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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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가다가 배가 아프면 뛰어내리는데 길에서 엉엉 운 적도 있어요."

갑작스러운 복통과 설사 때문에 출퇴근이나 여행은 물론 평범한 외출조차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증상이 반복되고 혈변까지 나타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6일 EBS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55분 방송되는 '명의-설사의 이유'에서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염증이 생겼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EBS는 국내 환자가 15년 사이 약 3.5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 등장한 20대 초반 여성은 하루 다섯 차례가량 화장실을 찾았다. 배변할 때마다 피가 섞여 나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약을 복용했지만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았다. 대장 점막에는 염증과 고름이 관찰됐다. 검사 과정에서 소량의 공기만 들어가도 출혈이 발생할 정도였다.

또 다른 20대 후반 남성은 6개월 동안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다. 진경제와 지사제를 계속 복용했고 심할 때는 하루 대여섯 차례 설사했다. 여러 의료기관에서 '신경성'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다. 위·대장 내시경에서도 이상을 찾지 못했다.

입원 후 받은 정밀검사에서 원인이 드러났다. 대장은 깨끗했지만 소장 끝부분에 궤양이 있었다. 조직검사 결과는 크론병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직장에서 시작해 대장 점막을 따라 연속적으로 염증이 번진다. 주요 증상은 설사와 혈변, 점액변, 배변 후에도 변이 남은 것처럼 느껴지는 뒤무직, 복통 등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정상 부위 사이에 염증이 드문드문 생기는 양상을 보인다. 복통과 설사 외에도 체중 감소와 발열, 피로, 항문 주변의 고름이나 누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장염은 감염 원인이 사라지면 대부분 호전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혈변과 지속적인 설사,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단순히 지사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거 병원 건강정보를 통해 설사·복통·혈변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검사 하나만으로 확진하기 어렵다. 의료진은 증상과 병력, 혈액·대변 검사, 내시경과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궤양성 대장염이 의심되면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를 우선 시행한다. 크론병은 소장에만 병변이 생길 수 있어 캡슐내시경이나 영상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질병관리청

치료 목표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재발과 장 손상을 막는 것이다. 증상과 중증도에 따라 항염증제와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한다. 협착이나 천공, 누공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이 모두 대장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장을 침범한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염증 범위가 넓은 환자는 일반인보다 대장암 위험이 높다. 미국 크론병·대장염재단은 증상이 시작된 지 8년 이상 된 환자에게 의료진과 상의해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사라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염증이 남아 있으면 장 손상이 누적될 수 있어서다. 지속되는 설사와 혈변을 단순히 '예민한 장'의 문제로 넘기지 않는 것이 조기 진단의 출발점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