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 팔레 가르니에의 대리석 대계단. 계단을 둘러싼 발코니마다 '프로젝트 12' 작품을 건 흰 패널이 서 있다. /ⓒStudio Lazareff - Arop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 팔레 가르니에의 대리석 대계단. 계단을 둘러싼 발코니마다 '프로젝트 12' 작품을 건 흰 패널이 서 있다. /ⓒStudio Lazareff - Arop
지난 26일 찾은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극장 팔레 가르니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된 이 극장의 대리석 계단에서는 한껏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에서 화려한 인테리어 디자인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계단을 둘러싼 발코니에 걸린 현대미술 작품들이었다.

지금 이곳에서는 극장을 운영하는 파리오페라단과 후원회 AROP가 개관 150주년을 맞아 연 전시 '프로젝트 12'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극장은 자체 심사를 거쳐 엄선한 작가 총 12명을 한 달에 한 명씩 초대해 관련 작품을 만들도록 했다. 작가들은 리허설을 지켜보고 무대 뒤 연습실과 의상·분장·무대배경 작업장을 드나들었다.
팔레 가르니에 대계단을 둘러싼 발코니에 걸린 박가희의 '스틸 라이프 위드 버터플라이즈'(2025). /ⓒStudio Lazareff - Arop
팔레 가르니에 대계단을 둘러싼 발코니에 걸린 박가희의 '스틸 라이프 위드 버터플라이즈'(2025). /ⓒStudio Lazareff - Arop
12명의 작가 중에는 한국 작가 박가희(41)도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그는 익숙한 장면을 기묘하게 비튼 그림을 그린다. 레지던시(입주 창작) 기간 그는 연습실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 박세은을 만났다. 무대 바로 뒤에 있는 무용수들의 방 '푸아예 드 라 당스'도 둘러봤다.

박가희는 이 방과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착안해 정물화 '스틸 라이프 위드 버터플라이즈(Still Life with Butterflies)'를 그렸다. 흰 식탁보 위 유리 화병에 꽃다발이 풍성하게 꽂혀 있고, 식탁보는 무대 막처럼 화면 아래로 드리워 있다. 발레리나가 설 자리엔 나비들이 섰다. 이를 통해 박가희는 발레 무대를 꽃과 식탁보, 나비로 표현했다.
팔레 가르니에에 놓인 장미셸 오토니엘의 조각 의자 '미드나이트 스툴스'(2025). /ⓒStudio Lazareff - Arop
팔레 가르니에에 놓인 장미셸 오토니엘의 조각 의자 '미드나이트 스툴스'(2025). /ⓒStudio Lazareff - Arop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62)은 조각 의자 3점 '미드나이트 스툴스(Midnight Stools)'를 내놨다. 거울처럼 닦은 스테인리스에 검은 광택을 입혀 블록을 쌓은 모양으로 만든 조형 작품이다. 오토니엘은 이 극장 무용 연습실에서 안무가,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을 구상했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안뜰에 오른 이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이 의자들과 어우러져 춤을 췄다.

작품은 30일까지 극장에 전시된 뒤 12월 3일 소더비 파리 경매에 오른다. 파리오페라단 관계자는 "이번 경매가 현대미술 창작과 오페라를 후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