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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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은 결국 '이재명 판례 대 이재명 판례'의 대결로 귀결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단을 받은 2020년 판례를 방패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대선 발언을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2025년 판례를 창으로 삼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형사2-1부(고법판사 백승엽·황승태·김영현)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7월 27일 1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과 같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이다. 전직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무죄 논리로 꺼낸 것은 이 대통령의 이른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이다. 이 대통령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TV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관여 의혹을 부인한 발언으로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받았다.

당시 1심은 무죄였지만 항소심은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16일 7대 5 의견으로 이를 무죄 취지로 뒤집었다.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일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만으로 적극적인 허위 공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부터 이 법리를 핵심 방어 논리로 삼았다. 대선 과정의 해명성 발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2020년 판례가 이 사건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판례는 후보자끼리 묻고 반박하는 TV 토론회 발언을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등에서 기자 질문에 답한 것이어서, 같은 '토론회'라도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대신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20대 대선 당시 '김문기 모른다'·'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5년 5월 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2025도4697)을 적용한 1심 판단이 옳다고 했다. 이 판결은 허위 여부를 발언의 전체 취지와 맥락, 일반 유권자가 받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살린 판례에 기댔고, 법원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례로 응수한 셈이 됐다.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취임 직후인 2025년 6월 서울고법이 헌법 84조를 근거로 기일을 추후 지정하면서 중단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 과정에서 한 두 가지 발언을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첫째는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변호사에게 자신의 이름을 대고 윤 전 서장에게 연락하게 해 사실상 소개한 것으로 봤다. 일반 선거인이라면 '소개한 적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므로 허위라는 판단이다.

둘째는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에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당 관계자에게서 소개받았고 김건희 씨와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 재판부는 김건희 씨가 2013년 무렵부터 전 씨와 가까운 사이였고, 윤 전 대통령도 배우자를 통해 전 씨를 알게 된 뒤 여러 차례 함께 만났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에서 선거 과정의 해명이라는 맥락과 핵심 증거를 충분히 따지지 않고 발언 일부만 떼어내 책임을 물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법리 오해와 채증법칙 위반을 들어 상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형사 항소심 판결에는 선고일부터 7일 안에 상고할 수 있다.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0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사과와 선거비용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재판부터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개의 '이재명 판례' 가운데 어느 쪽이 윤 전 대통령 사건에 맞는지는 이제 대법원이 최종 판단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