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결 대표가 영국박물관에서 신라 금관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작은 사진)를 소개하고 있다.
윤결 대표가 영국박물관에서 신라 금관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작은 사진)를 소개하고 있다.
“영국 왕실 유산을 장신구로 재해석한 경험을 살려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주얼리 제작·판매회사인 파크사이드 런던·아리아앤코를 창업한 윤결 대표(52)는 2일 인터뷰에서 “K컬처 열풍으로 K문화유산의 매력을 알릴 기회가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민등록상 본명(박지은) 대신 호를 사용하는 그는 창작자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아내겠다는 뜻에서 2018년 지인에게서 빛날 ‘윤(贇)’과 숨결·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 ‘결’ 선물받았다.

윤결 대표는 영국 왕실의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와 약 20년간 협업해 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과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맞춰 각각의 왕관을 재현한 브로치를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 문화유산을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영국박물관에서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마지막 해외 순회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과 연계해 박물관이 선정한 주얼리를 납품 중이다.
윤결 대표가 영국박물관에서 신라 금관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를 선보였다. 파크사이드 런던 제공
윤결 대표가 영국박물관에서 신라 금관을 모티브로 한 주얼리를 선보였다. 파크사이드 런던 제공
윤결 대표는 1992년 중앙대에 입학해 금속공예와 도예, 목공예 등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마르크 샤갈의 전시를 관람하며 미술 세계에 빠져들었다. 1996년 국내 패션기업 한섬에 입사해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98년 영국 유학을 결심했다. 런던예술대에서 구두·가방 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2003년 유명 구두 브랜드 지미추 오트 쿠튀르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영국과 북유럽 귀족의 맞춤형 구두 제작에 참여했고 이후 주얼리 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05년 독립해 파크사이드 런던을 창업했다.

영국 왕실과의 인연은 2007년 시작됐다. 영국 퀸스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 맞춰 벌과 나비 등 곤충을 형상화한 브로치를 납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네다섯 차례 매진 행렬이 이어지자 왕실 측 수석 바이어가 직접 만남을 요청했다. 이후 왕실 소장 장신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주얼리를 제작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영국 유명 백화점인 포트넘 앤 메이슨과 펜윅, 셀프리지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했다. 영국박물관,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V&A), 국립초상화미술관, 제국전쟁박물관 등과도 협업해 각종 주얼리를 선보였다.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2014년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영국박물관에 견학을 다녀온 아들이 수많이 진열된 중국·일본 기념품과 달리 한국 관련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아쉬워한 것. 윤결 대표는 곧바로 영국박물관 측에 한국 전통 노리개를 활용한 브로치를 제안했고 납품이 성사됐다.

국내 활동은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가 인연이 됐다. 당시 행사장을 찾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만나 한국 문화유산을 활용한 주얼리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듬해 1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와 만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귀빈용 장신구 개발을 논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그는 신라 금관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를 모티브로 한 장신구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에 아리아앤코를 설립하고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맞춰 신라 금관을 재해석한 목걸이와 귀걸이 등을 선보였다.

특히 흔들리는 곡옥의 색상과 형태를 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걸을 때마다 곡옥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앞으로는 백제 등 다른 시대의 문화유산으로도 디자인 소재를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최진영 기자/사진=이솔 기자 real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