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세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고 전기차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고유가로 전기차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충전 인프라가 확산하는 것도 수요를 뒷받침했다.

고유가에…중고 전기차는 '귀하신 몸'
3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2023년식 테슬라 모델Y의 지난달 중고차 평균 시세는 5104만원(무사고·주행거리 6만㎞·롱레인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022년식 같은 모델 시세(4768만원)보다 336만원(7.1%) 올랐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프레스티지의 중고차 시세도 같은 기간 3249만원에서 3321만원으로 72만원(2.2%) 상승했다. 하이브리드카도 강세다. 렉서스 ES300h 7세대 중고차 시세는 지난해 10월 4849만원에서 올해 같은 달 5051만원으로 202만원(4.2%) 뛰었다. 이에 비해 가솔린과 경유 중고차는 중동 전쟁 등으로 수출이 급감해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다.

친환경차는 거래량도 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기차 거래량은 5만5507대로 전년 동기(3만8857대)보다 42.8% 급증했다. 하이브리드카는 같은 기간 8만2512대에서 10만1291대로 22.8%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중고 승용차 실거래 대수는 141만962대로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했다.

업계에선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돼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고 본다. 전기차 차종이 다양해지고 충전 시설이 확충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충전기 설치 대수는 54만1759대로 약 5년 전인 2021년(7만4668대)보다 일곱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정보가 투명해진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는 최근 인증중고차 구매자에게 배터리 상태 점검 결과뿐 아니라 배터리 셀 간 전압·온도 편차, 누적 충·방전 기록 등도 공개한다. 권용국 차봇모빌리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전기차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중고 시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졌다”며 “특히 배터리 등 차량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자 중고 시장에서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