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캠퍼스 전경. /UNIST 제공
UNIST 캠퍼스 전경. /UNIST 제공
UNIST가 조선소를 인공지능 전환(AX)의 전진기지로 삼아 동남권 제조업 혁신에 나선다. 설계도면을 이해하고 생산계획을 최적화하는 조선산업 특화 AI를 개발해 대기업에서 검증한 기술을 중견·중소 협력기업으로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김성엽 산업AI추진단장
김성엽 산업AI추진단장
박종래 UNIST 총장은 28일 “UNIST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연구개발과 실증, 인재 양성을 연계해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사업은 조선산업 특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다. UN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초거대산업AI연구지원사업’을 주관한다. 2030년 12월까지 국비 285억원을 포함해 총 403억원을 투입한다.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 등이 참여하며 UNIST 교원 26명을 포함한 연구인력 195명이 개발에 나선다.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은 문자·도면·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학습하는 기반 AI다. 복잡한 조선 설계도면은 물론 선주 요구사항과 국제 규격까지 이해해 설계·생산계획·현장 제어를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별 작업 방식과 장비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언어모델(sLLM), 전이학습, 온디바이스 AI도 개발한다. 기업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공동 학습을 진행하는 연합학습 기술과 통합관리 플랫폼도 구축해 현장 적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 기반도 확충한다. UNIST는 382억원 규모의 ‘AI 선박 기자재 및 첨단부품 실증지원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국비 200억원과 지방비 182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핵심 장비 19종을 갖춘 실증 거점을 조성한다. 자율운항 기자재와 첨단부품의 시제품 제작부터 성능 평가, 국제 인증까지 지원해 기업의 기술 검증과 사업화를 돕는다.

산업 AX는 에너지 분야로도 확대된다. UNIST는 한국수력원자력과 2029년 1월까지 3년간 총 100억원 규모의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에너지·원자력 분야 전문지식에 AI를 접목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할 인재 양성도 강화한다. 2021년 울산에서 시작한 노바투스아카데미아 AI 실무자과정은 경남에 이어 올해 부산으로 확대됐다. 교육생들은 20주간 AI를 배우고 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대학 교육체계도 산업 수요에 맞춰 개편하고 있다. UNIST는 기존 정보바이오융합대학을 AI융합대학으로 확대·개편했다. 조선해양·우주항공·방산·소재 등 전략산업과 연계한 AX융합전공에서는 기업이 제시한 문제와 데이터를 교육에 활용해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

동남권 공동 연구개발에도 힘을 싣는다. UNIST가 주관하는 ‘4극3특 지역 자율 R&D’ 동남권 사업에는 올해 131억원이 투입된다. 조선AX·전력반도체·첨단항공 추진기술 등 9개 과제를 추진하며, 조선AX에는 43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제조데이터 기반 자율공정 플랫폼과 기자재 지능형 검사 기술의 개발·실증을 지원한다.

부산의 시험·인증·사업화 역량, 울산의 수요산업과 제조·실증 기반, 경남의 첨단제조·소재·시험평가 역량을 연결해 기술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현장실증, 양산·사업화까지 이어지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울산의 ‘산업 AX 넥서스(Nexus·거점)’ 구상과 연계해 권역 간 공동과제를 발굴하고, 검증된 기술을 제조기업에 확산하는 역할도 맡는다.

UNIST는 내년 ‘UNIST-HD현대 조선AX 공동연구소’와 ‘UNIST-포스코홀딩스 소재AX 공동연구소’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는 설계·작업·검사·공급망을 아우르는 전주기 AX를 추진하고, 소재 분야에서는 실험실 연구부터 공장 양산까지 연결하는 이차전지 특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성엽 UNIST 산업AI추진단장은 “한국 조선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학계·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 AI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기술 실증과 현장 적용 모델을 만들기에는 울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이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