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월세 주택을 공공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이 첫 임대인을 모집한다. 세입자는 전세 사기 위험을 줄이고, 집주인은 약정 수익을 매달 받으면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전세의 월세화와 주택 공급 부족으로 불안해진 임대차시장에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임대인의 참여 유인이 크지 않고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연 4.35% 수익에 세금 부담 절반

연 4.3% 수익에 세금은 절반…전세난속 '안심신탁' 뜬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4일부터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에 참여할 임대인을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민간 월세 주택을 HUG가 전세로 전환해 임차인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임대인·임차인·HUG가 3자 간 임대차계약을 맺고 임차인이 전세금을 HUG에 예치하면, HUG가 이를 운용해 얻은 수익을 임대인에게 매달 월세처럼 지급한다.

별도의 전용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5% 증액 제한 등을 통해 임차인의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한다. 전세금이 임대인을 거치지 않고 HUG에 예치·운용된 뒤 반환되는 만큼 전세 사기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임대인의 채무로 주택에 압류나 경매가 발생하더라도 전세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임대인은 안정적인 수익과 세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공고 기준 수익률은 세전 연 4.35%다. 임대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월 수익에 대한 소득세·법인세를 50% 감면하고, 감면 세액에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세율 20%)도 비과세한다. 기존 계약 종료 후 공실이 발생하면 사업에 계속 참여하는 조건으로 HUG가 최대 2개월분의 월 수익을 지급한다. 공실 기간에도 일정 수익을 보장해 임대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HUG 관계자는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안심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규제지역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면 실거주 의무 예외를 인정받아 약정 수익률과 주택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주택연금은 가입자나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해야 수령할 수 있다.

◇수익률 매력 낮고 기금 운용 부담 우려

가입 대상 주택은 가격 20억원 이하, 기존 선순위 부채비율 80% 이하로 제한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소득·자산 요건은 따로 없지만 국세·지방세 체납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가입이 제한된다.

임차인의 전세금은 적정 시세 이내에서 예치할 수 있고 보증부 월세인 준전세도 허용된다. 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하면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내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HUG는 신청 주택을 검증하고 3자 계약과 전세금 납부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할 수 있게 한다.

전세 물량 부족과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임대인이 수억원의 보증금을 맡길 만큼 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HUG가 제시한 연 4.35%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4.4%)과 빌라 전월세전환율(4.7%)보다 낮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의 51.0%를 차지했다.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임대인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사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HUG가 전세 예치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연 4.35% 수익과 최대 2개월분의 공실 지원금을 차질 없이 지급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에는 약정 수익률을 고정 지급하는 구조가 기금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