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험대 오른 다문화 우대 정책
“맞벌이 부부인데 다문화 가족에게 순번이 밀렸네요.”

최근 인터넷 맘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출산 직후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했지만 수개월 대기한 끝에 결국 순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유아보육법 등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지원에서 입소 1순위다. 문제는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이 줄어들면서 1순위끼리 경쟁하게 됐다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계층, 다문화 가족, 다자녀 가구 등 항목당 100~200점씩 가산해 총점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 학부모는 “자국민이 역으로 차별받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다문화 가족 우대 정책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문화 가족을 우대하는 제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한정된 교육 기회를 배분하는 제도인 ‘입학 우선권’은 대표적인 논란 거리다. 서울교육청은 법정 저소득층, 국가보훈 대상자, 북한이탈주민의 자녀(1~3순위) 외에도 다문화·다자녀 가정 등을 유치원 기타 우선모집 대상으로 명시한다. 맞벌이 부부는 교육청이 제시한 기타 우선모집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내년도 유치원 원아 모집에 지원할 예정인 한 학부모는 “도움받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인데, 순위에서 밀릴까 봐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문화 전형은 대학 입시에서도 논란이 된다. 고려대는 올해부터 의대(1명), 경영대(4명), 전기전자공학부(3명) 등 20명을 ‘다문화 전형’으로 선발한다. 특히 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늘어난 2000년대 중반 여성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가 겪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정책은 언어 장벽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결혼이민자의 정착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정책이 본격화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다문화 가족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성평등가족부의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구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비율은 65.8%로 늘었다. 일부 소득이 높은 다문화 가족이 혜택을 받는 모습에 대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들을 일률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는 현재의 우대 정책을 재검토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산과 소득, 정착 기간과 언어 장벽, 양육 여건 등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지원책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함께 논의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