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석유화학 현장
미래 유니콘 실험실로 활용
기술 검증부터 투자·사업화 연결
AI·딥테크 타고 세계 창업도시로
10년 전만 해도 울산에서 스타트업 창업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창업기업이 기술을 검증하고 첫 고객을 확보할 기반은 부족했다. 센터는 대기업과의 협력, 기술 실증, 투자 유치를 지원하며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이제 제조 인공지능(AI)과 딥테크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창업도시를 향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 산업 현장에서 답을 찾다
성공적인 창업을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이 센터 관계자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일 투자본부 SAFE 투자팀장, 김헌성 센터 대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디케이뉴로텍 김경대 CTO(최고기술책임자), 탈모케어 서비스 기업 창업을 준비중인 이규호 대표, 김미수 경영기획팀장. 하인식 기자
센터가 주목한 것은 울산의 제조 현장이다. 대기업과 생산시설이 집적한 산업구조를 창업기업의 기술개발과 시장 진입을 돕는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창업교육과 자금 지원에 더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개발할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데 주력해왔다.
전담 대기업인 HD현대와 추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기술 수요에 맞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개념검증(PoC)과 현장 실증을 통해 기술의 실효성과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보완하고, 대기업은 외부의 혁신 기술을 도입할 기회를 얻는다.
조선·해양 분야에서는 씨드로닉스와 HD현대의 협력이 전통 제조업과 기술 스타트업의 상생 가능성을 보여준다. 협력 영역은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설비 안전, 탄소 저감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실증을 마친 기술이 실제 구매와 납품으로 이어져 창업기업의 매출 기반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다.
◇ 펀드·팁스·U-OASIS…성장에 투자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도 사업을 확장하려면 성장 단계에 맞는 자금이 필요하다. 센터는 4개 펀드를 활용해 창업기업에 투자하고 시드투자부터 후속 투자까지 연계하고 있다.
매월 운영하는 U-OASIS 투자 프로그램은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창구다. 수도권 벤처캐피털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투자와 후속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지역 창업기업이 투자자와 접점을 넓히고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돕는 취지다.
민간투자와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연계하는 팁스(TIPS)도 주요 성장 경로다. 센터는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와 기술개발 지원을 연결해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돕고 있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서 있는 울산종하이노베이션 센터.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제조 AI·딥테크, 울산 산업의 성장엔진
센터가 다음 10년의 성장 분야로 주목하는 것은 제조 AI와 딥테크다. 설비 이상을 예측하고 불량률을 낮추며 생산공정을 최적화하는 AI 기술은 울산 주력산업의 경쟁력과도 맞닿아 있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기업의 성장 기회도 만들어질 수 있다.
센터는 산업 현장의 기술 수요 발굴부터 실증과 사업화, 투자 연계까지 지원하며 제조 AI·딥테크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울산의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과 해외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기업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 기업 도시에서 창업가가 모이는 도시로
센터는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 발굴부터 초기 기업의 기술개발과 첫 고객 확보, 성장기업의 투자 유치와 글로벌 진출까지 단계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실패를 경험한 창업가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의 10대 창업도시 육성 정책은 울산의 창업 기반을 넓힐 기회가 되고 있다.
창업가들이 지역에 정착해 기업을 키우려면 우수 인재 확보와 정주 여건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창업 이후에도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헌성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는 “미래의 경쟁력은 공장의 규모를 넘어 그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을 탄생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60여 년 전 전국의 청년들이 울산으로 몰려와 산업도시의 기반을 닦았듯, 다시 청년 창업가들이 몰려오는 역동적인 울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업 현장의 수요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기술 실증을 사업화로, 사업화를 투자와 글로벌 성장으로 잇는 선순환을 통해 울산을 글로벌 창업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