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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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정가의 9배가 넘는 가격에 버젓이 암표가 판매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의 잇단 단속에도 암표 거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재판매 가격에 상한을 둬 암표 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가 9배’ 암표 버젓이

3일 티켓 양도 플랫폼 티켓베이엔 이날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중앙테이블석 입장권 3장이 390만원에 올라왔다. 좌석당 130만원으로, 정가(14만원)의 9.2배에 달한다. 좌석당 정가 15만원인 스카이박스와 포수 뒤 테이블석은 각각 33만원이 매겨졌다. 판매자는 “경기가 잘 보이는 명당”이라며 구매를 독려했다.

저가 좌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가 6만원인 3루 응원지정석은 4배인 24만원에 올라왔다. 외야테이블석은 정가 7만원의 3.9배인 27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개최가 확정되지 않은 한국시리즈 5~7차전 티켓 판매글도 수백 건 게시됐다. 이날 오전까지 티켓베이에 올라온 한국시리즈 1차전 티켓 가운데 정가 이하로 판매된 사례는 없었다.
"경기 잘 보이는 명당"…130만원 한국시리즈 티켓에 '허탈'
입장권을 반복 거래한 정황도 포착됐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한 판매자는 약 2주 동안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입장권 판매글 9건을 게시했다. 이 가운데 준플레이오프 3차전 입장권 판매글 3건은 판매 완료로 표시했다. 정가 4만5000원인 한국시리즈 1차전 스카이존 입장권은 18만원에 올렸다. 웃돈을 노린 반복 거래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가보다 비싸게 2장 이상 판매하거나 1장이라도 정가의 2배 이상에 팔면 부정판매로 판단한다. 8월 28일 시행된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 목적의 부정구매와 상습·영업적 웃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부정판매자에게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처벌 강화에도 단속 역부족

정부와 경찰의 단속도 강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달 20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입장권을 고가에 대량 판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31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날에는 인천경찰청이 공연·스포츠 입장권 1만5500여 장을 웃돈을 받고 판매해 약 22억원을 챙긴 혐의로 24명을 검거해 송치했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입장권을 정가의 110배에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고가의 암표 매물이 계속 등장하면서 사후 단속만으로는 암표 거래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행법은 상습·영업적 웃돈 판매 등을 규제하지만 모든 재판매 거래에 일률적인 가격 상한을 두지는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의 자체 규제는 오히려 완화되는 흐름이다. 티켓베이는 지난 9월 법적 규제와의 중복을 이유로 기존 장당 100만원 미만으로 제한하던 판매가격 상한을 폐지하고 재판매 수량 제한만 유지하고 있다.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지만 플랫폼에서 고가 매물 등록을 제한하는 장치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재판매 가격 상한을 플랫폼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법률로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플랫폼 거래에서 아예 웃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해 암표 거래의 유인을 없애자는 취지다. 일례로 영국 정부는 입장권 재판매 가격을 최초 구매가격 이하로 제한하고 플랫폼 수수료에도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개인 사정으로 입장권을 불가피하게 되파는 경우 취소·구매 수수료를 넘어서는 큰 이익을 취할 이유가 없다”며 “재판매를 허용하더라도 가격에 상한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