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에는 퇴직금 제도가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퇴직 급여의 ‘사외 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하면서다.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기금화를 촉진하는 방안도 내놨다. 금융회사와 사업주는 물론 전국 단위 노사단체도 퇴직연금 기금을 운용할 수탁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과 경쟁을 촉진해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기금형 퇴직연금 조성 본격화

2030년 퇴직금 제도 사라진다…'기금형 퇴직연금'도 도입
정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년보다 16.1% 늘어난 501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수익률은 6.47%로 국민연금(18.82%)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먼저 퇴직급여를 사내에 적립하던 사업장은 앞으로 의무적으로 외부 기관에 적립해야 한다. 사업주의 경영 악화, 폐업 등으로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1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28년엔 100인 이상 사업장, 2029년 10~99인, 2030년 10인 미만 사업장 순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조성도 본격화한다. 기금형은 전문성을 지닌 ‘운용기관’(수탁법인)이 적립금을 모아 운용하는 형태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도 함께 운용해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금 조성 방식은 금융회사가 단독·컨소시엄으로 수탁법인을 설립해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복수의 사업주가 공동으로 기금을 설립하는 연합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처럼 근로복지공단 같은 공공기관이 운용하는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다.

특히 연합형에는 ‘전국 단위 노사단체’가 설립 주체로 포함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손잡고 퇴직연금 운용기관을 세워 운용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기관 개방형 수탁법인은 최소 자본금이 120억원이지만, 연합형 비영리 법인은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줄 방침이다. 노동계가 거대 자금을 굴리는 연금 시장의 사업자가 될 경우 퇴직연금 시장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수탁법인 수탁자 책임도 강화

기금형 퇴직연금이 고객의 이익과 어긋나거나 정치적인 목적 등으로 운용되지 않도록 ‘수탁자 책임’도 강화한다. ‘수탁법인은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법제화한다. 또 운용 과정에서 이해상충 의무 위반 등 핵심 의무 위반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수탁법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되, 고의·과실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도입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지켰다면 투자 손실 자체만으로 책임을 묻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 개편도 추진한다. 현재는 정성 평가를 바탕으로 상위 10% 우수 사업자만 공개하지만, 앞으로는 전체 사업자의 평가 결과를 공개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경쟁을 유도한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도 평가를 강화해 수익률이 낮거나 성과가 부진한 상품은 퇴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퇴직연금의 장기 적립과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 인출 대신 활용할 수 있는 담보대출 상품 출시도 지원한다. 일시금 수령 의사를 미리 밝히지 않으면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고용노동부는 11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곽용희/정희원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