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9·10구역은 지난 6월 신탁업자 지정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 75%를 확보했다. 하지만 종로구가 동의서 전면 재징구를 요구하면서 사업은 넉 달 넘게 멈춰 있다. 서울시가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인허가 기준을 통일하고 지정개발자 지정 업무에 30일 이내 처리 기준을 도입하기로 한 이유다.

서울시가 18년가량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줄이고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인허가 기준을 통일하고 공사비 갈등을 중재할 전담 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지구단위계획의 공공시설 관련 기준도 손본다. 행정 지연과 갈등을 줄여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정비사업 인허가 표준화

동의율 75%에도 멈춘 창신…인허가 기간 확 줄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정비사업 업무 처리기준 표준화 추진계획’을 마련해 25개 자치구에 전달했다. 사업시행자 지정은 30일 이내, 관계기관 협의는 10일 이내에 마치도록 처리 기한을 정했다. 자치구별로 다른 업무 기준과 처리 속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표준 기준을 우선 적용하고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관계기관 협의는 10일 이내에 마치되 한 차례에 한해 5일 연장할 수 있다. 기한 내 회신이나 연장 요청이 없으면 ‘의견 없음’으로 간주하는 간주협의제도 적극 활용한다. 보완 기한은 10일 이내로 제한하고, 두 번째 보완은 처음 제출한 서류에 미비점이 있을 때만 허용한다.

부서 간 이견으로 협의가 길어지면 별도 조정 회의를 열어 해결한다. 관련 법령에 처리 기한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마다 다른 업무 기준을 통일해 행정 지연을 줄이고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공동 시행 계약 관행도 손본다. 서울시는 공동 시행에 참여 중인 건설업자 3곳의 45개 구역 계약서(10월 기준)를 분석했다. 모든 계약에서 총매출의 2.0~2.8%를 수수료로 책정했지만, 총매출액 산정 기준이나 예상 수수료 총액을 명시한 계약은 한 건도 없었다.

수수료 지급 시기도 조합에 불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부적정 사항에 대해 수사 의뢰와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하고 국토부에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을 건의했다. 다음달 공동 시행자 선정 기준과 표준협약서도 마련할 계획이다.

◇신통기획에 이어 공급 속도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공사비 120센터’를 열어 증액·검증부터 갈등 조정과 합의 이후 사후 관리까지 통합 지원하고 있다. 변호사와 도시정비·행정 전문가 등 33명으로 전문 인력풀을 구성하고 갈등 사업장에는 ‘공사비 닥터’를 파견한다.

지구단위계획의 공공시설 설치 비용과 부지가액 산정 기준도 바꾼다. 산정 기준일을 인허가 시점에서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일로 앞당기고, 비용 재산정 업무는 인허가 부서에서 지구단위계획 입안 부서로 일원화한다. 사업 과정의 불확실성과 부서 간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다. 관련 조례 시행 규칙과 운영 기준도 연내 개정한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동시에 수립해 정비사업 표준 처리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했다.

그러나 자치구별 인허가 절차와 조합·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실제 사업 기간은 여전히 목표를 웃돈다. 이번 대책으로 행정 절차와 계약 관행을 개선하더라도 주민 동의와 사업성, 공사비·금융 여건이라는 변수는 남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필요한 지연 요인을 개선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