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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 "철강 경쟁력 되살리고…AI·로봇으로 '산업 대전환' 이루겠다"
박용선 포항시장
글로벌 격변기에 취임 100일
뿌리산업 체질부터 바꿔야
광명산단에 데이터센터 짓고
이차전지·반도체 등에 활용 확대
포스텍 주축 산학연 협력 강화
글로벌 격변기에 취임 100일
뿌리산업 체질부터 바꿔야
광명산단에 데이터센터 짓고
이차전지·반도체 등에 활용 확대
포스텍 주축 산학연 협력 강화
박용선 포항시장(사진)은 취임 100일을 맞아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산업 육성을 포항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철강은 여전히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지만, 글로벌 경쟁 심화와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넘지 못하면 지역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텍과 방사광가속기, 나노융합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지역의 연구개발 기반을 AI·그래핀·로봇·반도체 산업과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기업이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청년들이 포항에 머물 수 있다”며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행정이 현장의 어려움을 먼저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포항을 어떤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까.
“포항이 가진 산업적 저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철강산업을 일으켜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산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아야 합니다.
철강은 저탄소·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바꾸고, AI와 로봇, 그래핀, 반도체 같은 미래산업도 키우겠습니다. 포항에는 우수한 연구기관과 제조업 기반이 함께 있습니다. 연구개발 성과가 기업의 기술과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청년들이 포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포항 경제의 뿌리인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철강이 어려워지면 대기업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닙니다.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지역 일자리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철강산업의 위기를 포항 경제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선 직후 장인화 포스코 회장을 만나 지역 철강산업 현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듣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기업별 상황에 맞는 경쟁력 강화 사업과 지역 철강제품의 판로 확대도 지원하겠습니다. 철강산업 전담부서를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국비 확보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철강산업의 체질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앞으로는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철강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저탄소·고부가가치 철강산업 클러스터와 저탄소 철강특구 조성을 추진하고,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실증도 지원하겠습니다.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경상북도, 연구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되고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필요한 제도와 기반을 갖추겠습니다.”
▷철강산업에도 AI와 디지털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습니까.
“철강·금속 디지털전환(DX) 실증센터와 철강산업 AI융합실증허브 등을 활용해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생산공정에 적용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공정을 효율화하는 것부터 품질 관리와 생산성 개선까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다만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실증과 사업화를 뒷받침하겠습니다.”
▷광명일반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도 착공했습니다. 포항 산업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AI 산업이 성장하려면 막대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광명일반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는 포항이 미래산업의 기반을 확보하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1단계는 2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통해 40㎿ 규모로 조성하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만 장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후 260㎿ 규모로 추가 확대해 전체 300㎿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부지와 전력 확보, 인허가 등 여러 과제가 있습니다. 포항시는 인허가 패스트트랙 전담팀을 가동해 관련 절차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유치하고 AI 기업과 연구기관도 모아 포항을 AI 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키워가겠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지역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닐 텐데요.
“철강과 이차전지, 로봇 등 지역 주력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기술력을 높이고, 기업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포항의 연구기관들이 가진 기술과 기업들의 현장 경험을 연결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 인프라와 제조업, 연구개발, 인재 양성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서로 연결해 기업이 성장하고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외에도 그래핀과 로봇, 반도체 등 다양한 신산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연구개발 역량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잘 연결하면 첨단산업을 키울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래핀 분야에서는 지난 9월 출범한 K-그래핀 상용화 협의체를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의 협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래핀 실증지원센터도 건립해 소재의 성능 평가부터 제품 개발과 사업화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로봇 분야에서는 영일만 로보틱스 허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업들이 모여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반도체 분야는 나노융합기술원 내 국방반도체 전용 팹과 남부권 K-전력반도체 혁신벨트 조성을 통해 산업 기반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이차전지도 기존 소재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친환경 해양 선박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습니다. K-차세대 전기추진선박 글로벌 혁신 규제자유특구 등을 활용해 서로 다른 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인재 확보와 청년 정착은 어떻게 풀어갈 계획입니까.
“포스텍의 AI 중심대학 및 산업특화 AX대학원 선정을 계기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키우겠습니다. AI 전문가뿐 아니라 기존 제조업 종사자들도 AI를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장과 연계한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습니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투자 상담부터 인허가, 착공까지 행정 절차를 꼼꼼히 지원하고 기업의 어려움은 신속하게 해결하겠습니다. 주거와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중소기업 연구타운 조성과 창업도시 프로젝트도 추진해 청년들이 포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겠습니다.”
▷결국 산업 대전환의 성패는 기업의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판가름 날 텐데요.
“기업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해서 사업이 저절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허가와 각종 행정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행정이 기업의 입장에서 먼저 살피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인허가 패스트트랙 전담팀을 가동해 관련 부서와 기관이 협의하고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장 중심 행정을 다른 투자사업에도 확대하겠습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인재가 모이면 다시 기업이 투자할 수 있습니다. 포항의 산업 대전환이 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기업과 현장에서 답을 찾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과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산업 대전환은 행정의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기업이 실제로 투자하고, 좋은 일자리가 생기며, 청년들이 포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철강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동시에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넓혀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하도록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