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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쥐고 있어도 돈 못 버는 K콘텐츠…투자도 성장도 관건은 수익성”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인터뷰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다동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제작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막힌 물꼬를 터보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흥행작이 잇따라 탄생하는 등 K콘텐츠가 화려한 성취를 보여주면서도, 정작 국내 콘텐츠 생태계는 자본 경색 같은 위기를 겪는 까닭이 “돈이 되느냐”는 투자시장의 물음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진단에서다. 김 원장은 “콘텐츠로 돈을 벌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투자가 안 들어오는 것”이라며 “IP 비즈니스 다변화가 시장 활성화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K콘텐츠, 하나만 잘해선 생존 못해”
그간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대한 논의는 ‘IP 소유권’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비를 부담하는 대신 IP 권리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이 확산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김 원장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콘진원이 OTT특화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IP 확보형’ 트랙을 따로 두는 등 최근 국내 제작사가 IP를 보유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정작 수익으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찾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개별 콘텐츠 흥행에만 의존하다 보니 IP를 소유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김 원장은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과거와 달리 드라마는 드라마만으로, 게임은 게임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 글로벌 콘텐츠업계는 단일 장르 IP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 “콘텐츠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단,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고선 이를 활용한 IP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콘진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 성장률은 2018~2022년 평균 4.78%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2022~2025년은 평균 1.68%로 쪼그라들었다.
“IP확장 가교 기능할 것”
이런 청사진의 첫 단추로 김 원장이 제시한 사업이 ‘한국형 제작위원회’ 도입이다.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방송·웹툰·게임·캐릭터 등 다양한 장르의 제작사와 투자·유통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콘텐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협력하는 모델이다. 김 원장은 “의사결정이 더디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일본식 제작위원회와 달리 하나의 장르에 머무는 IP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협력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콘진원이 투자금을 끌어오거나 권리 배분 문제를 조율하는 간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소규모로 시범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애니메이션과 게임, 웹툰처럼 핏(Fit·적합성)이 맞는 장르를 붙이는 등 우선 작게나마 민간 기업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김 원장은 한국형 제작위원회가 시장에 착근하려면 콘진원 기능도 고도화해야 한다고 봤다. 지원 예산을 나눠주거나 기업 간 협업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에 참여해 수익을 내면서 이를 다시 새 콘텐츠에 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콘진원은 연간 168개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는데, 예산마다 용도·용처가 정해져 있어 장르 간 벽을 허물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간 예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연간 단위로 지원금을 나눠주다 보니 기획·제작·유통에 수년씩 걸리는 업계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고민도 있다.
콘텐츠산업의 금융 인프라 조성을 연구해온 만큼, 김 원장은 콘텐츠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콘진원이 콘텐츠 가치평가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평가 결과가 실제 금융 지원으로 이어지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기관이 가치평가 결과를 주로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 투자의사 결정에 적극 반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높다면 그에 걸맞은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콘진원이 가치평가에 이어 보증과 은행 대출 연계까지 담당하는 체계를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보증 손실이 클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은 정부가 감수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손실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비용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목/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