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사진=임형택 기자
상급지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 아파트 매입자 2명 중 1명이 해당 지역 거주자로 조사됐다. 정부 규제와 시장 침체 속에서 외지인의 강남 3구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지역 내의 거주자 매수세가 두드러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매수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강남 3구 소재 공동주택(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 등) 매수자 중 강남 3구 거주자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강남 3구 아파트를 사들인 매수자 중 해당 권역 내 거주자 비중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9월 누적 기준으로 2024년 47.3%였던 이 비중은 2025년 49.8%로 늘었고, 올해에는 51.1%를 기록하며 과반을 웃돌았다. 강남 3구에서 거래된 주택 두 채 중 한 채 이상은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이 사들인 셈이다.

반면 지방이나 경기권 등 서울 외 지역에서 자본을 들고 강남 3구로 진입하는 문턱은 높아졌다.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매수 비중은 2024년 30.0%에서 2025년 27.0%, 올해 25.2%까지 줄었다. 서울 다른 자치구 거주자의 비중은 각각 22.7%(2024년), 23.2%(2025년), 23.7%(올해)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그들만의 리그' 심화 현상은 서초구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2024년까지만 해도 서초구에서는 서울 외 외지인 비중이 31.7%로, 관내 거주자(서초구) 비중(31.3%)보다 소폭 높았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지형도가 뒤집혔다. 올해 들어 서초구 관내 거주자 매수 비중은 5.7%포인트 높은 37.0%, 서울 외 거주자의 유입 비중은 8.3%포인트 낮은 23.4%를 기록했다.

강남구와 송파구 역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강남구는 서울 외 거주자 비중이 28.8%에서 25.9%로 줄었고, 관내 거주자(강남구) 비중이 40.9%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송파구 역시 관내 거주자(송파구) 비중은 40.1%에서 42.6%로 늘었고, 서울 외 거주자 비중은 28.6%에서 25.8%로 낮아졌다.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무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무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 사진=뉴스1
이러한 방향성은 거래량이 출렁이는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1~9월을 기준으로, 강남 3구 매수인은 2024년 2만7053명에서 지난해 3만2905명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2만3817명으로 급감했다. 다만 '관내 거주자 비중 증가, 외지인 비중 감소'라는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의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매수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의 절반 이상은 이미 이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며 "외부에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자산을 재배치하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한 뒤 지금 사는 단지 안이나 바로 옆 블록으로 갈아타려는 분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잠원동의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동네에서 매도하시는 분 중 멀리 이사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면서 "강남 집값이 계속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경험한 분들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집을 팔더라도 평수를 줄여서 동네 안에서 이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대출 규제와 고강도 세제로 인해 자산 양극화가 굳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서울 핵심지와 외곽의 집값 격차가 줄어드는 이른바 '집값 평탄화' 기조가 무색하게 지역 내 자산가들의 매매 회전율이 상승했다는 해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은 주거 상향의 최상단 지역이라 기존 주택을 매각한 자산 가격을 바탕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엄격한 대출 규제 속에서 현금 자산이 없으면 진입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며 "결국 외지인의 신규 유입은 끊기고 기존 거주민이 그 안에서 평형을 넓히거나 줄여가며 순환하는 '그들만의 회전바퀴'가 굳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