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펀드가 회계감사에서 여러 차례 ‘한정의견’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운용사에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하나증권이 다올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다올자산운용은 2019년 해외 기초펀드 운용사가 설정한 펀드 2곳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를 설정해 운용했다. 하나증권은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이 펀드들의 수익증권을 투자자 71명에게 판매했다. 이듬해 기초펀드 한 곳에서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환매가 중지됐다. 국내 펀드도 만기에 상환금 지급이 어려워졌다. 하나증권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의 80% 상당액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고, 펀드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을 양수했다. 투자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102억원 규모였다. 하나증권은 다올자산운용을 상대로 보상금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다올자산운용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올자산운용이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서 기초펀드의 부실 상태에 대한 조사·점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기초펀드가 2014년과 2016년, 2017년 회계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정의견은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가 있지만 충분하고 적절한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고, 발견되지 않은 오류가 중대할 수 있지만 전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한정의견을 받았다는 사실이 회계 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가 각 펀드 상품설명서 등에 ‘분기별로 외부 회계 기관의 평가를 받는다’고 기재하는 등 회계 투명성을 강조했다”며 “회계 투명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반복적으로 한정의견을 받은 사실 등을 알았음에도 구체적 내용을 조사하거나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