다. 반면 Fed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렸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5년 4월에는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루빈 독트린’ 시대가 전개됐다. 당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가 자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슈퍼 달러’ 정책을 펼쳤다. 타깃 통화인 일본 엔화 환율은 달러당 79엔에서 148엔까지 급등(엔화가치 하락)했다.그 결과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 위기를 초래한 GD와 강달러를 주도한 당시 Fed 의장 및 재무장관 이름을 따 ‘그린스펀·루빈 쇼크’라고 부른다.GD가 다시 시작됐다. Fed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한 단

    2022.05.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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