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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을에 버린 낙엽, 봄에 돈 주고 산다
토양 수분 지키고 거름 되는데
무작정 치우고 나중에 퇴비 구매
전진형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무작정 치우고 나중에 퇴비 구매
전진형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숲에서는 오히려 이때부터 낙엽의 일이 시작된다. 겨울을 앞둔 나무는 잎에 있던 양분의 일부를 줄기와 뿌리로 거둬들인 뒤 잎을 떨군다. 땅에 쌓인 낙엽은 수분 증발과 토양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줄이고, 작은 생물의 서식처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 토양생물이 낙엽을 분해하고, 그 안에 남아 있던 양분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이 오랜 세월 반복되면서 숲의 토양에는 유기물이 쌓였다. 나무가 떨군 잎이 다시 나무를 키우는 것이다.
도시에서 낙엽의 운명은 사뭇 다르다. 가을이면 송풍기로 쓸어낸 거리의 낙엽은 자루에 한데 모여 청소차에 실려 간다. 물론 낙엽을 치워야 할 이유도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젖은 낙엽이 깔린 도로의 마찰계수는 0.2~0.3으로 빙판길에 가깝다. 굽은 도로에서는 사람이나 차량이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낙엽이 빗물받이를 막아 배수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도로나 배수시설에서는 낙엽 수거가 필요하지만, 나무 아래 화단까지 말끔히 쓸어 낼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도시에서는 낙엽이 쌓인 곳을 지저분하다고 여기고, 낙엽 하나 없는 공간을 관리가 잘된 곳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쓸어 낸 화단의 흙은 겨울 내내 맨살이 드러나 마르고 언다. 이런 관행 속에서 낙엽이 흙으로 돌아갈 기회도 사라진다.
문제는 여기에 추가 비용이 얹힌다는 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가을마다 낙엽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쓴다. 경기 성남시는 낙엽 소각에만 t당 25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도시의 공원과 화단에서는 봄이 되면 흙을 덮기 위해 나무껍질 조각인 바크를 돈 주고 사다 깐다. 바크는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고 잡초 발생을 줄이는 데 쓰인다. 이는 기존 낙엽이 하던 일과 상당 부분 겹친다. 물론 바크는 형태를 오래 유지하고 관리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낙엽을 수거·처리하는 비용과 바크를 구매하는 비용을 함께 따져보면 지금의 관리 방식이 효율적인지 의문이 생긴다.
서울 송파구는 올해 공원에서 나온 낙엽과 잡초를 퇴비로 만들어 정원과 녹지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폐기물 처리비와 퇴비·멀칭재 구입비를 합쳐 연간 약 2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활용해 폐기물과 비용을 줄이는 순환경제의 사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퇴비를 만들려면 수거하고 운반하고 발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무 아래에 그대로 둘 수 있는 낙엽이라면 그 수고조차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분해되면서 토양에 유기물과 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바꿔야 할 것은 처리 방식보다 관리의 기준이다. 나무 아래 화단에서는 토양과 식생의 상태를 살펴 낙엽을 그대로 둘지 말지 정해야 한다. 보도에 떨어진 낙엽도 자루에 담는 대신 가까운 화단 안으로 쓸어 넣으면 수거량 자체가 줄어든다. 잔디 생육을 방해하거나 병해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낙엽을 그대로 두는 것에도 관리자의 판단과 책임이 따른다. 도시의 낙엽 관리도 깨끗하게 치웠는지가 아니라 흙을 지키고 자원을 다시 쓰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조경은 나무와 흙, 물과 생물 사이의 순환이 도시에서 이어지도록 가꾸는 실천이다. 단풍은 떨어진 뒤에도 제 역할을 한다. 가을에 낙엽을 버리고, 봄에 다시 돈 주고 사 오는 도시의 살림을 바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