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무너진다…韓銀의 선택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 등을 중심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 현안을 Fed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추진 중인 금리 인상부터 ‘방향 전환(pivot)’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탈(脫)Fed’ 현상도 빨라지는 추세다.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친중 신흥국을 중심으로 이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Fed를 쫓아가다가 자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중앙은행이 무너진다…韓銀의 선택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때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했던 Fed가 어쩌다 이 지경에 몰렸는가. 주목할 점은 2020년 3월 임시회의에서 나온 코로나19 대책부터 잘못됐다는 ‘원죄론(original sin)’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와 달리 바이러스 문제인 코로나 사태를 맞아 실시한 ‘제로’ 기준금리, 금융위기보다 더 강력한 ‘양적완화’가 과잉 대책이라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재정이 보다 더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금융완화 수위를 조절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금융 쇼크를 피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코로나 대응 실패로 피해액이 커진 데 따른 Fed 긴급조치의 불가피성을 빼놓지 않고 있는 점은 다음달 중간선거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Fed의 1선 목표인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유지하는 것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Fed는 작년 4월부터 인플레 쇼크가 발생했는데도 올해 3월 첫 금리 인상 때까지 이를 ‘일시적’이라고 고집했다. 이 역시 Fed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화정책 시차와 출구전략 순서를 고려할 때 성장률이 2020년 2분기 -31.4%로 추락한 이후 다음 분기에 32.4%로 회복하며 곧바로 인플레 조짐이 나타났을 때가 테이퍼링을 추진하기에 적기였다고 되돌아본다. Fed는 그러나 오히려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 인플레를 조장했다고 아쉬움을 호소한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신호에 대한 정책 수용층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지만 Fed 원죄론이 나올 정도로 처음부터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Fed의 정책 실수를 급격한 금리 인상을 통해 전가하는 과정에서 경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팬 차트 분석을 통해 금리 인상이 인플레 대책으로 적절한가를 보면 적색(부정적)으로 물드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중심선은 완전히 적색이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인플레는 총수요 대책인 금리 인상만으로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통화정책 목표와 수단 간의 적합성 원칙을 다룬 ‘틴베르헌 정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시장과의 소통도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종전에는 소통의 목적을 시장 안정에 뒀으나 지난 3월 금리 인상 이후에는 너무 많은 Fed 인사가 너무 자주,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예상과 기대에 반하는 의견도 서슴지 않게 내놔 시장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코로나 이후처럼 중산층이 무너져 하위층이 그 어느 때보다 두터워진 여건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상대소득가설에 따르면 하위층의 평균소비성향과 한계소비성향은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이다.

Fed는 인플레를 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지 모르지만 국민은 물가, 소득, 고용이 모든 면에서 안정돼야 한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국민이 다른 부문에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제2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에 해당하는 ‘파월의 실수(Powell’s failure)’를 저지르는 셈이다. 한국은행도 이 점에 있어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