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레페리 제공
사진=레페리 제공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가 화장품을 홍보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가별 소비자 취향에 맞춘 마케팅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AI 크리에이터가 뷰티 마케팅의 새로운 주체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뷰티 크리에이터 전문기업 레페리에 따르면 최인석 레페리 의장은 지난달 말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아마존 주최 K뷰티 글로벌 콘퍼런스 '아마존 뷰티 인 서울(Amazon Beauty in Seoul)'에서 "2027년부터 AI 크리에이터가 브랜드 마케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이날 'AI를 활용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유튜브가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면 생성형 AI는 AI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AI 크리에이터의 확산을 예상하는 배경에는 K뷰티의 글로벌화가 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미국과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하면서 현지 언어와 문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 의장은 "K뷰티가 세계로 나갈수록 나라마다 최적화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보내야 한다"며 "이 물량을 사람의 촬영과 섭외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뷰티 업계에 AI 크리에이터는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길"이라며 "한국이 AI 크리에이터를 가장 먼저,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AI 크리에이터가 기존 인플루언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고 경험을 전달하는 리뷰 콘텐츠는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고, AI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국가에 브랜드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하는 데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 의장은 "앞으로의 경쟁력은 AI 크리에이터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휴먼 크리에이터와 AI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조합해 성과로 연결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레페리는 이날 생성형 AI 콘텐츠 플랫폼 'LCMD 스튜디오'도 공개했다. 수백 명 규모의 AI 모델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기업이 국가별 마케팅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레페리는 이를 기반으로 AI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마케팅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 의장은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SNS 콘텐츠는 1년 안에 충분히 대체 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모두가 AI 크리에이터에 익숙해진 뒤에 진입하면 이미 늦는다. 브랜드들이 지금부터 AI 콘텐츠를 직접 써 보고 자기만의 활용 방식을 만들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