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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고금리까지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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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고차 가격이 뚝 떨어지고 있다. 주요 인기 차종의 중고차값은 1년 만에 15% 이상 내려갔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출길이 좁아진 데다 원화 강세 여파로 중고차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3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2023년식 BMW 5시리즈(무사고, 주행거리 6만㎞, 520i M스포츠)의 지난달 중고차 평균 시세는 1년 전 2022년식 동급 모델(4493만원)보다 734만원(16.3%) 낮았다. 3년 된 제네시스 GV80(2.5T AWD 등급) 중고차도 같은 기간 5174만원에서 4572만원으로 602만원(11.6%) 하락했다. 2027년식 신차(7355만원)보다 약 40% 싸다. 2023년식 아우디 A6(45 TFSI 프리미엄) 평균 시세(3417만원)는 동일 모델의 신차(8690만원)보다 60.7%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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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중고차 수출 시장은 초호황을 누렸다. 글로벌 시장이 유리하게 돌아갔다. 시리아의 장기 독재 정부가 무너지면서 중고차 시장이 열렸다. 미국과 유럽에서 신차 수입 제재를 당한 러시아도 한국 중고차의 ‘큰손’ 역할을 했다. 1500원 안팎으로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은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전쟁 장기화에 중고차 수출 ‘뚝’
올 들어 이런 호재가 모조리 악재로 둔갑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선박 운항에 차질이 생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 수출이 뚝 끊겼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출력 수입차에 대한 ‘폐차세’(재활용부담금) 우대 혜택을 폐지했고 시리아는 중고 승용차 수입 시장을 다시 닫았다. 인천에서 중고차를 수출·판매하는 이재열 씨는 “지난해 10월에는 차량 30대를 팔면 21~22대가 수출용이었는데 지금은 4~5대에 불과하다”고 했다.환율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자 수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원·유로 환율 낙폭은 더 컸다. 영세업체가 많은 중고차 수출산업은 이런 환율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손세훈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부조합장은 “외국 바이어 입장에선 불과 몇 달 새 한국 중고차 가격이 30% 정도 올랐다”며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아 관리 상태가 좋다는 한국 중고차의 장점이 가격 때문에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3년 된 중고차, 신차 대비 반값
중고차 재고는 시차를 두고 중고차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수출 업체들이 경매·도매시장에서 차량 매입을 줄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소매시장에 반영돼서다. 중고차는 재고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관리 비용이 늘고 가치가 하락한다. 이에 따라 값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다.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지난달 2023년식 현대자동차 더 뉴팰리세이드의 중고차 평균 시세는 3802만원(무사고·주행거리 6만㎞·2.2 디젤 2WD 캘리그래피 기준)으로 1년 전 2022년식 같은 모델의 시세보다 700만원(15.5%) 낮다. 올해 출시한 신형 팰리세이드 신차(6047만원)와 비교하면 2245만원(37.1%) 저렴하다.
고급 수입차도 예외는 아니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긴 포르쉐 카이엔(PO536) 2023년식(9942만원)은 올해 신차 가격(1억4990만원)보다 5000만원 이상 낮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수입차도 출고 3년 후 중고차 가격이 신차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 2023년식 벤츠 E클래스의 중고차 평균 시세는 4372만원(E350 4MATIC 기준)으로 신차(9480만원)의 46% 수준이다.
◇ 연말엔 중고차 수요 더 줄 듯
케이카 관계자는 “수출 부진 외에 고유가와 금리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중고차 가격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이달 셋째주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56원으로 1년 전(1661원)보다 약 200원 올랐다. 경유 상승폭은 더 크다. 기름값이 뛰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올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한 점도 중고차 구매에 필요한 금융 비용을 높였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할부 등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 국내 구매 수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올해 말이 중고차를 구매할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통상 연말을 앞둔 4분기는 연식 변경과 신차 프로모션이 겹치며 중고차 수요가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전쟁 같은 돌발 변수가 없으면 한국의 중고차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조은형 KG모빌리티플랫폼 PM팀 애널리스트는 “중고차 구매를 염두에 둔 소비자라면 합리적 가격에 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