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느니 차라리…2030 몰려드는 '이곳' 정체 [분석+]
동대문~동묘 잇는 '초저비용 경험소비 벨트'
취업난 속 경험은 그대로…비용만 낮춘 2030
꾸미기·말랑이·빈티지까지 '하루 코스' 인기
취업난 속 경험은 그대로…비용만 낮춘 2030
꾸미기·말랑이·빈티지까지 '하루 코스' 인기
동대문역부터 동묘앞역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2030의 '초저비용 경험소비 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동대문 액세서리 부자재상가에서 볼펜·키캡·젤리슈즈 꾸미기를 즐기고, 창신동 완구·문구거리에서 말랑이를 구경한 뒤 동묘 구제시장을 둘러보는 '하루 코스'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다. 동대문역~동묘앞역 일대가 예산 2~3만원이면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1만원으로 살아남기"…가성비뿐 아니라 경험에 '집중'
2030이 초저비용 경험소비에 눈길을 돌린 배경에는 악화한 청년 고용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줄어들었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청년고용률도 떨어졌다. 청년고용률은 지난해 46.2%에서 올해 43.8%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은 6.6%에서 7.2%로 올랐다.실제 취업·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경험을 줄이기보다 비용을 줄이는' 소비를 택하고 있었다. '쉬었음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신영 씨(33)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돈을 많이 쓰는 놀이는 부담된다"며 "동묘에서 구경하거나 말랑이를 사고, 동대문에서 꾸미기 용품을 사거나, 친구와 능소화를 보러 다니는 식으로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동대문역~동묘앞역 일대는 주로 가성비 거리로 언급된다. '1만원으로 동묘에서 살아남기', '백수의 거지 데이트' 등 저렴한 비용으로 직접 만지고, 보고,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해당 일대가 꼽히고 있다. 동대문 액세서리 부자재상가도 대표적인 가성비 코스다. 볼펜 꾸미기는 1만원이 채 들지 않고, 5만~7만원 수준인 젤리슈즈 꾸미기도 2만~3만원이면 가능하다. 이에 동대문에서 동묘로, 동묘에서 동대문으로도 하루 코스를 완성하는 콘텐츠가 SNS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초저비용 경험소비는 동대문역~동묘앞역을 넘어 다른 상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랑이'다. 올해 초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입소문을 탄 말랑이는 서울 강동구 천호 문구·완구거리와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까지 번졌다. SNS에는 '창신동 말랑이 품절이면 천호로 간다', '국제전자센터도 말랑이 성지' 등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며, 원하는 상품을 찾아 상권을 이동하는 소비 패턴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동대문과 동묘는 따로 놀던 상권…초저비용 경험소비로 엮여"
이어 이 교수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오마카세나 명품 같은 보복 소비로 나타났다면, 지금은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찾는 방향으로 소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