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전경. 한경DB
우리은행 본점 전경. 한경DB
해외 투자기관이 국내 금융회사에 계좌를 두지 않고 현지에서 원화계좌를 열어 국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은행권 1호 거래’가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싱가포르지점에서 해외 투자기관의 원화계좌를 개설하고, 이 기관이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을 거쳐 국내 증권사로 원화를 송금해 원화 상품에 투자하는 거래를 연결했다고 2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의 주요 과제인 역외 원화거래 자유화에 따른 거래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거래는 외환당국의 규제 완화에 따라 별도의 자본거래 사전신고 없이 진행됐다.

이번 거래에는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RFI-K) 제도가 활용됐다. RFI-K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회사에 계좌를 따로 만들지 않고도 원화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보유·조달·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투자자가 RFI-K에 원화계좌를 열면, RFI-K가 한은 원화국제결제망 참가기관에 통합원화계좌를 두고 고객 대신 결제하는 구조다.

그간 해외 투자자가 원화 상품에 투자하려면 시차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국내 금융회사에 계좌를 연 뒤 한국 영업시간에 맞춰 결제를 지시해야 해서다. RFI-K 제도가 도입되고 한은 원화국제결제망이 24시간(주말·공휴일 제외) 운영 체제를 갖추면서 현지에서 원화계좌를 열고 현지 영업시간에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은행은 9월 싱가포르·도쿄·런던지점과 중국법인 등 네 곳을 재정경제부에 RFI-K로 등록해 인가를 받았다. 아시아·유럽 주요 금융시장의 현지 기관을 대상으로 원화 거래를 넓혀갈 계획이다.

나지영 우리은행 자금시장운용부 부부장은 “원·달러 외환시장이 24시간 열린 뒤 역외에서 원화 송금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거래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