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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중 고점 대비 하락폭은 50%, 62%였다.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는 최근 5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폭락해 고점 대비 낙폭이 77%에 달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 꺾이지 않는 가격 상승세와 물량 증가세, 5년 이상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에도 반도체 이익 사이클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촉발한 ‘전방위 투매’는 이 불신을 부추겼다.

◇성장 공포로 번진 AI 투매

'아직도 바닥이 아니다?'…앞으로 48시간이 더 무서운 이유
인공지능(AI) 공급망 비중이 큰 한국 증시는 이날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한때 5000선까지 내주는 등 ‘패닉’에 빠졌다. JP모간은 “선거 후 연말 랠리를 기대하며 줄을 선 기관투자가 일부가 백기를 들고 있다”며 “매수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바닥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내외 증권가에선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던 자금이 돌아와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하루 만에 깨졌다. 예상보다 큰 민주당 압승에 AI 투자 위축 우려가 반도체 이익 감소를 넘어 ‘성장 둔화 공포’로 번져서다. JP모간은 “AI주 조정이 자산 효과와 성장,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매크로 이벤트’가 됐다”고 진단했다. AI 투자 지연은 건설·고용을 위축시키고 주가 하락은 소비를 압박할 수 있다. 매도세가 기술주를 넘어 전방위로 번지며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5일(현지시간) 68% 급등해 역사상 세 번째로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주가에는 ‘오지 않은 불황’이 모조리 반영됐다. 삼성증권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이 각각 46%, 36% 하락하는 상황을 반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공급 부족이 심화하며 내년에도 메모리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주가는 딴판인 것이다.

JP모간은 “메모리 업체의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3.5배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지 않았다”며 “재고 축적, 납기 단축 같은 업황 고점 신호도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역사적 하단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지지선을 각각 17만5000원, 100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사주 매입과 배당 전략, 높아진 이익 모멘텀을 감안하면 이 레벨을 깨고 내려가는 것을 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규제 우려 과도…바닥은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과장됐다고 입을 모은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민주당도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 찬성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 차단할 유인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 낙폭을 키운 것은 매수자 부재 속에 이뤄진 ‘기계적 매도’다. 조 본부장은 “나스닥지수 200일선 이탈, VIX 급등이 알고리즘 매도를 촉발하며 헤지펀드 청산이 나타났다”고 했다. 바클레이스는 VIX가 진정되지 않으면 향후 24~48시간 동안 이들 펀드가 미국 주식 선물 1350억달러어치를 더 팔아치울 것으로 추산했다.

매도세가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 주식 선물은 일제히 반등했다. 단 매수세가 회복될지는 별개 문제다. 유안타증권은 “핵심 종목을 계속 보유하되 추가 매수는 2028년 이익 전망과 AI 기업의 신용위험 안정 여부를 확인한 뒤 판단하라”고 권했다. 다음주 로드쇼를 시작하는 앤트로픽의 나스닥시장 상장도 기술주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0일 코어위브, 1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투자와 자금 조달 일정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면 안도 심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