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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만에 나랏돈 5628억 찾았다"…이준석의 충격 실험 [인터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인터뷰
"예산 100억 따오기보다 20억 아끼는 것도 성과"
"AI로 105만개 분석…5628억 가격 차이 발견"
"알집에 5년간 1.4억 지출…하루 만에 대안 개발"
"AI 활용하면 기존 행정 인력·시간 재검토해야"
"예산 100억 따오기보다 20억 아끼는 것도 성과"
"AI로 105만개 분석…5628억 가격 차이 발견"
"알집에 5년간 1.4억 지출…하루 만에 대안 개발"
"AI 활용하면 기존 행정 인력·시간 재검토해야"
"우리 정치에서는 지역구에 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고 하면 현수막을 걸고 홍보합니다. 그런데 같은 사업을 80억원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20억원을 아꼈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정치적 성과 아닙니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경기 화성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나랏돈 50조 찾기' 프로젝트에 나선 이유다. 이 의원은 보좌진 한 명과 나라장터 물품 105만여 개, 납품요구 기록 280만 건을 분석해 초기 조사에서만 약 5628억원에 달하는 잠재적 예산 절감 가능성을 포착했다. 자료 수집에 걸린 시간은 불과 1~2일,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일주일가량이 소요됐다. 이후 국민 참여 해커톤까지 거치면서 예상 가격 차액은 조 단위로 불어났다.
분석 과정에서는 공공조달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 조달청이 지난해 96만여 개 등록품목 가운데 가격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한 비율은 1.56%에 그쳤다.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압축 프로그램 '알집'의 사용권을 구매하는 데 국회사무처와 국가데이터처가 5년간 1억3728만원을 지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의원은 하루도 걸리지 않아 무료 대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공개했다. 이 의원은 7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의 기획 배경과 추진 과정, AI를 활용한 의정활동 혁신 구상을 소개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에서 예산을 다루다 보면 주로 돈을 어디에 더 쓸 것이냐는 논쟁을 한다. 반면 이미 쓰고 있는 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출되는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일반 소비자도 물건 하나를 사면서 가격을 비교하는데 연간 수백조 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이런 검증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뤄지는지 의문이었다. 나라장터는 계약 정보가 상당 부분 공개돼 있어 이를 검증하기 좋은 대상이었다.
특히 조달청이 정한 가격을 여러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사용한다면 작은 비효율도 수많은 기관에서 반복될 수 있다. 비싸게 납품된 물건 몇 개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구매·가격 관리 체계 자체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 '나랏돈 50조 찾기'라는 프로젝트 이름에서 50조 원이라는 목표는 어떻게 정했나.
"50조원은 정치권에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여러 차례 제시했던 상징적인 숫자다. 그 발상을 뒤집어 새로운 정책에 50조 원을 더 쓸 수 있다면 이미 쓰는 돈에서 50조원의 비효율을 찾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200조원이 넘는다. 이번에 나라장터 계약 내역 1년 치를 분석했는데 대상이 약 130조원에 달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했을 당시 약 5628억 원의 예상 가격 차이를 찾아냈고 국민 참여 해커톤 이후 전체 예상 차액은 조 단위로 집계됐다. 실제 개선 가능한 부분은 개별 계약 조건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우리 정치에서는 지역구에 예산 100억원을 확보하면 현수막을 걸고 홍보한다. 그런데 같은 사업을 80억원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 20억원을 아꼈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정치적 성과 아닌가. 정치인들이 국민 세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도록 만들었는지로도 평가받아야 한다."
▶ 보좌진 한 명과 짧은 시간에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AI 검색 사이트까지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이 AI의 생산성을 따라가기 어렵다. 과거 여러 명의 개발자가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작업을 훨씬 적은 인력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나라장터 물품 105만여 개와 납품요구 280만 건을 수집하는 데 1~2일,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체계 구축에 약 일주일이 걸렸다. 국민들이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 개발에는 3일 정도가 소요됐다. 파이썬과 PostgreSQL, Elasticsearch, 여러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했다.
다만 AI에 지시 몇 마디를 입력한다고 결과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연결하고 어떤 가격 차이가 의미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같은 인력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기존 정부 업무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도 다시 계산해 봐야 한다."
▶ 프로그램 개발과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이 의원이 직접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나.
"아이디어 착안과 기획부터 시스템 구축, 데이터 분석과 검증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물품정보와 납품요구 기록을 연결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가격 차이를 탐지할 기준과 시스템 구조를 설계했다.
공공조달은 단순히 인터넷 최저가와 납품가격을 비교한다고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제품인지, 설치 조건이나 구성품에 차이가 있는지, 유지보수 비용이 포함됐는지 등을 구분해야 한다.
분석 결과에 따라 탐지 기준을 조정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는 조달청에 추가 자료를 요구해 검증했다.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필요한 기능을 직접 구체화하고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나라장터에 가격 비교 기능을 붙인 것이다. 종합쇼핑몰에 등재된 105만3261개 계약 품목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14만9885개는 유사제품과 비교해 기준가격을 산출했다.
예를 들어 같은 모델의 모니터가 일반 쇼핑몰에서는 30만원인데 나라장터에서는 80만원이라면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설치비와 보증기간이 다르거나 계약 당시와 현재의 시중가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AI와 통계 모델로 비교 후보를 선별한 뒤 실제 납품 조건 등을 검증했다. 가격 차이의 산출 근거를 공개하고 업체의 이의제기를 반영할 절차도 마련했다. AI는 이상 징후를 찾는 데 활용하되 최종 판단은 검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 가장 충격적이거나 인상 깊은 사례는
"이미 기술적으로 해결된 문제에 국가기관이 계속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국회사무처와 국가데이터처는 5년간 알집 사용권 구매에 1억3728만원을 썼다. 매년 구매 수량과 단가도 동일했지만 무료 대체 프로그램 검토는 없었고 내년 예산에도 같은 금액이 반영돼 있었다.
윈도우에는 기본 압축 기능이 있고 7-Zip 같은 무료 프로그램도 있다. 국가기록원 지침에서는 오히려 ALZ나 EGG 같은 특정 업체의 전용 압축 형식을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직접 '코리요ZIP'이라는 압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ZIP과 7Z는 물론 기존 알집 전용 파일도 열 수 있도록 했다. 개발에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고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국회의원이 하루 만에 대안을 만들어 공개할 수 있는 기능에 공공기관은 왜 매년 똑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보안이나 호환성 등 유료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검토하면 된다. 하지만 기존 대안과 비교조차 하지 않은 채 구매를 반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자료인데도 그동안 이런 문제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난해 나라장터 다수공급자계약 등록품목은 96만4559개였지만 조달청의 가격 모니터링 대상은 1만5048개, 전체의 1.56%에 불과했다. 담당 인력은 세 명이었다.
공무원의 성실성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수십만 개 물품의 가격을 계속 확인하도록 만든 구조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격뿐 아니라 계약 조건과 공급업체, 특허, 생산시설, 납품 이력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 이런 정보의 관계를 정리하는 온톨로지 기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AI로 이상 징후를 찾아내야 한다. 사람이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를 기술로 찾아내는 것이 정부 AI 전환의 방향이라고 본다."
"시중가격보다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업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가격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합리적인 비용인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원가가 높을 수 있고 장애인기업은 생산 여건이나 고용 구조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의 판로 지원 취지도 이해한다. 하지만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해서 모든 비용이 좋은 지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제품인데 AS나 품질보증 기간을 1~2년 늘렸다는 이유로 가격이 몇 배가 된다면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조달청과 협상한 가격이라면 업체뿐 아니라 조달청이 어떤 기준으로 승인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분석이 잘못됐다면 수정하고 합리적인 가격 차이라면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정책적 지원이나 조달청의 승인을 이유로 과도한 가격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 이번 분석으로 드러난 나라장터 가격 관리의 가장 큰 허점은 무엇인가.
"제도가 없어서보다 이미 있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우수조달물품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정 업체가 지정기간이 끝나갈 때 보유한 특허를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에 이전했고, 그 회사가 다시 우수조달물품 지정을 받았다.
개별 서류만 보면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표자와 가족관계, 지분구조, 특허 이전 내역을 연결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제도가 특정 업체에 사실상 계속 혜택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서류를 더 꼼꼼히 보라고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과 사람, 특허와 계약의 관계를 AI로 분석해 제도적 누수를 찾아내야 한다."
▶ 국민 참여 해커톤으로 프로젝트를 확대한 이유와 가장 인상적이었던 성과는 무엇인가.
"의원실의 분석 자료를 공개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문제를 찾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민들이 의원실과 똑같은 나라장터 데이터를 분석하면서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사례를 새롭게 찾아냈다는 점이다. 각자의 경험과 전문지식에 따라 같은 데이터에서 다른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기존 국정감사에서 국민 참여는 주로 제보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분석 도구를 직접 활용해 문제를 발굴했다. 새로운 사례에서 발견한 분석 기준을 시스템에 다시 반영하면 더 많은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참여를 통해 검증 체계 자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 찾아낸 예산 낭비를 실제 절감으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는 무엇인가.
"발견한 가격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감사장에서 지적하는 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달청장이 의원실의 분석 시스템과 자료를 공유해 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적극적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조달청은 실제 계약 조건과 가격 산정 근거 등 의원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어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비싸게 산 물건 몇 개의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비효율이 반복되는 계약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 물품 구매를 넘어 공사와 용역,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까지 분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마 국회에서 AI를 대규모 행정 데이터 분석에 접목해 실제 국정감사에 활용한 것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단순히 국회의원의 업무를 편리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국회가 다룰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넓혔다.
개혁신당에서 AI 선거사무장이나 선거 동선 최적화, 공약 분석 도구를 만든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기존에는 출마에 상당한 돈과 조직이 필요했지만 홍보와 일정 관리 등을 자동화하면 작은 정당이나 정치 신인도 적은 비용으로 도전할 수 있다.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보다 기술로 기존의 제약을 얼마나 없앨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실제 제도와 정치 참여의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 앞으로 AI를 활용해 도전하고 싶은 과제는 또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훨씬 넓혀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인력과 시간의 한계로 일부 자료만 검토했다면 앞으로는 국가가 가진 방대한 정보를 직접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법률과 시행령, 조례를 연결해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며칠 만에 10건이 넘는 오류 의심 사례를 찾아냈다. 과태료 부과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이 개정 과정에서 사라졌는데도 그대로 인용된 경우 등이었다.
앞으로는 법안 발의 단계부터 다른 법령과의 충돌을 검증하고, 예산 심사에서도 부처 간 중복사업이나 성과가 부족한 사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도 바꿔보고 싶다. 국민이 원하는 답은 찬반이나 A안과 B안 중 하나가 아닐 수 있다. 다양한 의견에서 공통된 요구와 이해관계를 분석하면 정치권이 미처 제시하지 못했던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정치도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한계를 하나씩 깨고,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해법을 찾아내는 것.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그런 시도를 계속해 보고 싶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