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장동혁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보수 야권의 대권 주자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내년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가 대선 주자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차기 전당대회는 장동혁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로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시점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직후로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가 국회의원 한 곳(강원 강릉), 기초자치단체장 한 곳(경북 고령), 지방의원 두 곳(서울 중랑, 충북 청주)에서 치러지는데 결과에 따라 장 대표가 물러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 경우 현직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이 되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2년 임기인 당대표를 새로 선출할 수 있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금은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계속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며 “장 대표도 당내 사퇴 압박이 커지면 지지율이 오르는 와중인 내년 상반기에 직을 던지고 연임 도전에 나서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오세훈
오 시장은 장 대표부터 한동훈 무소속 의원까지 두루 껴안는 ‘빅텐트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한 방송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런 절대군주(민주당)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데, 한 의원뿐 아니라 장 대표까지 다 아울러서 못 만날 사람이 없고 힘을 합치지 못할 사람도 없다”고 했다.

한 의원은 대여 투쟁을 통해 자신이 보수의 ‘전략 자산’임을 강조하는 한편 원내와의 접점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만 한 의원은 장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한 차기 전당대회 이전까지 복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 시장 역시 현직 단체장이어서 당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있다.

한동훈
한동훈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한 의원과 손잡고 전당대회에 대리 주자를 내세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의원은 3일 5선 김기현·윤상현 의원과 정당 개혁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한 의원이 재보궐로 원내에 입성하자 자신이 대표로 있는 국회 연구모임에 한 의원을 가입시켰다. 윤 의원은 오 시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 때 현직 의원 중 유일하게 법정을 찾는 등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과 윤 의원 모두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장외 행보를 통해 강성 당원 결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 투표 80%, 일반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선출하기 때문에 강성 당원 표심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연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보수우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장 대표가 사석에서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다고 발언한 녹취록이 유출되는 등 지지층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 강경파’로 떠오른 이진숙·김태규 의원 등이 내년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면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원내 정치보다는 국민을 사로잡을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여론은 ‘대세가 기울었다’는 생각이 들면 빠르게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며 “일반 국민을 향해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소구되는 주자가 대권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