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업도 수익 내야"…장애인 일자리 키운 힘
“아무리 착한 사업이라도 지속 가능하려면 제대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42·사진)는 3일 서울 성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KT&G 상상플래닛의 초청으로 열린 강연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브랜드 ‘히즈빈스’를 운영하는 향기내는사람들은 기업의 장애인 채용과 교육·관리까지 지원하는 전문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경 창업교류전서 만난 인연

임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건 한동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인 2008년이다. 한국경제신문과 KT&G가 주최한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홍콩에서 한 중국인 창업가를 만난 것. “중국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창업한다”는 그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은 임 대표는 “창업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귀국 후 부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포항의 장애인 시설에서 4개월간 매주 정신장애인을 만났다. 그는 “일각의 편견과 달리 정말 순수하고 성실한 분들이었다”면서 “장애 때문이 아니라 전문적인 교육과 지지를 받은 적이 없어서 일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같은 해 한동대 동문, 지도교수 등 4명과 함께 향기내는사람들을 창업했다.

2009년에는 A4용지 3장짜리 사업제안서를 들고 포스코를 6개월간 여섯 차례 찾아가 2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 해 9월 한동대에 히즈빈스 1호점을 열었다. 사업은 빠르게 커졌지만 2014년 지방선거 이후 포항시 산하 매장들의 계약 주체가 바뀌며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수억원의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매장 폐쇄나 직원 해고 없이 2년을 버텼다. 임 대표 스스로도 체중이 8㎏ 빠질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기업 맞춤형 고용으로 돌파구 마련

그러다 히즈빈스 장애인 직원의 높은 직업 유지율이 알려지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국내 정신장애인의 3개월 기준 직업 유지율이 18% 수준인 데 반해 히즈빈스는 95%를 기록했다. 2015년 미국정신재활협회에 이 사례가 소개되면서 전국 장애인 부모님의 연락과 투자가 이어졌고 히즈빈스의 전국 확장 계기가 마련됐다.

임 대표는 직영점만으로는 전국 장애인 265만 명의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 기업 사내 카페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고 여기에 필요한 장애인 직무설계와 채용·교육, 현장 운영까지 지원했다. 그러자 약 2년 반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현재 직영점 7곳과 현대차그룹, SK, 롯데, 두산 사내 카페 31곳 등 38개 매장에서 국내외 장애인 직원 180명이 일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진정한 장애인 고용을 위해 “사람이 아니라 일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 매니저와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 등이 장애인 직원을 함께 지원하는 ‘다각적 지지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시스템은 2020년 특허청으로부터 장애인 고용관리 관련 특허도 받았다. 그는 “장애인도 누구나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며 “그때 마음을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사내 카페를 넘어 제조·교육·문화예술·IT·공간관리 등으로 장애인 직무를 넓히고 있다. 2040년까지 100개 직무를 개발해 장애인 전문가 7000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그는 “장애인만이 가진 강점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를 연결하고 맞춤형 컨설팅부터 실제 운영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은정진 기자/사진=문경덕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