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전셋집 만기를 앞두고 새로 들어갈 전세나 월세를 알아보다가 시세에 경악했습니다. 매달 비싼 월세를 내며 살 바에야 대출을 조금 더 받아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등기를 치고 나니까 이제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 첫 집을 마련한 30대 직장인)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매매가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무주택자들의 '생존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무주택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주택 매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등)을 매수한 사람은 6만575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만5711명)과 비교하면 43.8% 증가한 수치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매수한 이들은 8324명이었다. 지난 8월 고점(9353건) 대비해서는 소폭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1~9월 월평균 매수 건수인 5079건과 비교하면 여전히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시계열을 넓혀서 보더라도 생애 첫 집을 사들이는 사람 수는 가파른 증가 경향을 보였다. 서울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1~9월 월평균 기준 △2024년 3978명 수준에서 △2025년 5079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7306명까지 치솟았다.

집값과 주거비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들의 발걸음이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 생애 첫 집을 마련한 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1월 6554명에서 시작해 7월엔 8006명까지 늘었고, 8월엔 9353명으로 고점을 찍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생애 첫 집 마련 수요는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고 진입 장벽이 낮은 서울 외곽 지역에 집중됐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속에서 상대적으로 매매 가격이 저렴하고 대출이 용이한 중저가 단지 위주로 계약이 이뤄진 결과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은 생애 첫 매수자가 몰린 곳은 강동구(6842명)였다. 연초 300명대에서 8월 2560명, 9월 1698명으로 급증했다. 이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4721명)와 강서구(4660명), 은평구(4113명)가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강북 아파트 평균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KB 부동산이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강북 14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94만원으로, 전월(11억9366만원)보다 827만원 올랐다. 강북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 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노원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1.52%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노원구에서는 중저가 단지들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청솔' 전용면적 49㎡는 지난 12일 6억7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4억원 후반대에 거래가 됐는데, 올해 들어 2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송파구는 고가 상급지가 몰린 강남 3구 중 유일하게 상위 5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대단지 아파트 초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와 고소득 젊은 층의 첫 집 마련 수요가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실거주를 강조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무주택자들의 수요가 임대차에서 매매로 전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주거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대출 규제 압박도 커지면서 내 집 마련 기회가 있을 때 실행에 옮기려는 이들이 늘었다. 당분간, 최소 연말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