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다음달부터 역대 최대인 821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정치권에서는 예산안의 약 20%를 차지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래대응기금의 목적과 사업 등이 불분명한 만큼 예산안 심사를 통해 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대 예산안 심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에 들어간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12.8%) 늘어난 규모다.
국회는 다음달 4~5일 종합정책질의를 거친 뒤 9~12일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한 부별 심사를 진행한다.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잇따라 가동한다. 소위 의결 이후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 본회의에 부의돼 최종 처리된다.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편성된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이 중 여유 자금으로 104조4000억원을 남겨 세수가 부족하거나 긴급한 정책 수요가 생길 때 사용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기금 신설 대신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미래대응기금 여유 자금 104조4000억원에 대해 전액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초과 세수가 늘어) 미래대응기금 규모가 2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는 정부가 국회 통제를 벗어나 마음대로 돈을 뿌리겠다는, 그야말로 200조원의 포퓰리즘 자유 이용권”이라며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만 믿고 재정 지출을 늘리면 나중에 (부실 재정의) 화근이 된다”고 말했다.
◇野 “메가 프로젝트 예산도 손질”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공청회에서도 미래대응기금의 목적과 사업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은 목적이 불분명하고 사업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지속적 관리가 불가능하며, 투명한 관리도 불가능한 구조”라며 “미래대응기금안을 폐기하고 국채를 상환해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는 “미래대응기금에 포함된 사업 예산은 기존 예산항목 체계 내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해 미래대응기금에 새로운 사업 예산을 포함할 이유가 없다”며 “일시적 세수 증가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은 재정 안정화 기능만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한 3대 메가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두고도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1조1658억원)도 재정 낭비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과 3대 메가 프로젝트, 청와대 특수활동비 등 100개 문제 사업에 대해 총 134조원에 달하는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전액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